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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r 07. 2023

내 인생을 지탱해 주는 것들

어느 트위터에서 '내 인생을 지탱해 주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열 개의 순간을 적은 짧은 글을 봤다. 지난달에 다녀온 여행, 야식, 커피, 매일 하는 운동 등 소소하면서도 '그렇겠다' 싶은 지지대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지탱해 주는 건 뭐가 있을까?




1. 카페에서 마시는 밀크티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있다. 월요일이라던가 월요일이라던가 월요일이라던가.... 음료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해서 몇 번 기회가 없지만 기분이 안 좋아서 하루를 사는 게 고통일 때 아몬드브리즈 베이스의 밀크티를 마신다. 홍차맛이 나지만 홍차보다 무게감 있는 밀크티를 마시면 말 그대로 살 것 같다. 밀크티야말로 시간을 이겨내게 하는 비장의 무기다.


2. D-day를 셀 수 있는 앞으로의 여행들 그리고 세계여행

20대 초반부터 쭉 고정값인 지지대, 여행. 남들은 여행을 다녀오면 그걸로 몇 달을 버틴다는데 나는 오히려 여행을 다녀오면 다음 여행만 바라보는 것 같다. 과거 여행이 일상에 지지대가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미래의 여행을 위해 떼굴떼굴 구르는 것 같다. 여행을 다녀왔지만 다음 여행이 없으면? 글쎄. 별로 힘이 될 것 같지 않다. 지금도 올해 계획한 국내외 여행만 최소 다섯 개다. 

세계여행은 오랜 인생 목표이고 가장 끝까지 버리지 않을 계획이다. 세계여행만 바라보고 20대 내내 돈을 모았고 지금의 일상도 일부는 세계여행을 위한 준비에 해당된다. 반드시 가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가보자고!


3.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뤄낸 작고 큰 성공들

'내가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들은 모두 빚이다'

템플스테이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 들은 말에 공감한다. 어느 자리에 끼어있어서 혹은 운이나 타이밍이 좋아서 얻어지는 성공보다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성공을 더 오래 기억한다. 특히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그렇다. 20대 내내 블로그에 매달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뤄낸 특정 순간들을 나를 지켜내는 무기로 삼고 있다. 파워블로거나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선정된 순간, 브런치 글들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간 순간, 특성 서포터즈에 합격한 순간 등의 기억들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어준다.


4. 가족들에게 혹은 나에게 주는 선물

더 정확히 말하면 선물을 줄 수 있는 여유. 그게 시간이든 금전이든 기분이든 건강상태든.


5. 파란 하늘. 남방만 걸쳐도 되는 선선한 날씨

날씨에 따라 기분이 날뛴다. 비만 오면 기분이 어찌나 침울해지는지. 때때로 예민해진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하게 살만해진다. 날씨만 온난하면 되니. 남방만 걸쳐도 되는 선선한 봄가을 날씨를 애정한다. 집에서 나왔을 때 나풀거리는 바람과 선선한 날 특유의 시원한 향이 나면 절로 웃음이 난다. 


6. 맛있는 디저트

디저트를 좋아하다 못해 열광해 워커힐 딸기 뷔페 가는 게 인생 목표였던 그리고 지금도 성공의 상징이라 믿는 사람 여기 있어요. 문제는 학생 때부터 목표였는데 나이가 들 수록 뷔페 가격도 꾸준히 올라서 계속 목표다... 워커힐 호텔 딸기 뷔페 관계자분, 한 번만 제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7. 우연히 본 좋은 문장들

책에서, 어느 공간에서, 모니터 속에서 우연히 '그래 바로 이거야!' 내 생각을 대변해 주는 문장들을 만날 때가 있다. 한두 줄의 짧은 문장이 명료하게 생각을 정리해 줄 때 뇌가 한층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이제 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 힘내야지. 좋은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문장들은 지금껏 나를 지탱해 왔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받쳐줬다.


8. 꾸준히 모은 돈

이렇게 저렇게 돈 모으는 걸 즐긴다. 숫자는 극도로 싫어해서 산수도 질색팔색하면서 가계부 쓰고 가진 돈을 관리하고 불리는 일은 잠을 덜 자더라도 챙긴다. 돈을 모을 때는 목표를 정하고 운용하는데 미션이 걸린 게임으로 생각하며 어떻게든 저 보스를 깬다는 마음으로 모은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과 동일한 마음으로 저축한다. 그렇게 꾸준히 미션을 완수하고 또 완수하며 채운 통장은 끈기에 대한 증거와 도전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어준다.


9. 뉴욕에서 데려온 미키마우스 인형

뉴욕에서 안고 자기 딱 좋은 키를 가진 미키마우스 인형을 데려왔다. 자유의 여신상 미니 인형을 사려고 디즈니스토어에 갔다가 인생 캐릭터인 미키마우스가 무려 제일 좋아하는 마법사룩으로 앉아 있어 고민 끝에 미키마우스를 데려왔다. 복권을 산답시고 번호 두 개 중 고민하다 하나 찍었는데 그게 1등 당첨의 완성이 되는 그 정도의 선택이었다. 집에서는 맨날 끼고 산다. 어린이 시절부터 미키마우스 인형이 없어지면 대성통곡을 했다더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갈 모양이다. 여든까지 미키야 난 너밖에 없어.


10. 깊이 자는 잠

운동도 열심히 안 하고 엄청 먹는데 남들보다 건강한 이유는 매일 챙겨 먹는 영양제가 아니라 '잠'일 거다. 참 잘 잔다. 그것도 죽은 듯이. 숙면이 퇴사만큼 만병통치약일지도 모른다.



*매년 작성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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