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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Sep 16. 2021

제주도 동쪽만 파는 여행덕후가 추천하는 구좌읍 카페4

훗날 제주도를 간다면 반드시 일정에 포함할 카페들만 모아모아!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제주도 뿐만 아니라 근교 섬까지 모두 섭렵했다. 한 달 살이 이후로도 서포터즈 혹은 팸투어로 제주도를 자주 다녀왔고 사계절을 모두 봤으니 웬만한 곳은 두 번째 혹은 N번째로 가는 격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많은 관광지보다는 나와 결이 잘 맞는 장소를 찾아 나서게 되었고 그게 마을이다. 내가 제주도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을에 있다. 낮고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웬지 모르게 다른 대한민국의 지역보다 마을 단위가 명확해 보이는 풍경은 때때로 제주도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볼 때마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제주도의 마을 중 가장 아끼는 곳을 말하자면 단연 구좌읍이다.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 하도리 월정리 행원리 김녕리 등이 모두 구좌읍에 속한다. 처음에는 구좌읍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음...월정리도 좋고요 종달리도 좋고요. 아! 하도리도 초록초록한 풍경이 많아서 좋아해요."

가장 좋아하는 마을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구좌읍이 아닌가. 그렇게 구좌읍은 제주도 최애 마을이 되었다.


나와 결이 가장 잘 맞는 곳이 구좌읍이라는 확신이 생기고나서부터는 제주도를 갈 때마다 항상 구좌읍을 찾는다. 유독 알록달록한 마을과 조용한 분위기, 제주도의 대자연을 볼 수 있는 숨은 여행지인 철새 도래지, 해안도로 등 꼭 보고 올라가야할 곳들 천지이지만 구좌읍을 소개하면서 카페 몇 곳을 빠뜨리면 안된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구좌읍의 여러 카페를 다녔는데 그중 현재까지 꾸준히 갔고 육지에 있는 시간동안 자주 생각이 나고 훗날 제주도를 가면 꼭 갈 카페들을 소개한다.


모뉴에트

모뉴에트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장님의 아버님 취향이 오롯이 담긴 음악 카페다. 때문에 수다를 떨러 가기 보다는 조용히 음악을 듣고싶은 여행자들에게 더 적합하다. 

개인적으로는 택배 문의까지 했을 정도로 전국 최고의 까눌레 맛집이기도 하다. 모뉴에트를 첫방문하기 전까지 까눌레는 좋아하는 디저트 목록에 끼지도 못했는데, 여기에서 까눌레를 먹는 순간 단번에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가 되었다(현재 택배는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종달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주황빛과 베이지 중간쯤 되는 모뉴에트는 종달리 마을과 위화감이 없다. 마을에 자연스레 녹여있는 카페라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들어가 보게 된다.

음악 카페답게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카페 내부는 온통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각종 CD와 LP, 스피커까지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뉴에트를 방문한다면 천국에 입장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비싸다는 확신이 들만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꼭 먹어봐야 할 메뉴는 단연 까눌레. 까눌레 종류가 많지만 육지로 돌아가면 못 먹을 맛이니 가급적 하나씩 다 먹어보도록 하자.

프랑스 디저트인 까눌레를 만들 때에는 잡내 제거 및 향을 넣기 위해 술의 한 종류인 럼이 들어간다고 한다.  모뉴에트는 럼 대신 한라산 소주를 넣어 만든다. 프랑스 디저트가 제주도산 까눌레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오픈 초기에는 한라산 까눌레만 판매했던 것 같은데, 점차 인기가 많아지더니 현재는 얼그레이 제주 말차 피스타치오 인절미 츄러스 쇼콜라맛도 생겼다. 덕분에 모뉴에트를 갈 때면 끼니를 거르고 식사 목적으로 가게 된다. 하나도 놓칠 수 없어.

모뉴에트의 말차라떼는 고급 우지 말차라는데 씁쓸한 맛보다는 달달한 맛에 가깝워 초딩입맛도 마셔볼만 하다. 말차에 대한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법도 하지만 모뉴에트에서 직접 만든 말차 베이스라고 하니 평소 녹차라떼 혹은 말차라떼를 즐겨 마셨다면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도전 아니겠는가.


화수목

오픈 시간을 기다리며 주변을 산책하다가 들어갔을만큼 안 가면 안되는 카페가 있다. 바로 한동리 해안도로에 위치한 카페 화수목이다. 한동리 마을을 가로질러 해안가까지 쭉 걸어오면 나오는 카페 화수목은 넓은 잔디밭이 인상적인 곳이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법한 누군가의 가정집같기도 해 그 모습이 정겹다. 

카페 화수목은 아이스크림이 주력 메뉴다. 제주 우유로 만든 것만으로도 제주도의 특색이 강렬한데 그 함량까지 높아 우유 특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다른 곳의 아이스크림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맛이다. 아이스크림 입자까지 굉장히 단단한 느낌이라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면 툭-툭- 부러뜨리는 느낌이다. 

평소 아이스크림은 굳이 사 먹지는 않는 그저그런 존재인데, 카페 화수목만 가면 아이스크림 찐팬이 된다. 

10월부터 나오던 가을밤과 상시 판매하는 말차파운드케이크

개인적으로 아이스크림만큼 맛있는 메뉴를 꼽으라면 단연 '가을밤'과 '말차파운드케이크'다. 

