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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Jun 23. 2020

남도바닷길 미식로드

1박 2일 동안 이색 먹방여행

본래 해외보다 국내를 더 좋아하는 여행자이지만, 그럼에도 코로나로 해외를 못 간다고 하니 해외가 가고 싶어 졌다. 평소에 별생각 없었는데 무언가가 막으니 또 그렇게 아쉬운 그런 기분인 몇 달이었다. 

그런 와중에 찾아온 한 국내여행의 기회. 관광 상품을 기획 후, 지자체/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초대해 평가받고 상품을 최종 보완하는 일종의 팸투어였다. 그렇게 순천&보성&광양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상품이 '남도바닷길 미식로드'인 만큼 음식이 여행 일정 내내 함께한 여행이었다. 그 느낀 점을 기록하는 글이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움 속에서 다이닝을


다이닝은 1박 2일 동안 1일 차 저녁에 한 번, 2일 차 아침에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다. 1일 차 저녁에는 광양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2일 차 아침에는 보림제다 녹차밭에서. 

다이닝 자체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다이닝이라는 정찬에 한번, 장소에 두 번, 맛에 세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광양을 안 가본 사람도 아는 광양의 특산물, 매실. 하지만 광양을 실제로 가 본 적이 없어서인지 맛에 대한 경험이 짧아서인지 매실은 음료 종류로는 많이 접했어도 음식으로는 제대로 접한 적이 없는 열매였다. 그만큼 익숙한 듯 낯선 매실로도 이렇게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구나- 알려준 순간이 바로 이번 남도바닷길 미식로드의 '매실 다이닝'이었다. 매실 장아찌부터 매실 막걸리, 매실로 양념한 반찬들... '올해 먹을 매실은 다 먹는 날이구나'하면서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특히 반찬은 매실로 만들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기존의 매실 맛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매실 막걸리는 다이닝 전에 갔던 청매실농원에서 사고 싶은데 들고 올라갈 자신이 없어 포기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타나 주니 감사합니다! 제가 다 마시겠습니다!

여기에 광양 불고기까지 전문가가 구워주시니 이보다 더 미식 여행스러운 저녁 식사는 해외를 포함해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두 번째 다이닝은 보성 녹차밭에서의 아침식사.

보성에는 여러 녹차밭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관광지보다는 실제 녹차를 재배하는 곳에 가까운 '보림제다'에서 모닝 다이닝 경험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녹차밭 사이를 지나 도착한 다이닝 장소. 녹차밭과 잘 어울리는 정갈한 테이블과 깔끔한 수제 도시락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아니면 내가 배고파서 그렇게 보였거나) 

그중에서도 반듯한 2단 도시락 케이스는 특히 한정판 같은 비주얼을 뽐내고 있어 허리춤에 안고 서울까지 데려오기까지 했다. 그만큼 도시락을 열기 전부터 이미 비주얼에 삐빅-입덕 하셨습니다.

녹차밭에서의 아침식사라니. 낭만적이야

도시락을 열면 이렇게 여러 반찬들이 가득! 알찬 자연주의 반찬이 검은색 도시락 케이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열자마자 육성으로 "우와!". 아침 특유의 흐린 구름들 속에서도 쨍한 초록빛을 보여준 녹차밭과도 여지없이 잘 어울리는 색감이었다. 

음식도 보성의 숨은 요리 명인께서 손수 만드신 음식이고 재료도 인근 혹은 보성 지역의 식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코멘트도 들으니 단순히 음식이 담긴 도시락이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번 여행 상품의 취지와도 잘 맞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한 입 한 입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매화 철이 되면 이 풍경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다녔던 국내여행과는 사뭇 다른 여행 방법이었다. 여행지를 둘러보고 사진 찍고 끝나는 여행이 아닌, 그곳의 히스토리를 들으며 최대한 오감으로 장소를 이해하는 방식의 여행이었다. 

예를 들어, 광양 청매실농원은 홍쌍리 명인께서 긴 세월 동안 가꾸며 유지해온 매화마을이었는데 직접 나무에 열린 매실을 만져보며 색은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떻게 이 거대한 규모의 매화나무들을 다 보살피는지 만지고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매실을 먹어보기까지. 덕분에 처음으로 생 매실이 무슨 맛인지 알았고 왜 매실 마을이 됐는지도 기억하게 됐다.

아삭아삭 오이지 같으면서도 매실의 진한 단 맛이 가득

이런 경험은 1박 2일 동안 차곡차곡 쌓여갔는데 보성 보림제다에서도 선생님께서 차를 직접 만들어 주시며 평소 차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모두 받아주셨다. 커피를 못 마셔서 차를 즐겨마시는 나로서는 더 관심이 갔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사발로 받은 차는 세 번에 걸쳐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잔은 술잔을 들듯이 잔을 잡고 받는 것이 아니라, 받치는 잔의 모서리만 살짝 잡으면 된다고 한다



지역 특색을 살린 한정식


갯벌 한정식

그럼에도 단순하게 맛있게 먹는 것도 먹방 여행에는 필수! 입만 열심히 움직이면 되는 식사들은 모두 무려 '한정식'이었다. 갯벌 한정식, 남도 한정식, 슬로푸드 한정식... 모든 식사가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이 나오고 또 나오고 그런데도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자꾸 권해주셨다. 아, 이런 게 남도 음식이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남도 한정식을 먹으면 가짓수가 많다고 했구나.

모든 한정식도 남도여행답게 그 지역의 식재료로 만들어졌다. 보성 녹차로 만든 떡갈비, 남도 바닷가에서 나는 해산물, 순천의 토종적갓으로 담군 꽃물 김치 등 어느 것 하나 내가 사는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음식들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배 터지게 먹을 수밖에. 배부른 배에 넣고 또 넣으니 1박 2일만에 집에 돌아와 체중계 위에 서니 흠. 침묵하게 되더라. 다시 되돌리는 데에 며칠 걸렸을 만큼 위를 늘리고 늘렸던 식사들이었다.

녹차 한정식
녹차로 만든 떡갈비


남도바닷길 미식로드 마지막 식사는 슬로푸드 한정식
꽃물 김치 국물로 만든 국수



올라오는 KTX에서 되돌아보니 꿈을 꾼 것은 아닌가-싶었을 정도로 특별했던 남도 미식 여행. 

지금껏 행해온 비슷비슷한 국내여행들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국내여행은 이런 것'이라는 한계가 있었는데 그 허들을 뛰어넘은 이색 여행을 다녀왔다. 이 기회를 주신 팜 파티아 측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여행을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기억이 실로 되어있다면 1센티도 자르고 싶지 않은 완벽하게 소중한 여행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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