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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r 08. 2022

혼자라서 더 뿌듯한 제주도 혼밥 맛집 4

여행의 90%를 혼자 다니는 여행덕후의 내돈내산 제주 혼밥 맛집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보관하는 외장하드가 두 개 있다. 타이밍도 신기하게 이십 대를 마무리하니 첫 번째 외장하드 용량이 꽉 찼고 삼십 대의 문을 열면서 두 번째 외장하드를 들였다. 새 외장하드를 사면서 이십 대의 추억이 담긴 첫 번째 외장하드를 무작위로 클릭해 돌아봤다. 부모님 친구 동생 그 밖의 지인들과 떠난 여행들도 군데군데 보였지만 거진 혼자였다. 이쯤 되면 나 홀로 여행에 중상급쯤은 된 것 같다. 여행에서만큼은 제약이 없었으면 좋겠고 100% 하고 싶은 대로 걷고 싶은 마음에 계속 혼자 여행을 다녔는데, 그게 이십 대를 다 채울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아무래도 삼십 대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벌써 올해 다녀온 여행의 90%도 혼자였기 때문이다. 


최근 2월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에서도 혼자 동쪽과 서쪽을 잘도 파헤치고 다녔다. 오름도 해안도로도 잘 돌아다녔지만, 혼자 여행의 진수를 꼽자면 역시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기도 하고 혼자 잘 먹고 다니는 것은 중요하니까. 특히 끼니를 챙기는 식사 말이다(카페는 혼자서도 어렵지 않으니). 

제주도를 혼자 가는 여행자들에게 간혹 받는 문의도 혼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먹을 데 많아요?'

'혼밥 맛집 추천 좀...'

그래서 혼자 여행해도 먹는 것에 진심인 분들을 위해 내돈내산으로 다녀온 제주도 혼밥 맛집을 추려봤다. 






온다정

 많은 관광객이 찾는 협재리에 위치한 곰탕집 '온다정'의 외관은 아늑한 제주도의 어느 가정집을 연상케 한다. 번화한 협재의 여느 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는데 그게 온다정의 국밥과 잘 어울린다.

온다정의 메인 메뉴는 오직 '흑돼지 맑은 곰탕'뿐이다. 곰탕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단순한 메뉴 구성에 기대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사이드 메뉴로 저염 명란과 고기만두 그리고 오메기 잔술이 있다(물론 소주/맥주/음료도).

흑돼지 맑은 곰탕

'흑돼지 맑은 곰탕'은 이름대로 국물도 고기도 맑다. 아침식사를 이유로 방문했는데 그 목적에 딱 어울리는 메뉴였다. 부모님과 와도 좋아할 뜨끈하고 단정한 음식. 심지어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모형처럼 단정하다.

온다정의 곰탕은 맑은 곰탕 국물 속에 고사리로 지은 밥을 넣고 그 위에 이불처럼 흑돼지고기가 덮여있다. 얇고 넓은 돼지고기 빛깔이 신기할 정도로 깨끗하다. 분홍빛보다 하얀색에 가까울 정도인데 고기만 봤으면 흑돼지인 줄 몰랐을 거다.

고기는 함께 나오는 된장 멜젓과 먹으면 톡- 자극적인 맛 한 방울을 떨어뜨려 먹는 것 같은 맛이다. 밥과 함께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라 곰탕임에도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온다정을 간다면 아침식사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다. 따뜻하고 맑은 국물과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의 식감, 깨끗한 고기가 하루의 시작을 말끔하게 만든다.



종달리엔 심야식당

'종달리엔 심야식당'은 필자가 제주도에서 가장 아끼는 맛집이자, 가장 재방문 횟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 가게 때문에 종달리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정 하는 곳이다. 

심야식당인 만큼 해가 질 무렵인 오후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종달리엔 심야식당은 나 홀로 여행자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곳이다. 바로 '혼술객 세트'가 있기 때문! 1인 여행자만 주문할 수 있는 세트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필자도 그래서 처음 방문했던 곳이었는데 그 이후로 쭉 제주도에 갈 때마다 방문한다.

혼술객 세트

종달리엔 심야식당은 가급적 인스타그램 DM 혹은 연락처로 사전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인기가 많아 당일에는 자리가 다 찬 경우가 흔하다. 

사진 속 구성은 <혼술객 달고기 세트>다. 달고기 튀김과 제주산 오징어와 참나물로 만든 무침, 뒤에 나오지만 어묵 3p가 포함된 구성이다. 주류는 별도로 우롱하이볼을 주문했다(주류는 무조건 1인 1음료). 본래 2인 이상 오면 각각 개별 메뉴로 주문해야 해서 혼자서는 절대 모두 주문해서 먹을 수가 없는데, 양을 줄이고 세트로 만들어 나 홀로 여행자들도 이색적인 달고기 튀김과 제주도 음식이라 할만한 참나물무침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달고기 튀김

달고기 튀김은 머리뼈부터 꼬리까지 모두 씹어 먹는 생선 요리다. 때문에 씹어 먹을 때마다 빠삭빠삭-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본래 달고기 튀김은 한 마리가 나오는데 이날 달고기가 작다며 두 마리를 챙겨주셨다. 두 마리가 기존에 나오는 달고기 튀김 사이즈보다 훨씬 양이 많은데 남겨도 상처 안 받는다며 배려의 한 마디를 음식과 함께 두고 가셨다. 