가을밤은 무려 가을 시즌에만 나오는 한정 메뉴다. 메뉴명에서도 모양에서도 이미 답이 나왔듯이 밤의 은은한 달달함이 있는 마들렌 식감의 디저트다. 퐁신퐁신한 매력이 있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과 찰떡궁합이더라. 현재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인지 메뉴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만약 가을밤을 찾는다면 카페 화수목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주목하자. 

말차파운드케이크는 흔히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카페 화수목에 갈 때마다 찾는 메뉴다. 말차맛이 진하고 빵가루가 꽉 찬 케이크라 겉보기에는 흔해 보여도 맛은 결코 흔치 않다. 아이스크림만큼이나 재료를 아끼지 않은 것 같은 맛이다. 녹차 말차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카페 화수목은 더욱더 필수 코스에 넣어야 한다.

날씨가 도운 여행이라면 카페 화수목에서 보는 일몰을 추천하고 싶다. 계획하지는 않았고 우연히 카페를 나오는 타임이 일몰 시점인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본 일몰은 몇년이 지나고 그 뒤로 수 많은 장소에서 일몰을 봐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카페와 잔디밭 색감과 너무나 잘 어울려 '사장님이 가게 터를 잡을 때 이것까지 큰 크림을 그린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풍경이었다.


여유로이

앞서 추천한 '화수목'과 '모뉴에트'를 발견한 뒤로 두곳만큼 마음에 드는 카페는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제주도를 갈 때마다 새로운 카페를 갔지만 매번 '여기는 경험으로 만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만난 것에 집중하자며 인생 카페를 찾는 것을 관둘 때쯤 만난 세번째 카페 '여유로이'다.

여유로이를 추천하지만 조건이 있다. 가급적 오픈 시간을 맞춰 갈 것. 카페 내에 다양한 모양의 좌석과 테이블 창이 있는데 원하는 자리를 선택했을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아 오픈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다.

어차피 커피를 못 마시기도 하고 항상 카페를 가면 다른 카페 메뉴판에는 없는 메뉴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레인보우비치'는 어린이 전용 음료마냥 겉모습이 알록달록 색감의 극치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무지개빛 음료에 돌고개 모양의 파란 얼음이 동동. 무지개를 헤엄치는 돌고래를 연상케하는 귀여운 음료다. 레인보우비치는 무슨 맛일지 상상이 안 가는 상태에서 주문했는데 히비스커스와 사과쥬스가 섞인 이색 음료였다. 히비스커스의 상큼한듯 쌉싸름한 맛과 사과쥬스의 달달한 맛이 섞여 뭐랑 비슷한 맛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논커피를 좋아한다? 꼭 드셔보시기를.

여유로이를 찾았던 이유는 이 모나카키트에 있었다. 미리 찾아본 여유로이 메뉴에서 '모나카키트' 비주얼을 본 순간 방문을 확정지었다. 귀여운 플레이팅도 한 몫했지만, 모나카를 직접 만들 수 있게 했다니. 아이디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모나카를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는 찾으면 쉽게 나오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게 하는 곳은 정말 흔치 않다. 모나카 키트에는 팥과 녹차팥, 버터가 각각 담겨져 나오고 모나카 과자와 귀여운 쿠키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등장한다. 먹기에 아깝지만 먹고싶은 마음이 언제나 이기는 법.

팥들의 양이 생각보다도 많다. 모나카에 듬뿍듬뿍 바르지 않으면 남은 팥만 떠 먹어야할 정도다. 여기에 버터까지 있으니 어색한 손놀림으로 모나카를 완성해도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제주도에서 카페투어를 하면서 빵만 너무 먹어 새로운 디저트를 찾고싶다면 여유로이가 정답이다.


수카사

사장님 부부의 친절함이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브런치 카페 '수카사'. 먼저 다가와서 세심하게 챙겨주고 계산할 때 말고 걸어주셨던 감사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곳이다. 수카사는 행원리 마을 안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로 구좌 방파제를 향해 가는 마을 길에 위치해 있다. 바로 맞은편에 유명 제주 소품샵인 '워너비제주'가 있어 소품샵과 함께 여행 일정에 넣기 좋다.

양쪽으로 나 있는 넓은 창들로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카페 내부는 '예쁘다'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하얀 프릴과 앤틱한 가구들의 조화가 행원리 마을을 걷다 들어오면 다른 세상으로 넘어 온 것 같은 낯선 기분이 들 정도다.

수카사에서 제일 동화같은 비주얼의 브런치 메뉴를 꼽자면 '해피준'이다. 색감이 가장 다채롭고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숲속같달까. 코코넛 프렌치 토스트와 갖은 과일들, 제주산 벌꿀과 연유가 접시 하나에 가득 담겨 등장하기 때문이다.

달콤하고 상큼하고 다 하는 기특한 브런치 한 접시에 이 카페를 발견한 나 자신도 기특해진다. 그리고 곧 '다음 번에는 꼭 다른 브런치 메뉴도 먹어봐야지!' 재방문을 다짐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로 제주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은 추천이라고 썼지만, 카페들을 다시 방문하게 될 머지 않은 때에도 온전히 있기를 바라는 욕심이 담겨있기도 하다. 단골마냥 찾지 않는 이 시기에도 이 카페들이 사랑 듬뿍 받아야 나도 결국 '오랜만이다!'라며 카페 문을 열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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