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대출 기간인 2주 내에 호로록 다 읽었다. 왕복 2시간짜리 출퇴근 길에 짬 내서 읽으면서 2주 안에 한 권을 다 읽었다는 건 지속적으로 다음 장이 궁금했다는 소리다.
교과서에서 혹은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작가들의 삶을 일대기를 라디오처럼 들려주는 책이다. 읽으면서 팟캐스트인 줄 알았다. 문체가 친근해 미술과 거리감이 있었지만 새해에는 좁혀보고 싶은 사람이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이런 걸 입문서라도 하는 걸지도.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호불호 기준을 또 하나 얻었다. 이전에는 '이런 식의 드로잉이 내 스타일이네' '난 풍경화가 좋아' 등 작품을 기준으로 어느 작가가 취향인지 판별했다. 눈에 보이는 작품 그 자체 외에는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전시 도록을 사서 보지만 그것만으로 미술에 대한 지식을 쌓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방구석 미술관>은 일대기를 펼쳐놓고 이해에 필요한 작품을 곳곳에 넣은 책이다. 인물이 중심이고 작품이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텔링은 힘이 세다. 비난과 가난, 건강 악화로 얼룩진 삶 속에서도 천 여점 이상의 그림을 남기는 작가들의 일대기는 연민과 존경심을 느끼게 했다. 극단으로 몰아치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좋아하는 일을 지켜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무도 알아주거나 대가를 주지 않지만 세계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시위를 하는 조용한 소리침을 읽는 기분이었다. 재능이 있어도 하기 힘든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쓴 '지키고 싶은 꿈'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은 한 TV 프로그램 덕분이었지만, 작가들도 자신의 꿈을 지키고 싶었던 거라 예상해 보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 꿈을 지키고 있는지 정리했기 때문에 그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고 읽었지만 책이 언제나 그렇듯 예상외의 경험을 받았다.
지금 모마미술관 도슨트북인 <그림들>을 읽고 있는데 연장선으로 읽기 딱이다. 작가들의 삶을 배경 지식 삼아 읽으니 훨씬 많은 게 보인다. 반복 학습 효과도 있고. <방구석 미술관>으로 작가들의 삶을 하나하나 이해하고(모든 걸 외울 필요는 없다) 이후에 <그림>들을 통해 작품 자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추천한다.
메모1
회사를 핑계로 부족함을 정당화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의미합니다. (152p.풀 고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