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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Jul 27. 2022

어차피 완벽히 준비된 때는
영원히 오지 않아

용기를 내는 삶에 대하여


요즘 '용기'라는 단어에 유독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 어떤 순간에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느냐에 따라 삶을 이루는 장면들이 바뀐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매일 저녁마다 쓰는 일기장에도 타이핑을 치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도 용기라는 단어가 자주 떠오른다. 어떤 고민을 해도 결국 용기를 내냐 안 내냐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직업을 바꿀까 말까 해외에서의 생활에 도전해볼까 말까 새로운 걸 배울까 말까 등을 단번에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이라는 테두리도 깊이도 정해져 있지 않은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단 하나. 경험하지 않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라서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는 언제나 실체보다 크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인간은 아니 나는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약한 존재다.


다행스럽게도 이십대에는 용감했다.

바로 이직하지 않고 몇 달을 쉬며 제주도 한달살기를 떠났고(심지어 가고싶었던 회사에 최종합격했는데도) 혼자 항공권을 끊어 난생 처음 가는 나라를 휘젓고 다녔다.

운영하던 블로그에 저품질이 찾아 왔을 때도 다시 처음부터 블로그를 운영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고는 백지였던 블로그를 최적화가 될 때까지 매일 몇 달간 포스팅하며 밤을 보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 하나없었고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도 없었지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 하나로 어도비 프로그램들과 사진 촬영을 독학한 것도 용기였다.

가만히 있었다면 영화 볼 시간도 많아지고 아이돌 얼굴 보면서 헤헤 웃을 시간도 더 많았을 거다. 다니고 싶었던 회사를 진짜 다닌다며 한동안 뿌듯했을 거고, 밤마다 썼던 글을 다시 쓰느라 어깨 아파하지 않았을 거다. 스트레스가 훨씬 없는 이십 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후회하지 않은 이유는 용기를 낸 결과가 스트레스 없고 즐거운 순간순간의 기분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고생이었지만 오롯이 내가 버티고 결단내리며 이뤄온 것인 만큼 그 크기도 길이도 길다. 마치 등산 끝에 정상을 밟았을 때의 뿌듯함과 비슷한 종류다.

매일 밤, 가끔은 새벽까지 챙긴 블로그 덕분에 만난 사람들, 이달의 블로그 선정, 인플루언서, 여러 기업과의 협업, 팸투어 기회...직장과 부수입까지 안 했으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을 얻었다.

가고싶었던 회사에 최종 입사하지 않은 덕분에 그나마 물가가 저렴하고 돈을 어떠한 미련없이 통 크게 쓸 수 있는 시절에 제주도 한달 살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심지어 2차 컨텐츠로 만든 가이드 자료는 500명 이상의 분들이 신청해 주셨다.

독학한 포토샵은 라이트룸, 프리미어 프로로 이어져 디자이너만큼은 아니어도 자체 컨텐츠를 만드는 데에 용이한 능력이 되어주고 있다.

꼭 커리어에 가까운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많은 용기를 냈다. 둘레길을 걸으러 가 놓고 대뜸 북한산 정상을 올라갔던 날(심지어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처음 템플스테이를 갔던 날,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 순간, 회식 자리에서 노래 부른 3분의 시간, 죽어도 안 입던 치마를 입은 날, 아르바이트 첫 날, 운동을 싫어하면서 러닝에 발을 딛은 날 등 '어떡하지'보다 '몰라 일단 해'로 결정한 시간들이 쌓여 단 하나도 후회되지 않는 이십 대를 만들었다. 객관적으로 혹은 남들이 보기에 몇 점짜리 십 년이든 그 때 당시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미련이 없다.


이십 대를 마무리하고 삼십 대에 들어서면서 딱 한 가지 바라던 점이 '딱 이십 대만큼 앞뒤 안 쟤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고민보다 GO를 외치는 삶. 주저하기 보다는 일단 행동하는 삶. 되고싶다는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삶. 

그리고 서른 살 7월의 끝자락. 나는 과연 이십 대의 나와 같을까? 두 갈래 길이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 편안한 길? 아니면 용기를 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변화할 수 있는 길? 10년에 비하면 턱 없이 짧은 7개월을 돌아보다 오늘도 다짐한다. 눈 감고 그냥 시작하자. 어차피 완벽히 준비된 때는 영원히 오지 않고 완전한 실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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