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자랑하자마아자 내게 생긴 하루
운수 좋은 날이라는 소설을 알 것이다.
'이상하게 운수가 좋은 날이 더라니' 하는데 나는 오늘 그냥 하루 종일 세상에 억까(억지로 까임) 당한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콧물이 줄줄 났다. 최근 주말에 집에 있었던 게 언제였더라라고 달력을 열어보니 3달 전이 마지막이었던 것처럼 발발 돌아다니는 나는 회복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최근 3일 정도는 컨디션이 좋더라니 일어나자마자 훌쩍거리는 코에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오늘은 병원을 가야겠다.' 병원이고 뭐고 다시 누워서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번 주 주말 일정도 소화하려면 아플 수 없었던 나는 인근 병원으로 나섰다.
수액을 맞으려 하니 점심시간이 껴서 안된다고 거부당한 병원이 한 곳, 그래서 바로 아래층에 있는 내과로 향했다. 1월 이후 폐업을 한다는 안내문을 걸어 둔 그들은 점심시간임에도 다행히 나를 받아주었다.
"선생님 저 손등이나 손목에다 선 연결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나의 말을 가뿐하게 무시한 그녀는 내 팔꿈치 안쪽에 주삿바늘을 꽂아 넣더라. 보통은 좀 아파도 말 안 하는데 너무 아픈 거ㅠㅠ 수액이 떨어지기 시작하다 더 아픈 거다.
"쓰읍.... 너무 아픈데요."
"팔이 부푸네요."
"팔이 부풀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네, 혈관이 터진 거예요."
너무 당당한 그녀의 반응에 웃음이 났다. 나는 이마를 짚으며 책망과 농담이 섞인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왜 남의 혈관을 터트리고 그러세요."
대화를 할 일이 없는 공간에서 대화가 이어지자 다른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제가 해드릴게요!" 하면서 주사기를 뺏어갔다.
그녀도 주삿바늘을 밀어 넣으며 나보고 피부가 두꺼운 편이라도 했다.. 잘 안 들어간다고
살면서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이미 찔린 주삿바늘 책망해서 뭐 하겠는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잠든 나는 인기척에 잠을 깼다. 점심시간 자리를 비운 간호사들을 대신해 의사 선생님이 주삿바늘을 빼주시고 계셨다.
아까의 폐업 안내문을 본 내가 선생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세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요."
그는 담백하게 대답을 했다.
"가까이에 있는 병원이라 좋았는데 아쉽네요."
그 이후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난 그가 별로 아쉽지 않은 걸 안다. 진찰하시는 모니터 아래에 볼리비아 여행지를 검색하는 그를 봤기 때문에. 편히 쉬고 돌아오세요 선생님. 그 이후에 개원도 저희 집 근처였으면 좋겠어요.. 간호사 언니들은 좀 더 숙련된 분들이 오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제가 이런 말 한 건 비밀이에요.)
그리고 고속도로 포함 한 시간 거리의 출근길을 달려 다 도착해 가는데 전화가 왔다.
"오늘 아파서 못 가겠어요."
그래 너도 아프구나, 좀만 더 빨리 말해줬으면 집에서 한 시간은 더 쉬다 와도 되는데 그건 좀 아쉽다 생각했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쉬면 되니까~라고 생각하며 주차를 하는데 아뿔싸... 자동차가 오류가 나는 것
나는 전기자동차를 쓰고 있는데 이 놈이 장점도 참 많지만 단점은 이런 식으로 컴퓨터처럼 오류가 난다는 것이다. 항상 있는 일은 아니고 10만쯤 타고 무상점검기간 끝나니까 기가 막히게 애를 먹이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차장에서 멈춘 상태로 먹통이 된 내차..
서비스를 불렀더니 인근 정비소 사장님이 와주셨다.
"원인은 모르겠고 좀 왔다 갔다 하긴 하는데 일단은 지금은 돼요."
"네? 그럼 나중에는 안 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죠?"
"차를 지금 입고시켜서 검사를 할 순 없을까요?"
"오늘은 바빠서 안 돼요."
안된다니 어쩌겠나. 고속도로에서 멈추면 울면서 레커 타고 집 가면 되는 거지 눈도 온다는데 추억생기고 좋지 뭐.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 가는 길에 오류는 몇 번 떴으나 다행히 시동은 걸렸고 중간에 차가 퍼지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버린 하루였다.
출연료도 못 받고 어릴 적 보던 '남자 셋 여자 셋'과 같은 시트콤에 등장하는 느낌..
아무쪼록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가내 두루두루 평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