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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ug 14. 2020

계획적인 성격의 단면

아무리 계획해도 인생에 변수는 필수니까

계속되는 심리테스트 유행으로 나 또한 친구들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심리테스트들을 접하고있다. 중간이 없고 언제나 모 아니면 도를 확실하게 정하는 성격 덕분에 테스트 결과과 매번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흡사하게 나와 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최근 한 심리테스트 결과 또한 그랬는데 그 테스트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했다.

'소수가 모이는 소모임을 좋아하고 혼자 놀기의 달인인 당신은 공감을 잘하고 친절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침착하고 성실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맡은 일은 어떻게든 까지 밀고나가 해결하며, 생각해놓은 계획이 틀어지면 당황하는 당신은-'

이 중에서 가장 나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계획'이라 생각한다. 계획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계획의존형이다.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서점에 가기 전에 어떤 책들을 찾아봐야할지 후보를 미리 찾아보고, 여행갈 때 일정 짜는 것은 기본. 하물며 내후년에 갈 세계여행도 벌써 어느 나라들을 가볼지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계획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밥을 먹으면 양치를 해야하는 것만큼이나 습관이다.


계획적인 성격은 학교를 다닐 때부터 곧잘 드러났다. 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언제나 성실하다는 말이 붙었고 장래희망을 쓰는 칸을 두고 친구들이 고민할 때에 0.5초의 고민도 없이 '작가'를 쓰거나 '방송작가'를 쓰곤 했다. 작가라는 꿈도 참 한결같고 나름 그 시절의 나에게는 원대한 계획이어서 중학생 때부터 고3때까지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미래의 나를 이미 그려놓았던 것이다. 

그 때는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걸 좋아하는 것에 대해 크게 인지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어린 사람에 불과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계획적인 성격을 장점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계획적으로 착실하게 지내는 학생을 좋아했고 그런 류의 말을 들으며 자랐으니까. 게다가 학교와 학원, 집만 오가는 학생에게 일어날 변수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다가 대학을 가기 전, 첫 변수가 찾아왔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나 문예창작과를 두고 다른 과를 선택했던 것이다. 결국 입학 뒤 한 학기만에 후회했고 내가 만든 변수에 1년 가까이 대학을 다시 갈까 방송 아카데미를 들어갈까 심적으로 고민만 1년동안 했다. (물론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글쓰는 것은 딱히 전공이 필수가 아니더라)

지금도 변수를 제일 싫어한다. 예정됐던 약속이 취소되는 것, 하루의 일과를 아침에 정리해서 차례대로 하고있는데 대뜸 새로운 할일이 끼어드는 것 등이 나에게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변수다. 최근 코로나19가 찾아와 포르투갈 왕복 항공권을 찢은 일 또한 그 축에 속했다. 작년부터 일정을 잡아둔 여행이었기에 나름 긴 시간동안 저축을 하고 디데이를 세고 있던 나에게는 취소하는 순간까지도 조금 더 버텨볼까 고민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살면서 변수가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은 계획의존형인 나조차도 인정하는 진리다. 6년을 넘게 작가가 되고싶다했지만 막상 전공은 문예창작과를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2020년 추석에는 포르투갈에 간다며 1년 전부터 그렇게 좋아했지만 취소 절차를 밟고 환불을 기다리고있는 것처럼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려도 지우거나 그 위에 다른 그림을 긋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지인들은 언제나 나에게 이런 성격이 리더가 될 상이라며 좋게 봐주지만, 나는 이 성격을 장점이라고 말함과 동시에 경계해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변수가 찾아오면 사소한 일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런 경우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잦아지고있기 때문이다. 계획된 길을 한 눈금이라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은 분명 앞을 미리 내다보고 편안하게 걷고싶은 마음 때문인데 오히려 더 불안이 잦은 것 같다.


하지만 올해 떠오른 고민은 답을 찾은 것이 없다. 이 고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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