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꽹! 꽹꽹 꽹꽤개갱,
깡! 깡깡 깡까가강...
농악대가 한바탕 휩쓸고 난 뒤 조금 빗겨 난 곳에서 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제일 흥이 오른 것은 농악대도 구경 나온 동네 주민들도 아닌 바로 달집이었다. 달집 태우기. 주황색불이 마치 도깨비인 듯 위풍당당히 다리를 딱 벌리고 서서 농악대의 꽹과리 소리에 뒤로 휘청하더니 앞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좌우로 흔들거린다.
뜨거워서 감히 가까이 갈 엄두도 못 내는 구경꾼들은 펑펑 터지는 대나무 소리에 깜짝 놀라다가, 떨어지는 잿가루의 날갯짓만 눈으로 좇고 있다. 풍악이 익어갈수록 제 기본에 한껏 취한 도깨비불은 마치 모든 나쁜 기운을 다 빨아들여 태울 듯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불은 커졌다 줄었다 하며 흥이 고조되어 간다.
시원한 바람을 타고 온 나무 타는 냄새가 어릴 적 추억을 불러온다. 어린 시절 동네 언니 따라 간 사물놀이. 동그랗게 모인 동네사람들. 손뼉 치는 구경꾼들 틈으로 흥을 돋우고 꽹과리 소리가 고조되어 갈 때 서너 명이 상모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같이 간 언니를 놓쳐버려서 풍물소리보다 더 크게 울고 불고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달집의 도깨비와 흥을 나누는 입장이지만, 그 후로 얼마간 사물놀이는 어린 나에게는 무서움으로 기억되었다.
주위는 야금야금 어두워지고, 어느새 풍물소리가 멀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간절한 이들의 소원 비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발 올해도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시집, 장가가게 해 주세요.'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 병 낫게 해 주세요.'....
달집은 다 알겠다는 듯 풍물소리에 맞춰 앞뒤로 고개를 흔든다.
하늘엔 어느새 자리잡은 달집 빛깔 둥근달이 어깨를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