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시즌2를 보다가
최근 더 글로리 시즌2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대작가의 작품인 만큼 대사를 듣는 재미 또한 엄청났습니다. 그중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으라면?
극 중 연진의 엄마, 연진의 뒤를 봐주던 경찰의 대화입니다. 둘은 오랜 기간 협력하며 연진의 범행을 은폐합니다. 그러나 점차 궁지에 몰리자 경찰은 연진의 엄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나이에 친구가 돼? 거래면 몰라도."
극 중 연진의 엄마와 경찰은 50대 후반에서 60대로 추정됩니다. 어른의 인간관계를 절묘하게 묘사하는 대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른의 인간관계에는 순수한 친목은 있기 어려우며, 주고받는 거래가 있을 뿐이라는 섬뜩하면서도 사실적인 대사입니다.
30대인 저조차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10대, 20대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별히 찾지도 갈구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 그런 무덤덤함. 각자의 일터에서 가정에서 바쁜 30대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무덤덤한 관계가 되어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시기가 길어지면 연진 모와 연진 뒤를 봐주던 경찰처럼 정말 거래만 남는 것일까요? 착잡하지만 살다 보면 정말 그리 될 지도요. 그러나 거래뿐인 관계로 주변을 채운 삶이 행복할까요? 고개를 젓게 됩니다. 50대 이후의 인간관계의 본질은 실제로 거래일지언정, 그렇게는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우리 나이에 친구가 돼? 거래면 몰라도"는 남들이 보기에는 많은 것을 가진 듯 보이나, 실제로는 풍요롭지 않은 연진 엄마와 경찰의 삶을 나타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며, 악인의 캐릭터가 더욱 강해집니다.
김은숙 작가가 명불허전 대가인 데에는 인간에 대한 본질, 관계에 대한 본질을 꿰뚫는 대사를 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말할 것도 없구요. 평소에 얼마나 사람에 대한 관찰과 고민을 했을지 내공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