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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Dec 09. 2021

모든 것을 담으려는 의지에 대하여

알쓸신잡 시리즈 속 김영하 작가님의 습관들


인생 예능이 tvn 예능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리즈다. 세 시즌에 걸쳐 방영됐던 프로그램으로 과학자 작가 푸드 칼럼니스트 건축가 등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국내외 여행을 다니면서 그야말로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식들을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실제로 한번 촬영할 때마다 출연진들이 말하는 시간만 해도 12시간이 넘어갔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주제의 지식이 쏟아진다.

알쓸신잡은 본방사수할 때부터 '이건 여러 번 재탕을 하겠구나' 싶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뭐라도 배울 것이 있는 예능을 좋아하는데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니 어쩌면 인생 예능이 아니면 그게 더 신기할 일이다.


알쓸신잡에 나오는 모든 전문가가 엄청난 지식량과 통찰력을 갖고 계셔서 여덟 번 다시 보고 있어도 놀라운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김영하 작가의 부지런함이었다. 작가님은 세 시즌 중 두 시즌에 출연하셨는데 시즌 내내 체험이란 체험은 다 하시더라.  한지 만들기, 쿠킹 클래스, 오리배와 레일바이크 타기, 자석 만들기, 인쇄 체험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싸다는 이유로 하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지나치는 것들을 작가님은 죄다 하며 여행하셨다. 어찌나 직접 하는 것에 능동적이신지 시즌1 중반부터 이미 다른 출연진으로부터 체험은 김영하 작가가 대신할 거라는 말이 나온다.

작가님은 손바닥만 한 얇은 수첩을 셔츠 포켓에 넣어 다니신다. 그리고 대화 중간중간 적극적으로 말을 줍는다. 출연진이 가장 좋았다는 해수욕장, 꽃의 이름, 새로 알게 된 단어들을 수첩에 모두 적는다. 여러 편을 보다 보면 김영하 작가이 적고 되묻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작가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대한 오감으로 체득하고 손으로 기억하려는 의지가 습관으로 자리 잡혀 있.


보이고 들리고 냄새가 나고 만져지는 모든 것을 담으려는 의지는 생각보다 어렵다. 누구나 그렇듯 메모의 힘을 알기에 손이 자주 갈 법한 수첩을 사서 들고 다녔지만, 희대의 교육 서적 '수학의 정석' 마냥 초반에만 열심히 쓰고 이내 적는 것을 게을리했다. 여느 습관이 그렇듯 메모하는 습관도 몇 년을 도했건만 지독하리만치 자꾸 멀어진다.


김영하 작가님이 촬영 때마다 아침 식사를 드시고 오고, 평소에 요리를 즐겨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여러 장 올리는 것을 보면 세상을 담는 작가님의 의지는 부지런함에서 오는 것 같다. 평소에도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시더라. 맞다. 의지는 곧 부지런함이다. 아침에 눈이 떠졌을 때 더 잘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자면 뭐해. 하나라도 더 하자'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 '오늘 하루는 운동 건너뛸까?' 잠시 편안함을 추구하다가 요가 매트를 펼치는 것 모두 부지런하지 않으면 의지의 'ㅇ'자에도 불을 지피지 못한다.

박완서 작가님은 요즘 작가들은 너무 게으르다고 하셨단다. '이름 모를 꽃'이 뭐냐며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작가가 아닌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매사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부지런한 그릇이 되는 거야말로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알쓸신잡 속 김영하 작가님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아 나는 언제 저런 여행자가 될 수 있을까'

같은 곳을 여행해도 얻는 것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지금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다가오는 2022년 목표다. 아, 사실 2017년 첫 방영 때부터 매년 목표로 하고 있다. 잘 안 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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