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버티고 나니 가을이 들어섰다.
2024년 9월의 기록.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다.
올해 여름은 징하게 더웠다. 생각만 해도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긴, 작년에도 더워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긴 했다. 매년 더워지는 것 같다. 여름 뙤약볕은 뭐든 보이는 족족 태워버릴 듯이 작렬하기 때문에 외출하려면 챙길 게 많다. 양산, 모자, 선글라스, 탈수 방지를 위한 물, 그 외 잡동사니 등. 경건하게 모든 장비를 갖추어야만 근처 커피숍이라도 나갈 용기가 생길 정도였다. 그래도 추석까지 폭염을 버텨 보니 가을 한 방울 톡 떨어뜨린 듯이 미묘한 변화가 밤낮으로 느껴졌다.
여름동안 척박한 날씨에 마음까지 옹색해졌었다. 은근한 가을을 감지하는 순간부터 숨통이 좀 트였다. 버티니 좋은 날도 오는구나. 스쳐갈 이 가을날을 매일매일 양껏 누리며, 선선한 행복을 쌓아두어야지. 그러면 내년엔 곧 돌아올 가을날을 기대하며 조금은 느슨하게 여름을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실업급여 받는 자
집 근처 고용복지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갔다. 제각기 다른 사정으로 모인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마치 인력 시장에 온 것만 같았다. 퇴직한 실감이 났다. 다음 거처가 정해지기 전까지 내 몸뚱이 하나 건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금이 있으니 한시름 놓였다. 무엇보다도 내 삶이 휘청일 정도로 누군가를 적극 부양해야 할 상황이 아님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는 것일지. 히어로물 주인공들은 '반드시'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하고, '늘 그렇듯' 상황을 타파하고 한 단계 성장한다. 난 히어로도 아니고, 더욱이 인생의 주인공인지도 잘 모르겠으나, 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흐리멍덩한 시간과 상황도 언젠간 흘러갈 것을 알기에, 이왕 좀 더 건강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나를 키워내겠다.
현미밥 + 닭 가슴살
회사를 그만둔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식사를 집에서 해결했다. 현미밥과 닭 가슴살, 짭조름한 조미김 한 봉지를 까서 먹는다. 초반엔 마트 가서 장을 보고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해서 먹었다. 그런데 하루 세끼를 해 먹다 보면 정말로 밥 차리고 치우다가 하루가 끝난다. 그만큼 설거지도 자주, 많이 쌓인다. 요리는 고상하게 하지만 설거지는 세상 고역이다. 이럴 때 현미밥과 닭가슴살 조합을 꺼내든다. 고민할 필요 없이 단순해서 좋고 무엇보다도 설거짓거리가 안 나와서 참 좋은 식사다. 소스 닭 가슴살도 먹어봤지만, 블랙페퍼 닭가슴살이 최고다. 굵은 후추의 감칠맛이 다이어트 입 터짐을 조금은 방지해 준다. 갑자기 분위기 #내돈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