오랜만에 제2의 고향 삼천포에 내려갔다.
한동안 못 만났던 반가운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우리의 추억처럼 늘 그대로이다.
우리는 만나면 늘 먹었던 음식들을 찾고, 갔던 곳만 다닌다. 마치 우리들의 추억을 찾아 헤매듯이... 그 시절의 바닷가를 서성거리고, 그 시절의 음식을 먹으면서, 혹시나 변한 곳을 발견하면 섭섭해하며, 2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 건재하길 바라는 소중했던 순간들. 그 추억들을 확인하고 싶은 거였으리라.
늘 먹던 자연산횟집의 광어회는 그 맛 그대로이고, 정식코스의 초밥이나 해산물도 신선한 향기와 식감이 꼭 어렸을 적 먹었던 그 맛이다. 비릿한 항구냄새, 귀갓길에 사 오는 쥐포, 곱창김도 두께가 조금 얇아졌으나, 맛은 변하지 않았다.
바닷가 근처 카페에서 바라보는 삼천포 앞바다는 썰물일 때엔 물이 없는 대로, 밀물일 땐 물이 많은 대로 파랗게 출렁이기도 하다가, 햇볕에 하얗게 반짝이기도 하면서 잊었던 그 시절의 희로애락을 불러일으킨다.
이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본다.
부디 지인과 나의 나이 듦의 속도가 같기를...
누구 하나 너무 일찍 흰머리가 많아지지 않기를...
노안으로 침침한 눈도 세월과 발맞춰 서서히 진행되기를...
서로가 서로의 현재를 확인하며, 젊음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기를...
아직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엔 낯선 우리 모습들이, 당연하게만 알았던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었고, 조부모님의 모습이었듯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확인하고 인정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비로소 나는 먼저 가신 내 부모님을 놓아드리는 법을 배우리라. 그리고 나의 지인 또한 사흘이 멀다 하고 병원을 찾는 부모님을 결국엔 떠나보낼 수 있으리라.
그것이 내가 써야 할 인생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나이 듦이란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이제야 자연스러움을 알아가는 철이 드는 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