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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ug 03. 2021

요즘은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사람이 대단해 보여요

개수로 승부를 보는 잔잔바리 다능인이 바라 본'끈기'

그 사람의 취향은 유튜브 피드를 보면 다 나온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유튜브 피드를 보면 에게는 절대로 뜨지 않 주제의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 병원 다큐 3일, 자동차 유튜브 채널 등 처음 보는 채널들이 보이는데 "와 이렇게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를 나는 왜 몰랐지? 구독자 봐" 놀랄 정도다. 나 빼고 다 유튜버인 거 아닐까.

나의 피드는 80%가 상식 영상이다. 이걸 상식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이런 걸 사람들이 다 상식으로 안다고?), 세계사/인문학/재테크 등 여러 분야의 정보가 나 좀 잡숴주세요-하고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다.

이런 종류의 영상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어느 한 분야에서 소위 '잘 나가는' 전문가들을 보게 된다. 처음부터 재능을 타고난 천재도 있지만 대체로 스스로 시도하고 도전해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고 그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대단 만큼 영상 속 내용에 집중하게 되면서도 문득 부러운 기분이 올라온다.

어떤 한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는 환상에 가까운데 그런 사람이 된 그들에게는 현실이니.


TV에서도 포털사이트에서도 올림픽이 한창이다. 코로나로 올림픽 분위기가 안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염병도 이겨내는 올림픽의 열기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여기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활약도 매일같이 들려오니 식을 틈도 없이 펄펄 끓기만 한다.

뉴스를 보면서 누가 16강을 진출했고 누가 금메달을 땄다는 결과에 가까운 소식을 접하지만, 사실 나의 관심은 경기 결과보다 대한민국 '대표팀'에 더 치중되어 있다. 메달을 얻었든 못 얻었든 한 나라의 대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멋있다. 한 종목을 몇 년 혹은 몇십 년 동안 매일 연습하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만 생각해도 지칠 것 같은데 대한민국 최상위권에 들어갔다니. 얼마나 독한 끈기와 목표 의식을 가져야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경이로울 따름이다.


예전에 유퀴즈에 출연한 나영석 PD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옛날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사람이 대단해 보여요'

딱 요즘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결과만 보였다. 지금 현재 똑똑하고 돈을 많이 벌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현재의 모습에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의 '과정'이 더 부럽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계속하다 보면 하기 싫은 순간이 생기고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쓰기 싫은 날이 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사에서 일하는 게 싫은 때도 있었다. 사진 찍는 행위를 좋아하고 잘 찍고 싶지만 그 행위가 귀찮아지는 날도 있다. 입 삐죽 나오고 이마에 내 천자가 생기는 순간은 반드시 존재한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은 이런 순간들을 이겨낸 사람일 거다.


 끈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깊이는 얕아도 지속적으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끌고 가는 몇 가지 있다. 블로그&SNS 운영이나 기상 후 스트레칭, 홈트레이닝, 일기 쓰기 등 소소한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꽂히면 독한 구석이 있다. 산이라고는 동네 약수터밖에 가지 않았던 사람이 대뜸 한라산과 북한산 정상을 찍었던 것처럼. 

하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행하는데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체로 선긋기가 확실하다. 하루에 투여되는 시간이 많은 것들은 심적으로 곧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횟수가 많아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관둔다. 인간관계, 적응, 새로운 기회 등 여러 방면에 선을 긋는다. 동네 친구들도 심지어 심심풀이로 하는 성격 유형 테스트들도 이미 다 아는 단호함이다. 포기하는 순간 다시는 되돌아보지 않는다. 렇게 포기한 것들이 많다. 영어와 중국어를 직장을 다니면서 학원을 다녔을 정도로 호기롭게 도전하더니 숙제를 못 따라가 8개월 만에 어렵다며 그만두었고 일 년 동안 매일 블로그에 장문의 일기를 쓰겠다더니 다섯 달째부터 슬슬 밀리더니 역시 숙제같이 느껴져 포기했다. 사람과 직장을 대할 때도 속으로 옐로 카드를 몇 번 들며 참다가 퇴사! 절교! 를 외친다. 좋게 말하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넵넵장인'이지만, 스스로를 극으로 몰아붙이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아쉬움을 스스로 잘 알기에 무언가를 꾸준히 이어간 끝에 결실을 하나 둘 맺는 사람들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비결 좀 알려주세요!


다행스럽게도 시작은 잘한다. 목표 세우는 것을 좋아해 일단 시작은 한다. 덕분에 해 본 것은 많다. 자칭 '잔잔바리 다능인'이다. 얕게 이것저것 다 발은 담가 본다. 남은 2021년 하반기도 많이 쏘 다니고 해 볼 예정이다. 휴대폰 메모장 속에 하고 싶은 것들을 줄줄이 읊어 놓았다. 하나씩 취소선을 그으며 모두 할 생각이다.

매번 존경하고 부러운 '잘 나가는' 사람들만큼 대단한 끈기는 없으니 개수로 대리만족을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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