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퇴근 후 첫째 아이를 목욕시키는데 아이가 잔기침을 했다. "오후 간식 시간부터 자꾸 기침이 나." 그 말을 듣고 으레 감기이겠거니 했다. "그래? 일단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 수 있으니 지켜보자."
그날 밤, 잠들 무렵부터 기침이 심해지더니 그릉그릉 하며 숨소리가 바뀌었다. 감기에 걸렸구나 싶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시부모님께 맡긴 채로 출근을 했다. 점심 먹고 쉬고 있는 중 '지잉'하며 휴대폰 진동음이 울린다. 키즈노트 공지사항 알림이다. 첫째와 같은 반 아이 세 명이 확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한 반에 여덟 명인데, 그중 세 명이 확진이라니. 가볍게 치부했던 첫째의 증상이 감기가 아닌 코로나일 것이라는 불안에 가득 찬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왔는데, 그날 따라 유독 둘째가 저녁밥을 안 먹는 것이다. '배고프면 알아서 먹을 것 찾겠지 뭐.' 하면서 내 신경은 콜록거리는 첫째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만약 우리 애가 확진이면 나랑 남편도 검사받아야겠지?'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아이들 자가검진키트 해봐야겠다.'
'첫째가 콜록거리면 둘째도 금세 옮겠지?'
'나까지 코로나에 걸려 회사에 못 나가게 되면 팀에는 뭐라고 말하나...3월에도 걸렸었는데..'
그러던 와중 "엄마, 엄마..!" 둘째가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엄마... 토..." 토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어넣고 잽싸게 화장실로 향하던 와중에... "꾸에엑!" 둘째가 토를 하고 우리 집 소음방지매트는 온통 토사물로 뒤덮였다. 매트에 토가 흡수될까 얼른 닦아냈다. 토가 묻어 엉망이 된 둘째 옷을 벗기고 얼굴을 씻겼다. 벗겨보니 얼굴뿐 아니라 가슴이랑 허벅지에도 토가 묻었다. 아이를 세워두고 샤워기로 닦아내고 한숨 돌리며 생각했다. '둘째도 보나 마나 확진이군. 코로나 너란 녀석 기어코 또 왔구나 우리 집에.'
그렇게 나는 휴가를 내고 두 아이와 함께 집에 있다. 이 글도 안방에 아이들을 낮잠 재워두고 쓰는 중이다. 다행히 나와 남편은 확진이 아니었다. 똑같이 3월에 코로나로 앓았어도, 면역력이 비교적 약한 아이들은 또 걸리기가 쉬운가 보다. 아이들과 집에 있는지 나흘이 넘어가자 아침마다 그토록 가기 싫었던 회사의 내 자리가 그리워진다. 매일같이 출근전쟁, 등원 전쟁을 치를 때는 '아 정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사나.' 싶었다. 요 며칠은 오로지 아픈 아이들 케어에만 집중하며 주부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삶은 실은 모성으로 포장된 무수리의 삶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픈 두 아이의 시중들기, 거 보통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보내던 한가로운 점심시간이 그리워졌다. 오늘 점심도 아이들이 싸워대는 통에 경단떡에 캡슐커피로 때웠다.
어젯밤 아이들을 재우면서 첫째에게 물었다. "코로나 걸려서 내일도 어린이집 못 가고, 금요일까지 어린이집 못 가는데 집에서 잘 있을 수 있어?" 첫째가 발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금요일까지 안가? 너무 좋아 좋아" 내가 회사 출근길에 발걸음이 무거운 것처럼, 아이도 등원길에 발걸음이 무거운가 보다. 코로나 핑계로 평소와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니, 기침은 콜록콜록해도 아이들 마음만은 설렌다. 특히 엄마가 회사에 안 간다니 더욱 신난단다. 내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아주 코로나로 수났네 수났어."
얘들아, 우리 격리해제일까지 꼭 붙어서 우리의 시간을 만끽하자. 다만, 그만 좀 싸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