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박7일 중 다녀온 오름별 후기
국내외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도 유독 제주도에 큰 애정을 두고 있다. 낮고 알록달록한 지붕, 흔히 볼 수 없는 바다색, 인생 최고의 도전 중 하나였던 한라산 등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어딘가에는 반드시 오름이 있다. 그런 만큼 최근 다녀온 제주도 여행에서도 오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실천했다. 성산일출봉을 제외하면 총 네 개의 오름 정상을 밟았다. 한곳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 오른 오름이라 현장감을 기억하기 위해 또 누군가에게는 여행 전 정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특히 뚜벅이분들께) 후기를 정리해본다.
이번에 다녀온 오름은 다음과 같다.
- 정물오름
- 지미봉(지미오름)
- 저지오름
- 금오름
*각 오름별 난이도와 소요 시간, 뚜벅이 여행자 기준의 접근성, 정상에서의 뷰를 토대로 작성한 후기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정물오름
정물오름은 요즘 유명한 금오름&이시돌목장과 가까이 위치한 오름이다. 이번에 다녀온 오름 중 가장 거대한 풍경을 본 곳이기도 하고, 찾아가고 떠나는 길에 동화같은 풍경을 많이 발견해서 여러 모로 가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물오름 정상에서는 산방산, 가파도, 마라도, 차귀도, 비양도, 한라산까지 제주도의 동쪽 거의 전부를 볼 수 있다. 만약에 동쪽 여행 중 단 하나의 오름만 오를 수 있다면 정물오름이 답이다.
뚜벅이 여행자분들께는 추천하기가 애매하다. 일단 버스는 도보 30분 거리를 두고 있다. 783-1번 버스를 타고 [이시돌 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되는데, 문제는 여기부터다. 찾아가는 길이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다. 차도 갓길을 따라 30분을 걷는 것이 어쩌면 위험해서 다른 사람에게는 권하기가 어렵다.
나의 경우에는 제주도 버스 체계가 개편되기 전부터 뚜벅이로 여행을 다녀서 이런 경험이 많아(2시간 이내면 다 걸어다녔던 그 때...) 나름대로 조심하며 잘 다니고 있지만, 나같은 사람을 길에서보기는 어려워서 혼자 걸어가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만약 간다면 이어폰 절대 금지! 차를 주의해서 걷자. 그 부분만 조심하면 근처에 목장이 있어서 그런지 풍경이 정말 예쁘다.
조심해서 걸으면 정물오름 입구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입구와 주차장이 금방 나오니 다 왔다는 소리다.
정물오름 안내판에 '맑고 꺠끗한 생명수가...'라는 문구가 있어 나중에 찾아봤는데 제주도 중산간 지역은 비가 많이 내려도 식수는 부족한데, 오름 근처의 정물샘이 맑고 깨끗하면서 양이 많아 중산간 지역 사람들의 식수로 쓰였다고 한다. 옛날에는 다들 정물샘에서 물을 길러다 마셨다고. 정물샘은 주차장에서도 볼 수 있다.
올라갈 때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만 오르내렸는데, 입구와 정상을 오가는 방법은 총 두 가지다. 오른쪽 길은 숲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왼쪽 길은 뷰가 있어 전망을 즐기며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오름 난이도는 지미봉만큼 경사가 있지는 않지만 깔딱고개같은 느낌이 난다. 금오름에 비하면 등산이다.
계단을 20분정도 오르다보면 계단이 없고 능선만 보이는데 그럼 다 온 거다.
사진보다 훨씬 놀라운 풍경들을 정물오름 정상에서 만날 수 있다. 제주도의 대자연을 한 눈에 경험할 수 있다. 여기를 오르고나면 카페?맛집?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연임을 확신하게 된다. 날씨까지 도와준 게 어찌나 감사한지. 멀리 한라산 정상도 구름이 지나가는 틈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눈이 많이 쌓였더라.
지미봉(지미오름)
이번 제주도 여행 중 유독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던 지미봉은 제주도 동쪽 구좌읍에 위치한 오름이다. 160m대의 비교적 낮은 오름이지만, 우도와 한라산 성산일출봉 등 사방으로 뻥 뚫린 전망을 갖고 있어 멀리서만 보기에는 아까운 오름이라 동쪽 여행을 갈 때마다 오르고 있다.
지미봉을 처음 올랐을 때는 정말 나만 아는 오름같았는데 올레길 21코스의 일부이기도하고 최근에는 일출 명소로도 SNS를 통해 소문나기도 했다(물론 그래도 등산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지미봉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711-2번 버스를 타고 위 사진과 같은 정류장인 [지미봉 입구]에서 하차하거나 201번 일주노선 버스를 타고 [종달리] 정류장에서 하차해 도보 15분을 걸어가면 된다. 올레길의 일부라 그런지 길은 잘 안내되어 있으니 종달리 정류장에서 걸어가더라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
종달리 마을 자체를 좋아해 매번 지미봉을 아침 운동삼아 오르는데 갈 때마다 도민분들 말고는 사람이 없다. 이번에도 오전 9시에 가니까 혼자.... SNS에 자주 보이길래 이번에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역시 오전에는 여행자들도 잘 활동하지 않는다.
