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어울리던 셋이 있다.
지리산 장터목에서 만난 우리는 나이도 10년씩 정도의 터울(나와 막내와는 18세 차이)로 공감대가 없을 것 같지만, 어느덧 10년 동안 연락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잘 사귀어 온 것은 가치관이 비슷해서라고 본다. 물질보다는 정신을 더 높이 여기고, 자기를 성찰하려는 자세가 우리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중 한 명과 전화통화를 했다.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고 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잊고 있었던 자아를 발견했다고 했다. 보만스님의 '진지하면 속은 겁니다.'라는 강의도, 백성호기자의 '현문우답'이란 내용도 얘기하면서 우리가 전전긍긍 살아가는 일상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사람을 안쓰러워한다'라는 말에 대해 얘기했다. 안쓰러워해야 비로소 화났던 마음이나 미워했던 마음 등의 감정이 분리되어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날의 노란 스탠드 불빛은 유난히 밝았다. 한 시간 반 동안의 긴 통화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휴가 때 나도 템플스테이를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
세상사 희로애락에 전전긍긍하며 조금이라도 손해 안 보려고, 이기려고 하는 모든 일들이 이미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살아있으면 이긴 거고, 살아있으면 다 된 거다. 그래, 살아만 있어도 된다.
비록 나의 존재가 빛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은 하나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