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매화마을의 두 번째 얼굴을 보다
2020년 6월, '광양'이라는 도시도 매화마을로 알려진 '홍쌍리 청매실농원'도 처음 가 봤다. 아득히 멀게 느껴져 해외보다도 가기 어려운 곳이라 생각했던 곳을 팸투어라는 좋은 기회로 가 볼 수 있었는데, 매화마을이라는 시기가 한정적인 이름과 달리 6월의 풍경은 비현실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밝은 초록빛 천지일 수가 있는 거지? 땅 위에서 말 없이 자라나는 식물들로부터 수십 가지의 초록색을 다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 빛나는 의지 사이로 흐르는 것은 섬진강이다. 잔잔함의 극치였지만 규모 면에서는 웅장함이 느껴지는 대자연의 일부다.
여기에 날씨 요정이 요술봉이라도 휘둘렀는지 뭉게뭉게 그림같이 그려진 구름과 도화지인 하늘까지 더해져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됐다. 하늘도 땅도 완벽했던 그 날, 꼭 매화철에 다시 한번 광양 홍쌍리 청매실농원에 오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2년을 채우기 전인 최근, 광양 홍쌍리 청매실농원을 다시 찾았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7시에 잠실역에서 여행사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매화를 봐야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실행하지 않았을 당일치기였다. 오전에는 대차게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날 매화마을을 가는 사람은 이 버스 안 사람들밖에 없지 않을까?'
아 네 경기도 오산이고요.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는 확신에 찬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싶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마을을 채웠다. 나중에 알았는데 평일에도 일대 도로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매화철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붐빈다고 한다. 봄꽃에 진심이 사람들이 많다.
약 2년 전이 그랬듯, 나름 많이 채운다고 채워 넣은 기대가 무색하게 몇 배로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꽃이 눈처럼 내렸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난생 처음 봤다. 멀리서 보면 꼭 산 정상즈음에 핀 상고대를 보는 듯 하다. 아주 은은한 핑크빛의 상고대. 귀한 풍경이다.
쫓비산 일부를 덮은 하얀 매화나무 사이에서 존재감을 알리는 홍매화와 산수유는 화려한 장식없이 온통 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 올려진 두 세개의 딸기같다. 봄꽃여행을 가면 주로 보는 꽃들을 마을만 골목골목 걸어도 모두 볼 수 있는 점도 매화마을에 꼭 가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광양 어느 마을의 풍경은 아낌이 없다.
첫 방문 때 카메라를 들었던 지점과 동일한 곳에서 다시 한 번 카메라를 들었다. 마을이 가진 봄의 시작과 끝을 모두 렌즈 안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감격이던지. 사진작가들도 이런 마음에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찾아가는 것일까.
매화마을을 남들과 조금 다르게 보고싶다면 쫓비산 방향으로 약간의 등산을 하면 된다. 오르막길의 연속이라 꽤 헥헥대면서 등산을 해야하는데 그 고비만 견디면 매화마을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매화마을은 마을 속에서 일부만 눈에 담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매화나무를 한 폭에 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쫓비산 중턱에서 바라보면 매화마을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매화마을이 갖고 있는 모습은 아기자기한, 예쁜, 화려한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데 '웅장한'이라는 수식어는 쫓비산 중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화꽃이 핀 매화마을을 보니 어쩌면 다른 계절에도 아직 많은 사람이 발견하지 못했지만 봄날 못지 않은 풍경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언젠가 또 한번 매화마을을 방문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매화마을에 대한 여행정보는 아래 링크 속에 별도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