지미봉의 난이도는 걸리는 시간만 보면 속을 가능성이 높다. 꼭 가기 전에 카카오맵에서 지미봉 을 검색하고 뷰를 확인하자. 짧고 굵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야 한다. 카카오맵리뷰에 어느 분이 경사가 80도라고 쓰셨던데 과장 0.5스푼 섞은 거의 진담이다. 이번에 여러 오름을 올랐지만 역시 가장 굵다.
그 고통을 20분 정도 견디면 정상에 도착한다. 처음 지미봉을 오른 뒤로는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는데 정상에서 "우와~"하는 그 풍경이 놀랍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서쪽 바다와 성산일출봉, 구좌~성산읍 일대의 마을까지 탁 트여 한참을 멍 때리게 한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날이 맑다? 무조건 지미봉으로 향해야 한다. 제주도를 이루는 모든 요소를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특히 좋아하는 알록달록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지미봉 정상 뷰의 매력이다.
정상 위 공간이 작지만 전망대가 굉장히 잘 마련되어 있다. 넓은 데크 위에서 사진을 남기면 성산일출봉과 투샷으로 담기니 포토존이라 할 수 있다.
저지오름
닥몰오름 혹은 새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저지오름은 한경면에 위치해 있다. 올레길 13코스에 속한 오름이며 지금까지 오른 오름 중 도민분들이 가장 많았다. 운동삼아 가는 동네 뒷산같은 역할을 하고있는 모양이다.
높이는 239.1m다. 아 물론 난이도와 높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feat.지미봉).
저지오름은 정물오름에 비하면 중산간에 속해도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무난한 오름이다. 협재리 정류장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784-1번 버스를 타고 [저지남동]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한 시간. 784-1번 버스 노선은 옹포리/협재리/금능 정류장을 지나 중산간지역으로 들어간다. 배차가 일주노선 버스만큼 짧지는 않지만 중산간으로 가는 버스 중 가장 탈만한 버스인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만약 택시를 이용한다면 20분이면 도착하지만, 택시비는 13,600원쯤 나온다는 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계단이 없기도 하고 사진처럼 있기도 하다. 입구를 어느 입구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른데 카카오맵이 말하는 저지오름 입구로 들어간 결과 중간에 평지가 나온다. 알고보니 이 평지가 정상으로 가기 위해 중간에 위치를 조정하는 구간이었다.
이렇게 중간에 오름을 한 바퀴 도는(정상X) 둘레길도 있다.
본격적인 등산은 깔딱고개같은 돌계단이 나온 뒤부터다. 대신 짧아서 여느 오름들에 비해 오르기 무난한 편이다. 오름치고 난이도는 하! 그래서 도민분들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
그래도 꾸역꾸역 15분쯤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 지미봉보다도 전망대가 잘 되어 있다. 분화구를 중심으로 둘레길을 걸을 수도 있고 전망대에서 뷰를 관망할 수도 있다.
날이 조금 흐려 선명도가 아쉽기는 했지만 비양도까지 모두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갖고 있다. 정물오름처럼 남서쪽까지 볼 수 있는데 저지오름 분화구가 커서 마을들이 가려지는 것은 정물오름과의 차이점이다.
분화구가 굉장히 크다. 사진 속에 나온 분화구가 저지오름의 1/3쯤인데 생각보다 분화구가 커서 좀 신기했다.
저지오름에서도 한라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날이 흐려서 한라산은 보지 못했고 금악오름과 당오름까지는 보이더라. 카카오맵 리뷰에 따르면 일몰이 그렇게 멋있다고 한다. 전체 소요시간은 왕복 한 시간정도 잡으면 된다(분화구 둘레길를 안 걸을 때 기준).
금오름
가수 이효리님을 통해 심하게 유명해진 금오름은 길도 차도처럼 넓게 마련되어 있어 관광지에 가까운 느낌이다. 난이도도 누구나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완만한 오름.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
뚜벅이로 금오름을 간다면 여러 방법이 있는데 협재해수욕장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했을 떄, 202번 버스를 타고 [옹포 사거리] 정류장에서 783-2번 버스로 환승하고 [이호동물병원] 정류장에서 하차 후, 22분을 걸으면 금오름 주차장에 도착한다.
나는 정물오름을 갔다가 근처라서 묶어 갔는데 정물오름에서 금오름 가는 길도 역시 차가 무섭게 달리는 차도라 추천하기는 좀 그렇다. 기본 요금내외로 나올 것 같으니 정물오름에서 간다면 택시를 부르자.
정물오름과 금오름을 모두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 두 오름의 전망을 가지고 '여기가 더 좋다 저기가 더 좋다' 의견이 분분한데, 내 생각에는 보려는 전망 주체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만약에 분화구를 본다면 금오름이 훨씬 전망이 좋고, 오름에서 바라보는 제주도 풍경이 주체라면 정물오름이 훨씬 거대하다. 금오름은 분화구 밑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 점이 다른 오름과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금오름은 일몰을 보러 가는데 2월 기주능로 금오름 일몰 시간은 6시쯤이다. 5시부터 해가 진다는데 그건 훨씬 더 겨울일 때 얘기인 걸로! 5시 30분이 넘어도 해는 질 생각을 안 했다.
아무리 정물오름이 더 우세해도 금오름에서 보는 제주도 서쪽 전경은 무시할 수 없다. 금오름 분화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걸으며 오름 밖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한라산과 비양도를 모두 볼 수 있으니 전망의 영역이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