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리 Dec 01. 2022

컬리는 그저 빛이었고 한편으로는 그저 빚이었다.

짠테크를 결심하고 우리집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식료품비가 압도적이더군요. 6월 총지출 430만원 중 식료품비 135만원을 썼고, 7월 총지출 450만원 중 식료품비로 128만원을 썼습니다. 무려 총지출의 30%를 식료품비가 차지하고 있던 셈이었지요.

그 무렵 <미라클 일주일 지갑>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서 식료품비를 줄이는 것이 가계의 지출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짠테크 성공을 위해서 식료품비를 반드시 줄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우리집 식료품비가 매월 130만원에 이른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식료품비 130만원만 보면 진공청소기처럼 먹는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을 키우는 집인 줄 알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집 두 아이는 영유아여서 먹는 양이 많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식료품비가 130만원이나 나가는 거지?'

카드 명세서를 꼼꼼히 살폈습니다. 식료품비 130만원은 모두 이마트몰과 컬리에서 장 본 금액이었습니다. 맞벌이기에 오프라인으로 장을 보지 않고 장보기는 모두 새벽배송을 이용합니다.



이마트몰에서는 계란, 우유, 쌀 등 집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료품 위주로 장을 보았습니다. 컬리에서는 밀키트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식료품 위주로 장을 보았지요. 식료품비 130만원의 주범은 저였습니다. 컬리에서 비싼 식료품을 자주 구매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컬리 이용을 줄이면 식료품비를 절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0프로 세일하면 두둑하게 쟁였던 부라타치즈. 무려 100g에 정가 6천원입니다.


즐겨 먹던 쵸이닷 밀키트. 쵸이닷 시리즈 중 이게 제일 맛있는데 가격이....


몇 년 간 마켓컬리의 충성고객이었습니다. 지난 주문내역을 살펴보니 일주일에 세 번씩 컬리에서 식료품을 주문했네요. 자주 주문하다 보니 컬리패스라는 구독서비스도 매월 결제해서 이용했습니다. 컬리는 40,000원 이상 주문해야 무료배송이지만, 매월 4,500원인 컬리패스를 이용하면 1만5천원 이상만 주문해도 무료로 배송해줍니다. 컬리패스를 계기로 컬리를 더욱 자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배송비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으니까요. 장바구니에 1만 5천원 이상만 담기면 부담 없이 결제 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아이들을 재워 놓은 밤, TV를 켜놓고 쇼파에 누워 컬리 앱에 접속하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컬리는 단순 장보기를 넘어선 행복한 쇼핑이었습니다. 일단 일반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식재료를 구경하는 사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해외에서만 유통되던 식재료를 주문만 하면 현관문 앞에 갖다 주니까요. 유명 맛집의 밀키트를 단독으로 유통하는 것 또한 매력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영유아 둘을 키우다 보니 외식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컬리에서 주문하는 밀키트로 집에서도 외식하는 듯한 기분을 냈습니다. 아이 키우랴 일하랴 바쁜 제 일상에 컬리가 숨통을 틔어줬습니다.



짠테크를 결심하고 매월 4,500원 결제되던 컬리패스를 해지했습니다. 그리고 컬리를 아예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래와 같이 지난 3개월 간 컬리 주문 내역이 없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식료품비 줄이는 데 크게 성공했습니다. 130만원가량 지출되던 식료품비를 8월에는 100만원, 9월에는 50만원, 10월에는 85만원으로 줄였습니다.



물론 컬리에서 계란, 우유 등 필수 식재료만 구입하면 식료품비 폭격을 맞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필수 식료품은 이마트몰을 이용하고, 비싼 식료품은 컬리를 이용했기에 컬리 이용을 중단하고 식료품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관건은 비싼 식료품과 밀키트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다만 장 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반 대형마트몰과 컬리는 입고되는 물품이 다릅니다. 컬리에서는 더 다양한 밀키트와 더 다채로운 식료품을 만날 수 있지요. 마침 끌리는 제품이 30% 세일을 하고 있다면? 저는 이럴 때 참지 못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이런 프로모션에 쉽사리 넘어갈 사람이란 걸 알기에 아예 컬리 이용을 중단한 것이구요.



지난 2년 간 컬리의 충성고객으로 이용하며 일상을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살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밤에 주문해도 다음날 새벽에 집 앞에 배송되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이지요. 다만 짠테크 측면에서는 컬리를 멀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생각입니다. 지난날 컬리에 돈을 지불하고 편리함을 취했으니, 이제 편리함은 조금 내려놓고 절약에 집중해보렵니다.

이전 06화 짠테크에 구독 서비스가 독인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