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에게 아쉬움 남기는 법

있을 때 잘해라

by 수다쟁이

유튜브를 보는데 전 여친 전 남친에게 다시 연락이 오는데 흔들려요, 연락하지 마세요. 다시 연락하고 싶어요. 와 같은 사연들을 듣다가 전 연인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을 고민해 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파적인 시각이다.


먼저 이런 정리를 하기에는 비루한 연애 횟수를 가졌지만 나와 헤어진 연인들에게 빠짐없이 재회할 수 없냐는 연락을 받았었다. 사실 자랑은 아닌 게 그들을 버릇? 없게 만든 게 바로 나인 거 같지만 어찌 되었던 아쉬운 쪽은 내가 아니었던 거다.


같은 말이지만 나는 앞서 말한 연인들에게 항상 먼저 이별을 고했고, 그들에게 다시 연락한 경험이 전무하다. 분이 안 풀려서 나한테 사과해!! 따위의 전화는 한 적이 있지만.


불행히도 내게 깊은 아쉬움을 남긴 사람은 없었기에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있는 남자 친구들의 행실의 반례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것은 당신이 떳떳하고 다정한 연인이었다는 전제 하에나 가능. 바람피우고 폭력행사한 놈들은 아쉬움이 아니라 전과가 안 남는 거나 감사히 여기고 마음을 접으시라 ※


1. 생활동선을 장악해야 한다.

편안한 복장으로 맛있는 거 먹고 소소하게 걷고 재잘거리다 집에 돌아와서 편히 쉬었을 때, 오늘 진짜 행복했다.라고 생각한 적 있을 것이다. 거창한 여행은 즐겁지만 피곤한 법이다. 그리고 단편적이다. 반면 생활 속 평화는 잃게 되었을 때 더 사무치는 추억과 그리움을 남기게 된다.

당신 없이 가는 편의점, 당신 없이 걸어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전 연인은 당신의 잔상을 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어딜 가나 최악의 추억을 남겨주는 놈이 있다. 여기서 나한테 소리 질렀지.. 여기서 발악하며 나 혼자 남겨두었었지.. 그런 애랑 만나보니까 얘랑 많은 공간을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그놈이랑 잘 헤어져서 조상이 도왔다는 생각만 하게 되더라.


2. 마음을 써라.

"오늘 점심에 미니 돈가스 나왔는데 자기 생각나더라. 자기 미니 돈가스 좋아하잖아." 나한테 이렇게 연락 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애랑 그날 키스 한다. 내 취향을 파악하고 있고 밥 먹는 사소한 자리에서 조차 날 생각했으며 연락까지 했다? 별게 사랑이냐 이게 사랑이지.

"너 팥붕 좋아하잖아 오는 길에 사 왔어." "앞에 커피집에 신메뉴 나왔더라? 좀 있다 커피 한잔 하실?" "날씨도 좋은데 잠깐 나갔다 올까?"


쓰다 보니 먹는 이야기 + 1번이랑 겹치는 내용이 많은 거 같은데 이런 사소한 마음들이 안정감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3. 스킨십을 해라

제법 긴 솔로 생활 동안 가장 그리운 건 온기 부분이다. 다른 부분은 익숙함, 혼자만의 외출, 취미, 친구들을 통해 대체가 가능하다면 이 체온은 대체가 되지 않는다. 퇴근하는 길에 마주 오는 얼굴, 추운 손을 가져다 댈 따뜻한 등, 대화가 없어도 들리는 들숨과 날숨, 존재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다.


4. 당연히 여기지 마라+후회를 남기지 마라

"너는 사랑 주는 사람이라서, 아무나 잡고 주면 되지만 나는 어떻게 해?" 내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한 마디 아닌가 싶다. 살면서 가장 큰 마음을 준 사람에게 넌 원래 그런 애자나 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너무 웃기더라. 아.. 얘는 뭐가 다 당연했구나. 그래서 이제 나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마음만큼 남의 마음도 소중히 여겨 줄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후회 없을 만큼 잘해준다. 성과가 대단치 않아도 결과가 좋지 않아도 후회 없이 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 더 이상 해줄 게 없기 때문에 보내 줄 수도 있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헤어진 마당에 전 연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 바가 아니다. 나는 떳떳하고 자신이 있고 그들이 날 험담하더라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진위를 파악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에게 따뜻한 그리움 정도를 남길 수 있다면 긍정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가을 하늘 아래 저 멀리 반짝여서 들여다보았더니 죽은 잠자리의 날개였던 것처럼 쓸모는 없어도 돌이켜 보니 예뻤던 그 정도면 되었다.


전 연인에게 아쉬움을 남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본인의 아쉬움이 없어야 한다.


놀랍게도 이 글을 써 놓고 발행하지 않은 지난 주말, 길에서 전 남자친구를 조우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

나 태어나서 길에서 전 남자 친구 마주친 거 처음이 자나.

누군가 나를 돌려세웠고 거기에는 ex가 있었다. 반가워할 사이도 아니고 할 말이 있는 사이도 아니다 보니 뚝딱거리는 대화를 했다. 좀 당황했지만 생각보다 더 멀쩡한 스스로의 태도를 통해서 내가 진짜 아무 미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짧은 대화 이후에 각자 귀가를 했다. 그런데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미 지워버린 연락처 때문에 업무 전화인 줄 알고 받았다.


"밥 안 먹었으면 저녁 같이 먹을래?"라는 그에게 나는 담담히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너랑 밥 먹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