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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Dec 03. 2021

부침이 있는 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언제나 빛이 난다

유퀴즈 - 민희진 아트디렉터편을 보고

부침이 있는 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언제나 빛이 난다


올해의 키워드를 생각해 보자면 '완벽'이다. 완벽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인간관계 커리어 재테크 등 삶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방면에서 완벽해지고 싶었다. 2020년에 대한 반항에 가까웠다. 재작년 초 코로나가 시작되고 장기 휴직에 들어간 데다 매년 가던 여행도 못 다녔다. 일 년 전에 끊어둔 항공권을 취소해야 했고 하반기에는 다이어트에 꽂혀 제대로 외출도 하지 못했다. 못 먹어서 기운이 없으니 집 안에 있다고 뭘 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한 게 없는 한 해'다. 매일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하거나 뽈뽈 돌아다녔던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쳐짐을 느다. 그 뒤쳐짐을 메꾸고자 올해는 부지런히 노력했다.

친구와 유튜브를 운영함과 동시에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했고, 개인 굿즈 몇 가지를 제작했으며, 출장을 다니며 블로그를 운영했다. 회사도 두 곳을 다녔다. 지금 다니는 직장 이전의 회사에서는 야근 지옥에 빠져 혼자 사무실 문을 잠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에 휴일에 개인 채널들을 챙기고 나면 푹 쉬는 날은 없었다. 그 와중에 등산 모임에 들어가 틈틈이 등산까지 다녔다. 퇴사 후 현 직장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바짝 여행과 크리에이터로써 출장을 다녔다. 주변 사람들이 약속 잡기 힘든 사람이라고 할만한 한 해의 끝에 서 있다.


그럼에도 항상 나보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가장 최근에 방영한 <유퀴즈 온 더 블록-민희진 아트디렉터편>이 그랬다.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과 앨범 뮤직비디오 의상 세계관 등 전반적인 그림을 모두 담당하는 아트 디렉터로 일하는 그녀였다. '덕질로 1~20대를 보냈으면서 왜 이제 알았지?'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대단한 직업도 시선을 집중하게 했지만, 오롯이 일에 전념하며 보낸 2~30대 끝에 이사가 된 한 커리어 우먼의 역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 보면서 계속 "와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읊조렸다. 옆에서 같이 보던 엄마께서 "너도 될 수 있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라고 했던 것을 보면 꽤 여러 번 말했던 것 같다.


재벌 2세나 로또 1등 당첨자의 노력보다는 자수성가 노력 더 관심이 간다. 타고난 능력을 써 온 사람보다 0부터 매일 1을 쌓아온 사람들을 더 멋있어한다. 서러운 절제와 독한 끈기 처절한 긍정 끝에 꿈꾸던 것을 쟁취하거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사람들을 응원하고 닮고 싶어 한다.


그건 더 시간을 쪼개 성장에 쏟고 싶은데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나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일 열심히 뭔가를 하는데 완벽이 100라면 항상  20 못 채운다. 끈기 있게 하는데 디테일이 부족하고, '해볼까?'하고 시작했다가 '아휴 못 하겠다'하고 관둔다. 가장 잦은 예가 오늘 할 일을 싹 정리해놓고 퇴근 후에 막상 책상 앞에 앉아 뭘 하려고 하면 졸려서 "아 졸려. 그냥 내일 해야지." 침대로 향한다. 그렇게 나는 미루거나 대충 마무리 지은 것을 누군가는 완벽하게 끝낸다. 그 완벽한 결과물을 발견하면 고개가 숙여진다. 아 나는 왜 마무리가 항상 부족하지? 일의 마무리뿐만 아니라 자기 조절력에서도 마무리가 부족하다.


아직 세상 밖으로 공개하지 않은 낙서에 가까운 글 조각에도 커리어 우먼에 대한 동경들이 많이 담겨있다. 그만큼 항상 더 열심히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삶을 꿈꾼다. 물론 매번 졸려서 배가 고파서 화나는 일이 있어서 서러워서 힘들다는 이유로 동경하는 사람들의 버팀의 발 끝도 따라 하지 못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번 유 퀴즈 속 아트 디렉터와 같은 사람들의 역사를 보고 들으며 다시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그들처럼 0부터 매일 1을 더하지는 못하지만 0.5 정도는 더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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