하지만 두고 간 말씀과 반대로 다 먹었다. 바삭한 튀김과 간장을 활용한듯한 특제 소스가 육지에서는 절대 못 먹을 맛이라 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제주 오징어 참나물무침

윤기가 잔뜩 뿌려진 듯한 참나물무침은 달고기 튀김과 함께 먹기 딱 좋은 상큼하고 싱싱한 맛이다. 콩나물이나 새싹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채소가 신선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한라봉을 넣어 만드는 고추장 양념에서 매콤 새콤한 맛을 연출한다.

마무리는 여러 종류의 어묵 중 세 가지를 고르면 만들어 주시는 어묵탕. 오뎅바에서 볼 법한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만날 수 있음은 물론, 따뜻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술을 마신 뒤 마무리 역할까지 충실하게 해낸다.

어묵탕까지 다 먹고 나면 생각한다.

'다음번 숙소로 무조건 종달리다.'



호로록

제주도 향토 음식을 먹고 싶거나, 도민들이 사랑하는 식당을 가고 싶다면 성산읍의 '호로록'이 정답이다. 가게 이름답게 고기국수 전문점인 '호로록'은 간판을 보면 반드시 고기국수만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추천하는 이유는 고기국수 때문이 아니다. 김밥과 접짝뼈국을 꼭 주문해 보시라.

김밥과 접짝뼈국 어느 것 하나도 평범치 않다.

김밥은 둘째치고 '접짝뼈국'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접짝뼈국은 제주돼지 뼈를 우린 육수에 메밀을 풀고 접짝뼈와 함께 걸쭉하게 끓인 국물 요리다. 다른 향토 음식과 다르게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맛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 모르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도 제주도 향토음식들을 맛보는 여행을 하겠다며 검색하다가 접짝뼈국의 존재를 알게 됐다. 

국물에 무가 잔뜩 들어있는 국물을 보면 뭇국 같다가도 걸쭉한 국물이나 고기 맛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감자탕의 맑은 버전이다. 푹 고아진 고기는 부드러워 이에 힘을 주지 않아도 스르르- 뼈에서 떨어진다. 뼈가 있는 요리 치고 번거로움이 없다. 여러 제주도 향토 음식을 먹으러 다녔지만 가장 이색적인 음식 경험도 이름도 '접짝뼈국'이 단연 일등이다.

김밥은 기대와 다르게 맛집이라 할만해서 함께 추천에 포함했다. 일반적인 계란 지단이 아닌, 파를 넣어 야채가 들어간 계란말이스러운 식감이 난다. 분식집의 정겨운 김밥 같으면서도 특징이 있는 김밥이 저짭뼈국과 함께 먹으면 뿌듯함이 배가 된다. 저짭뼈국을 주문하면 공깃밥이 나오는데, 김밥과 공깃밥을 함께 못 먹겠다면 주문할 때 공깃밥은 빼 달라고 하자.



우진 해장국

유명해도 심하게 유명하지만 재방문 의사가 있어 추천하는 '우진 해장국'은 고사리육개장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고사리육개장과 더불어 몸국도 판매하지만 예전에 먹어보니 개인적인 취향 탓인 건지 맛이 없었다. 

하지만 고사리육개장은 사십 분을 기다려서 먹어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한 입 먹자마자 내적 감격이 터졌으니까. 먹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

'다음번에도 한 시간 미만 대기면 무조건 또 먹어야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필자와 같아 매번 웨이팅이 어마어마한가 보다.


*포장은 대기 없이 바로 주문하면 된다.

*아침형 인간에게 유리한 것이 아침식사로 먹는 것이 가장 대기 시간이 짧다. 사실 제일 좋은 건 오전 6시에 오픈하니 그즈음에 가는 것이다.

고사리육개장

고사리육개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거의 바로 나온다. 양은 혼자 먹기에 충분히 넉넉한데 고사리와 잘게 찢은 고기로 죽을 만든 듯한 비주얼이다. 고사리육개장은 돼지고기 육수에 잘게 찢은 수육과 고사리, 메밀가루를 넣고 끓인 국이니 비주얼이 꽤 직관적인 편이다. 그 위에 올라가는 싱싱해 보이는 파와 고춧가루는 육개장의 포인트!

휘휘- 저어 죽을 떠먹듯이 먹으면 정말 고사리나물 맛이 난다. 맛이 딱 고사리나물의 죽 버전이라 신기하면서도 웃음이 난다. 음식의 세계는 먹어도 먹어도 새롭다는 사실을 고사리육개장을 흡입하며 깨닫는다. 음식 자체가 부드러워 대기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금방 먹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40분을 대기할 자신이 있는 진정한 맛집이다.


*우진해장국 음식은 육지로 가져가는 포장은 불가하다고 한다. 비행기에 태워 가는 동안 국이 다 퍼져 본연의 맛을 잃어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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