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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Dec 23. 2021

아픈손가락, 나의 첫째, 나의 별이_(2)

안정애착에 실패한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회복 중



별이는 아빠껌딱지

밥도 아빠랑 먹고 목욕도 아빠랑 했다. 우리집의 양육은 자연스럽게 아빠와 별이가 짝궁, 나와 달이가 짝궁인 형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별이는 밥먹는 것, 목욕, 잠자는 것 모두 엄마랑 안하고 아빠랑 한다고 했다. 달이는 밥먹는 것, 목욕, 잠자는 것 모두 엄마랑 하려고 했다.




불안정한 애착은 아이가 어릴 때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2021년부터 별이와 나의 관계 회복 모드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잠자리를 합치는 시도를 했다. 별이는 아빠와 작은방에서, 달이는 엄마와 안방에서 자고 있었으나, 온가족이 안방에서 자기로 결정한 것이다. 잠자리를 합치는 첫 날 별이는 평소처럼 아빠랑만 따로 자겠다고 떼를 썼다. 그러나 이내 모두가 함께 자는 잠자리에 곧 적응했다. 다음으로 별이와 내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 했다. 때마침 봄이 오고 있어 외출하기 좋은 날들이었다. 주말 오전에 아빠가 달이를 집에서 돌보고, 나는 별이와 동네에서 슈퍼도 가고, 카페에도 가고, 놀이터에도 갔다. 처음 엄마와 단둘이 외출한다고 했을 때 별이는 거부했다. 차츰 엄마와 단둘이 외출하는 경험이 늘어나자 엄마와 나가서도 아빠를 찾지 않고 신나게 놀다 들어올 수 있었다.



별이와 나의 관계 회복은 현재진행형

엄마와 밥먹기, 엄마와 양치하기 등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의 범위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별이와 나의 관계는 차츰차츰 가까워지긴 했으나, 여전히 별이에게 1순위는 아빠이다. 예를 들어 식사시간에 내가 별이 밥을 먹이면, 별이는 "엄마랑 안먹어. 아빠랑 먹을거야."라고 요구한다. 그 말이 퍽 서운하기도 하다. 별이가 왜 아빠랑 밥먹기를 고집하는 걸까. "아빠랑 먹겠다."라는 표현 이면에 숨겨진 욕구가 무엇일까. 그 욕구는 혹시 '아빠만은 빼앗기기 싫다.'가 아닐까. 나는 별이에게 물었다. "왜 아빠랑 먹고 싶어? 아빠가 동생 밥먹이는게 싫어서 그런거야?" 물었다. 별이는 단박에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 때 깨달았다. '아 별이가 불안했구나. 아빠마저 동생에게 빼앗길까봐 불안했구나.' 엄마랑 먹기 싫다는 표현 이면에는 아빠를 빼앗길까봐 두려운 불안감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이후로 나를 거부하는 아이의 표현에 서운해하지 않으려 한다. 나를 거부하는 아이의 표현 이면에는 엄마아빠에게 더 사랑받고자 하는 별이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별이는  숫자는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별이는   살아?"라고 물으면 "99!"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될거야.   되서 아빠만큼 클거야."라고 표현하는 귀여운  살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별이에게 말한다. "별아 엄마는 별이를   만큼 사랑해!" 그러면 별이의 대답이 돌아온다. "별이는 아빠 사랑해. 엄마 안사랑해. 아빠만 좋아해." 나는 더욱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래도 엄마는 별이 사랑해. 아주 많이많이 사랑해.  층까지 사랑해!"



나에게 별이는 정말 특별한 아이다.

나를 엄마로 거듭나게 한 아이, 나에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아이. 그리고 동시에 별이에게 가슴이 저리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별이는 내 아픈손가락이다. 아픈 손가락이니까 호호 불어주고, 쓰다듬어주고, 더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 별이와 나의 관계는 다행히 아물고 있다. 아주 차츰차츰 천천히. 완전히 아물어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좋으련만,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 흉터가 남더라도 그 흉터까지 보듬어주련다. 나는 별이에게 더욱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별아, 나의 첫째, 나의 사랑, 그리고 나의 아픈 손가락, 우리 오늘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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