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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ug 31. 2020

코로나가 확진자 인생만 건드린 것은 아닌지라

코로나 직격탄 맞은 여행사 직원이 긴 휴직에 대처하는 방법

코로나 기사가 나기 시작한 연초부터 강제로 직장과의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상반기가 한 것도 없이 지나가고 벌써 곧 9월이란다. 

'항공권 취소 안 했으면 한 달 뒤 포르투갈 가는 거였네?' 디데이 백 단위까지를 매일 휴대폰 배경화면을 통해 보다가 항공권을 취소하면서 삭제했다 보니 갑자기 D-100에서 D-30으로 시간이 건너뛴 것 같았다.


'항공/여행업 특별고용지원 2021년 3월까지 연장'

며칠 전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은 하나다. 

나 내년 3월까지 노는 건가?


11월까지는 예상했지만 정부에서 특별고용지원을 연장한다면 여행업계는 더 오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인력을 100%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전에 정리해고를 당할 수도 있지만 이러나저러나 이직을 안 한다면 2020년이 통째로 방학인 거다. 

5월부터 8월까지는 건강한 식습관 프로젝트를 한답시고 온 신경을 프로젝트에 쏟았으니 뭔가를 했다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작년 말에 산 2020년 다이어리에 한해 목표를 '생산성 있는 한 해를 보내자'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어두었다. 선택한 길을 옳게 만들자고 다짐했고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는 책까지 읽었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 목표가 뚜렷한 편이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기준도 어느 아이돌 가수의 팬이 된 계기도 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강연이나 유료 구독 서비스에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쓰는 이유도 동일하다. 

누군가 '전 세계가 2020년은 없던 것으로 치고 내년부터 2020년을 하기로 합의하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분께는 농담 반 진담 반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진담 100%짜리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기분이다.

지금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가는 5년 뒤는커녕 당장 내년의 내 모습도 목표한 바가 아닐 것 같은 불안함이 생겼다.


불안감에 내가 지금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년 뉴욕에 혼자 여행 갈 것을 대비한 아주 기본적인 영어 회화 공부, 힘들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식단,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없을 무로 돌아갈 블로그, 커리어를 위해 공부해야 할 영상 제작 툴과 포토샵 공부까지.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니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하루 24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 이 상황이 어쩌면 나의 성장에 꼭 필요한 기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다. 


유튜브 영어 채널을 구독하고 매일 운동을 챙기고 학원에 등록했다. 매일 구독한 언론사 기사들을 챙겨보고 뉴스레터도 꼬박꼬박 개봉했다. 물론 하기로 다짐한 것들 중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 집중이 잘 되지 않고 하기 싫을 때도 있다. 특히 영어는 쥐약이라 안 하던 짓을 하자니 하기 싫다. 입을 삐죽 내밀고 억지로 하는 중이다(안 하자니 시간이 남아돌아 심심하기 때문이기도.).

반대로 즐거운 것도 있다. 아침 7시 30분쯤 포털사이트 메인에 새로 올라온 여러 분야의 콘텐츠들과 구독한 뉴스레터/언론사 기사들을 보는 시간이 즐겁다. 여유롭게 아침 먹으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문장들을 읽어나가는 시간들이 아침부터 열심히 사는 기분이 들게 한다.  

건강도 챙기기 시작했다. 상반기부터 '건강한 식습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최소한의 운동에 관심이 생겼다. 유행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았는데 그중 하나가 스트레칭이다. 평소에 가방에 짐을 최대치로 넣어 다니고 여행도 많이 다녀서 오른쪽 어깨가 만성으로 아팠다. 크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자주 아파 은근 신경이 쓰였는데 매일 스트레칭을 하면서 통증의 빈도 수가 많이 적어졌다. 또 스트레치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골반이 생각보다 많이 틀어졌고 때문에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더 힘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매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렇게 새로운 도전들을 많이 꺼내 들었지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해서는 불안하다. 코로나라는 큰 변수 때문에 몇 년 전에 생각했던 목표들까지도 차질이 생겨 '당연히 가능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내년에 정말 뉴욕을 갈 수 있을지, 나는 이직을 해야 하는 것인지 좀 더 버텨야 하는 것인지, 이직을 하면 내후년에 세계일주를 가겠다는 목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엉킨 실타래가 된다. 

단지 잘 모르겠을 때는 앞뒤 쟤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는 어느 조언을 따를 뿐이다. 

물론 그럼에도 가장 바라는 바는 코로나가 하루라도 빨리 지구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변수가 끝나고 다시 계획이 방황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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