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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ug 17. 2022

가을이 오면 청송이 생각나는 이유

한국인들은 과연 얼마나 청송의 가을을 알고 있을까?

벌써 2년 전 풍경이다. 여행덕후답게 사계절 내내 밖을 쏘다니지만, 1박 2일 간 떠났던 청송 여행은 수많은 가을 여행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을 기억이다. 여전히 반팔을 입고 등에 땀이 또르르 흐르는 기분이 느껴지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옅은 바람의 온도가 몇 주 전보다 떨어졌음을 실감한다. 공기에 선선함이 섞일 때 2020년 청송의 풍경은 찾아온다.


다른 가을여행과 다른 점도 없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100% 풍경에 있다. 단풍 절정이 아닌 10월 초였지만 은은하게 물들어 더 특별했던 나무들과 거대한 뭉게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푸른빛이 동화 같았던 하늘, 후드 티면 걷기 충분한 바람 세기 그리고 국립공원 특유의 웅장하고 울창함. 꼭 채도가 높지 않아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지 않아도 완벽한 풍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 곳이었다. 마치 사람은 모두 그 모양만 다를 뿐 모두가 특별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특별한 모습에 정답이란 건 없어'

사과밖에 모르고 있던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청송 하면 '주왕산 국립공원'을 가장 먼저 말한다. "아~ 거기 주산지 국립공원이 진짜 멋있어!" 제발 가 달라는 호소와 함께 말이다. 주왕산 국립공원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10월 초의 주왕산은 10월 중순 이후의 단풍 절정 시기와는 또 다른 멋을 보여준다. 초록색이라 해야 할지 노란색이라 해야 할지 붉은색이라 해야 할지 모를 오묘한 풍경이 신비롭다.

주왕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주산지를 걸으면서 한국의 플리트비체라고 생각했다. 크로아티아에 위치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곳이자 요정의 숲이라 부르는 곳인데 한국에도 그런 여행지가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왕산 국립공원은 양면성을 띄고 있다. 신비롭고 동화 같은 앞면이 있다면 뒷면은 웅장하고 거대하다. 바위 절벽 사이를 걸어 올라가는 절골계곡을 트레킹 하면 그 뒷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데 마치 산 절벽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뭉텅이로 떨어져 계곡에 박힌 것 같은 풍경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위들을 피해 달리는 스릴 있는 상상을 하게 한다. 갑자기 영화 쥬라기공원 혹은 반지의 제왕으로 청송의 이미지가 급 전환되는 순간이다. 정상을 향해 당당하게 앞서 걷는 어느 아저씨의 등산화가 절골계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절골계곡 코스를 오르는 등산객들은 모험가라고 하는 게 더 잘 어울린다.

단풍이 절정을 찍기 전에 진한 가을의 풍경을 목격하고 싶다면 소노벨 리조트 앞으로 가면 된다. 황화 코스모스가 황금빛 논처럼 눈부시다. 실제로 코스모스 밭은 리조트를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일부러 찾지 않아도 금귤 색 꽃의 채도가 워낙 진해 달리던 차도 멈출 수밖에 없다. 

꽃밭은 거대한 궁전에서 금빛 카펫을 촥- 펼치면 나올 법해 사치스러울 정도다. 꽃을 플렉스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국내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을 동등하게 대하게 된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놀라는 순간들이 쌓이기 때문이다. 청송이 그런 곳이었다. 여행보다는 '발견'이 어울리는 곳. 가을에는 특히 눈이 휘둥그레지는 발견을 할 수 있는 곳.

아침저녁이 시원하다. 청송은 옷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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