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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Nov 14. 2022

두 아들과 피멍

어느 새인가 내 다리엔 피멍이 가실 날이 없다. 다리를 보면 늘 피멍이 한 두 개는 있는데 대체 언제 다친 것인지 모른다. 정체불명의 피멍이다. 그러나 피멍의 원인이 짐작은 간다. 아이들과 붙어서 우당탕탕하다 다쳤으리라.



딸을 안 키워봐서 모르겠다만, 딸 육아는 확실히 다르단다. 딸은 엄마가 다치거나 아프다고 하면 와서 '호'하고 불어주고, "엄마 괜찮아? 아프지 마."라고 한다던데. 우리 두 아들에게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따스한 반응이다.




"엄마 다쳤어. 엄마 아파. 엄마 울 거야."하고 "으앙~"하면서 우는 척을 해봤다. 아이들의 반응은?

"야호! 이겼다!" 엄마가 울면 이 친구들은 이긴 거다.



더 나아가서 아이들을 시험해봤다. "엄마 여기 무릎 다쳤어. 아파. 호~ 해줘"

"꾸욱!" 엄마의 멍든 무릎을 손가락으로 눌러댄다. 얄미운 꾸욱이라는 효과음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늘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중 가장 부상의 위험이 높은 때는 바로 잠들기 전. 어두컴컴한 방에서 애들을 재울 때다. '제발 자라. 엄마 아빠도 좀 쉬게.'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얼른 자라고 빈다.



그런데 우리 애들만 그런가. 아이들은 깜깜한 잠자리에서 더 신이 난다. 내가 누워 있으면 내 위에 그대로 고꾸라져 엎어진다. 얌전히 엎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점프하며 폴짝 뛰어서 내 위에 엎어진다. 숨 막히는 통증이 가시기도 전에 신이 나서 한 명 더 그 위로 엎어진다. "삼층석탑!" 하며 좋아라고 낄낄댄다. 1층은 엄마, 2층은 첫째 아들, 3층은 둘째 아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다. "아빠! 사층석탑 하자! 올라와!"



회사에서 자녀가 둘 있다고 하면 다들 성별을 물어본다. "둘 다 아들이에요." 대답한다. 물어본 사람의 얼굴에 스치는 찰나의 표정이 있다. 애잔해면서도 안타깝다는 표정. 보통 눈썹은 내려가고 입은 웃는데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그리고 말한다. "어휴. 고생 많으시겠네요."



그래도 아들 육아가 편하고 좋은 점도 있다. 데리고 나가서 뛰어놀려 힘 빼주면 오케이. 아침에 등원하면서도 머리 묶어줄 필요도 없다. 목욕하고 머리 말리기도 쉽다. 옷 투정도 없다. 그저 아이들의 풀파워만 감당하면 된다. 풀파워를 감당하다가 부모가 부상을 자주 입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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