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회사에 간 문과여자 (염지원)
책 제목 : IT회사에 간 문과 여자
작가 : 염지원
출판사 : 모로
뭐든 다 괜찮다는 설익은 위로를 남기진 못했다.
내게는 대개 뭐든 다 괜찮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저 이 기록이
나와 비슷한 매일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확실한 선을 정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관장할 수 있는 이 작은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
잘 해내고 싶다는 성실하고도 유약한 열망,
이게 쌓여서 결국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을 나누고 싶다.
- 프롤로그 중에서 -
나는 이 프롤로그가 참 와닿았다. 나는 뭐든 FM 스타일이고, 좋게 말하면 성실하고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뭐든 해야 하는 것이나 하고자 하는 것은 열심히, 성실히 해야 하고 그런 내 모습이 대부분 좋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사회생활/직장생활을 하면 이런 부분들이 단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나 스스로도 느끼고 주변에서도 많이 이야기한다. 그렇게 일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나도 사회생활해봐서 다 안다고 가볍게 웃어넘기지만 사실 속이 쓰리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서는 그래도 이 성실함이 곧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보이지 않더라도 나를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믿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또 믿는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낙관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책을 통해 나와 같은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어쨌든 낙관주의자가 세상을 만든다. 나는 믿는다. 내가 열심히 또는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100% 보상과 혜택이 없을 수도 있겠지.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언정, 세상은 혹은 적어도 나는 무언가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그리고, 다시금 일의 현장에서, 삶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려는 낙관주의자들에게 혹은 나 스스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너무 잘하고 있다고.
내 나름대로 정한 원칙은 일과 사람은 사랑하되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사랑과 회사에 대한 사랑을 분리하는 건 너무 어렵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보편적인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략)…
이걸 알려면 약간 경력이 쌓여야 하고, 시간이 흐르면 답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늘 불안감을 껴안고 지내야 한다.
그래도 이 일이 내 이력서에 어떤 의미인지 꾸준히 생각하며 지내야 한다.
그래야 어쩌다 보니 일을 사랑하게 된 인생을 지킬 수 있다.
IT회사에 간 문과 여자 , 99p
여성이자 이란 출신 최초로 수학계 최고 권위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마리암 미르자하니 교수는
“수학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내가 재능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개인 안에 내재된 창조성을 발현해줄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가 좇아왔던 방향이자,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듣고싶던 말이었다.
IT회사에 간 문과여자, 6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