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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y 19. 2023

만년설을 도시가 품을 걸까 도시가 만년설을 품은 걸까

알프스산맥하면 스위스 아니고 인스브루크!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시작된 도시.
동계올림픽이 두 차례 열린 도시.
더글러스 애덤스가 SF소설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도시.
모두 인스브루크가 갖고 있는 타이틀이다.
이보다 더 놀라웠던 타이틀은 알프스산맥에 자리 잡은 유럽 도시 중 가장 큰 도시라는 점이다. 




오스트리아 서쪽 티롤주에 위치한 인스브루크는 잘츠부르크 비엔나 등 오스트리아의 대표 여행 지역보다 설산을 훨씬 가까이에 두고 있다.

거대한 산은 중앙역을 나오자마자 오른쪽에 크게 보이고 주요 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건물 사이로 흰색 고깔모자를 쓰고 나타난다. 이전 여행 도시였던 잘츠부르크에서도 충분히 눈 내린 산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인스브루크에 오자마자 갑자기 성큼 앞으로 다가온 설산의 웅장함에 충격받았다. 꼭 돌아봤는데 코앞에 사람이 있을 때의 놀라움 같달까. 예상치 못하게 앞으로 '워!'하고 나타난 것을 봤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찾아보니 인스브루크는 알프스 산맥 해발 약 574m 위에 있다고 한다. 도시 자체가 알프스 산맥이다. 설산이 그 어느 도시보다 가까이 보일 수밖에 없는 도시인 거다.

그래서 더 빛나 보이는 걸까.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털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는 어쩌면 이 도시에서 태어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얗게 정상을 뒤덮은 설산을 보고 있으면 맑고 눈이 부신 무형의 감정이 떠오르니 빛이 영롱한 주얼리를 떠올릴 법도 하다.

인스브루크의 산에 대한 생각은 케이블카를 타고 노르트케테 정상에 올랐을 때 더 강하게 들었다. 산과 산 사이의 틈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마을을 이룬 도시는 알프스 산맥을 성벽으로 삼은 요새 같기도 하다. 요새의 크기가 도시 안에서 체감할 때보다 훨씬 넓은데 팩트체크를 하니 인스브루크는 알프스 산맥에 있는 마을 중 가장 큰 마을이라고 한다. 알프스산 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위스가 아니라 인스브루크라는 점. 스위스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독일 등 중부유럽 남유럽 동유럽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구역을 걸치고 있는 거대한 산맥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인스브루크는 '알프스의 지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산 위에서 산을 바라보면 또 다른 컨셉이 도시에 입혀진다.

인스브루크의 설산을 올라가려면 가장 편한 방법이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노르트케테'산에 오르는 것이다. 노르트케테(Nordkette)는 '북쪽 산맥'이라는 의미 그대로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1,905m를 자랑하는 거대한 산이다. 인스브루크의 주요 관광지이기도 한 노르트케테의 2/3 지점에는 마치 한국의 한라산 진달래밭휴게소 같은 공간이 있는데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전망대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건물 앞으로 펼쳐지는 요새 같은 도시 풍경이 가장 먼저 들어오지만, 어쩌면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뒷면도 봐야 한다.

울그락 불그락 매끄럽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바위산의 정상은 산 2/3까지 올라와서도 고개를 치켜들어야만 볼 수 있을 만큼 키가 큰데 그 풍경이 영화 <인터스텔라>에나 나올 법하다. 우주여행을 하지 않아도 이런 광경을 볼 수 있구나. 신기해지는 순간이었다. 

대자연 위에 놓인 사람들은 영화 <앤트맨>처럼 작아 보였다. 




몇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하고 온 여행자들에게 물어도 인스브루크는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포털사이트에 여행 후기도 다른 도시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요 근래에 인스브루크의 매력이 알려지기 시작해 하나 둘 가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가려는 사람들이 다녀온 사람보다 훨씬 많은 상황.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과거를 되짚어보니 어느 여행자의 인스타그램이었는데 그 글에 '오스트리아 최애 도시가 인스브루크'라고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정말 인스브루크가 나의 최애 도시가 될 줄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워낙 음악과 미술을 좋아해 당연히 빈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유명한 잘츠브루크가 반전을 줄 수도 있다고 한 번 생각해 봤을 뿐이다. 인스브루크는 호기심만 가득했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마치고 다시 회상하는 지금 나 역시 오스트리아 최애 도시가 '인스브루크'가 됐다. 우주여행인지 무지개 마을인지 겨울왕국인지 모를 모든 이색적인 요소가 섞인 도시의 매력에 퐁당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제발 인스브루크를 알아달라 말하고 있다. 인스브루크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인스브루크는 오스트리아의 도시이지만, 바로 옆 도시 독일에서도 놀러 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도시다. 유럽 여행 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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