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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Oct 05. 2022

서울에서 한 시간 만에 만나는 경주

현재와 과거 사이 어느 중간에 있는 수원 여행기

여행 좋아하는 사람 치고 너무 늦게 다녀왔다. 수원에 사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외에는 수원을 가본 적이 없다. 세 시간 이상 걸리는 지방은 잘도 가면서 왜 가까운 수원은 갈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만 지금이라도 다녀와서 다행이다. 수원은 생각했던 모습보다도 훨씬 관광 도시였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곳곳에서 현재와 과거가 수없이 겹친다. 현재도 과거도 아닌 제3의 세상은 결코 애매하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풍경과 경험을 낳는다는 걸 이미 경주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증명됐다.

그렇다. 수원에서 경주를 봤다. 차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한 시간 만에도 만날 수 있는 수원의 매력을 여행덕후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수원을 여행하다 보면 어떤 경로로 이동하든 수원 화성 성곽을 보게 된다. 이는 마치 차 안에서 달이 나를 자꾸 따라오는 것 같은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한 착각을 준다. 그야말로 수원화성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특히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수원의 모든 여행지가 모여있어 성벽뿐만 아니라 화성행궁 포루 방화수류정 등 여러 문화재를 내려다보거나 마주하게 된다. 나는 현재를 걷는데 자꾸 과거를 보여주는 반가운 강제가 있는 여행이랄까. 내가 지나온 시간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의 시간을 곁에 두는 수원여행은 신비롭다.

벽돌을 쌓아 만들어진 수원화성은 그 이후에도 긴 시간과 여러 사건이 축적되어 더 굳건해졌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크고 긴 외관만으로 위대함을 계량할 수 없다. 그 위를 걷는 건 단순한 산책으로 보이기 쉽지만 조금만 더 성곽을 걷는 걸음에 집중하면 얼마나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지 금세 알 수 있다. 쌓인 과거 위를 걸으며 현재를 만들어가는 중이니까. 수원화성을 걸을 때는 완공된 1796년부터 꾸준히 누군가 서 있고 걸었던 곳을 2022년의 내가 걷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평범한 산책이 아니다.

화성행궁 뒤 그리고 위로는 '미로한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늙기 전에 한가로움을 얻어야 진정한 한가로움이다'라는 낭만적인 뜻을 품고 있는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번 수원여행에서 새로 얻은 풍경 중 가장 수원다웠다. 앞으로는 화성행궁의 전경이 보이고 뒤로는 높고 낮은 빌딩과 아파트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수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전망이라고 생각했다.

문화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집과 소품샵 포토 부스 등이 모여있는 '행리단길'도 수원 화성 안에 있는 큰 요소 중 하나다. 과거와 관련된 가장 큰 요소가 수원화성이라면, 현재를 보여주는 가장 큰 요소는 행리단길이 아닐까.

수원이 서울과 가까운 경주라고 지칭하게 된 이유에는 행리단길도 일부다. 경주의 현재를 대표하는 거리 황리단길과 꼭 닮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제 막 뜨고 있던 때의 황리단길과 흡사하다. MZ세대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카페 소품샵 포토부스가 총집합해 있다. 어디가 메인 거리인지 모르게 만들 생각인지 골목 구석구석에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면 딱 그런 느낌이 오는 '힙한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원은 모든 여행지를 이동할 때마다 최대 30분가량의 걷기가 가능한 체력만 있으면 어디든지 걸어갈 수 있는 것도 여행자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다. 이는 뚜벅이 여행자뿐만 아니라, 자차를 가지고 수원을 방문한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장점이다. 수원의 관광 콘텐츠가 많이 알려져 근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지라 여행지마다 주차장을 찾고 차로 이동하기란 위험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수원에서는 차를 한 곳에 주차하고 하루 일정을 모두 걸어 다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 또한, 경주와 닮은 구석이다. 경주도 황리단길 주변에 숙소를 잡으면 체력에 따라 최대 국립경주박물관까지도 걸어갈 수 있다(경험상 버스 타야 하는 곳은 불국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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