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버거울 땐 버거를 먹어라

여러분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만 조금 더 멘탈적 도움을 주자면

by 수다쟁이

내 삶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이다.

요즘식 표현으로는 섹시푸드라고 하더라.


음식은 정말 효율적이다. 다채롭고 빠르고 가깝고 정비례하게 즐겁다.

게다가 반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술과 음식이 만난다 거기에다 즐거운 사람까지 더해진다? 그것은 가히 가성비의 영역이다. 인풋대비 아웃풋이 확실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야금야금 쪘다.

슬픔으로 잠식당했을 때에는 술독에 빠졌고 기쁨을 찾을 때에는 음식을 찾았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습게도 나는 나를 싫어하는 것에 비해 또 스스로를 좋아하는 편이라. 살찌는 내 모습도 제법 귀엽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

실제로 추구미도 좀 육덕? 이기도 하고 좀 통통하긴 하지만 귀여운 듯?이라는 마법의 합리화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처럼 나를 칙칙폭폭 비만의 길로 인도하였다.


여기서 스스로 합리화하는 말을 좀 더 한다면, 나는 어릴 때부터 고도 비만은 아니었지만 쭉 경도 비만으로 살았고, 돌이켜보면 가장 날씬했던 20대 시절에도 사람들에게 통통하다는 둥 너는 조금만 더 빼면 이쁘겠다는 둥 날씬하지는 않지만 몸은 이쁘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소리를 들으며 자존감을 깎아먹었기 때문에 어느샌가 나는 마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이어트를 해도 큰 효과를 못 봤다는 것도 사실 살을 빼도 통통하단 소리를 들을 바엔 난 음식이 주는 행복이라도 추구하겠어로 살았단 말이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다이어트 안 해봤다는 건 진짜 거짓말, 60kg 중반을 넘어갔을 때는 친구 따라 다이어트 약도 먹어봤다. 아, 근데 그 다이어트약이라는 게 항정신성이다 보니 나에게 너무 안 맞았고 효과도 미미했다. 위고비가 있기 전 시절 큰돈 주고 삭센다도 해봤는데 그놈도 그냥 그랬다. 식욕을 없애주면 안 먹어야 뺄 수 있는데 다시 말했다시피 나는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찾는 자. 이미 신체의 배고픔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몸무게가 70kg을 넘어갔을 때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인간의 한계는 무엇일까? 난 어디까지 찔 수 있을까? 이러다 80kg도 금방이겠는데?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그런데 이맘때쯤부터는 거울 속의 스스로가 많이 밉더라 사진을 찍어도 보기가 싫었다.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이제 와서?"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진짜 괜찮았는데 이제는 맞는 옷도 없고 밖에서 지인들 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눈빛에서 사회성으로도 가릴 수 없는 "너 뚱뚱하다."가 들렸다. 제법 자존감이 깎이는 일이었다.


그래서 절치부심해서 뺐냐고? 노우!

절치부심, 와신상담으로 포근하고 따듯한 잠자리를 포기하고 장작더미에서 잠이 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왜? 내 인생의 유일한 기쁨이니까!! 위에서 주야장천 설명했다시피 가장 값싸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니까!


대신 나는 다른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계기는 이사였다.

시골에 살다 그래도 대도시로 이사를 간 것이다. 시골길이 더 평화롭고 걷기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로등도 없고 고라니도 마주치고 인적이 없는 길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그것은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다. 그러다가 새벽 1시에 나가도 겁먹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 도시로의 이사가 첫 번째 계기였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러닝 해야지? 이런 스스로를 옥죄는 약속 따위는 하지 않았다. 가끔 잠에서 일찍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면 옷을 갈아입고 뛰러 나왔을 뿐이다. 뛰지 못하겠음 걸으면 되고 걷기도 싫으면 인근 빵집에 가서 식빵하나 사서 눈누난나 들어왔다. 미라클 모닝이자나? 럭키비키


두 번째, 헬스장을 등록하였다.

결국은 운동이 자나!라고 화를 내지 마라.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살을 빼려면 답은 운동과 식단밖에 없다. 그중에도 특히 식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더라. 아무튼 나는 원래 운동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스포츠도 좋아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가장 무거웠을 때, 크로스핏도 다니고 있었다. 나는 살찐 건 싫어하지 않지만 몸이 아픈 건 싫어한다. 건강은 하고 싶었단 말이다. (크로스핏 관장님도 꾸준히 나오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 날 보며.. 식단 해..라고 몇 번 말하긴 했었다.)


아무튼, 그래서 동네 인근에서 내 스케줄에 맞고 가장 가까운 헬스장을 찾은 나는 등록 시에 말했다.

"제 목표는 다이어트는 아니고요. 건강하게 살기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살찐 자의 '나한테 살 빼라고 하지 마!'라는 선전포고에 가까운 선언이었다.


운동하면 좋다. 적당히 피곤하고 체력도 올라오고 입맛도 싹 돈다. 그렇게 나는 헬스 등록하고 첫 달 2kg이 쪘다. ㅋ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인바디 결과를 들고 부들부들 떠는 트레이너선생님의 얼굴이란 ㅋㅋㅋㅋ

"음... 살을 좀 빼시죠? 왜 안 빼시죠?"

"눼..."

"집에 닭가슴살 있으시죠?"

"없는데요?"


먼 훗날 트레이너 선생님이 그러더라. 그날 만만치 않는 회원이 들어왔다고 느꼈다고, 집에 닭가슴살 없다고 대답하는 회원은 처음이라고 했다. ㅎㅎ.. 쑥스럽게


아무튼 그렇게 식단도 시작했던 거 같다.

그런데 내가 또 제법 말을 잘 듣는다. 집에서 밥 해 먹는 것도 좋아하고 식단을 하니 괴롭기도 한데 편안해서 좋더라. 뭐 먹을까 고민을 안 해도 되니 말이다.

인스타에서 보는 것처럼 한 달에 15kg 뺐어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2kg 빠지고 다시 1kg 찌고 뭐 이런 식으로 1년쯤 지났더니 25kg 빠져있던데?


솔직히 힘든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근데 또 먹고 싶을 때는 먹었다. 선생님 말로는 회원들이 지칠 때쯤 치팅을 허락하는데 나는 알아서 치팅을 하고 오니 딱히 허락할 게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먹고 싶을 때는 먹고 모임이 많을 때는 술도 마셨다.


오히려 살을 빼고 나니 다시 찌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지 강박 비슷한 게 생긴 거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남에게 관심이 많냐면+무신경하게 말하는지도 살을 빼고 나서 더 많이 알게된 거 같다. 특정될 수 있어서 적지 않겠지만 정말 무례한 사람들이 많다.


아무튼 쓰다 보니 말이 길어진 거 같다만 우연히라도 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혹시 체중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다른 즐거운 일을 늘려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 내 기분이 가라앉고 좀 버거우면 해피밀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야 (먹어도) 너도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