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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y 26. 2023

자전거가 사는 나라, 오스트리아

사람만큼 자전거가 존중받는 곳을 여행하면서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도시적으로 가장 신기했던 건 자전거 이용률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자전거가 사람만큼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들이 성별 나이 관계없이 많고, 레스토랑 등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도 많다.

인스브루크 인강(inn river. 강 이름이 '인'이다)을 따라 설치된 기둥에 자전거를 죄다 묶어놓은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자전거로 거미줄을 만든 줄 알았다(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도시 간 이동을 책임지는 기차들에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자전거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자전거를 옆에 끼고 기차에 올라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자전거가 상시 이동수단보다는 취미에 맞춰져 있는 한국인 여행자의 시선에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자전거를 휴대폰처럼 항상 소지하고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았다.


오스트리아는 수도 빈만 해도 1,600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이 도로에 펼쳐져 있다고 한다. 자전거 주차공간도 5만 6,000개 이상. 빈의 도시 면적이 서울보다 한참 작은 414.6km²인 걸 감안하면 자전거를 위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에서는 수도라 예외적으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츠부르크도 인스브루크도 자전거 도로와 전용 신호체계가 트램만큼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자전거 도로의 폭도 보행 도로와 거의 동일하게 잡는다. 때문에 자전거 도로 위에서는 언제나 2차선이 마련되는 듯하다. 길 하나에서 그렇게 넓은 폭을 마련하지 못할 때는 아예 한 방향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들고 그 길 건너에 보행 전용 도로를 만든다. 때문에 보행자가 길을 한번 건너서 갔다가 다시 건너서 와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존재한다.

놀라운 점은 보행자들이 그 구분을 잘 지켜준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도 보행자가 자전거 도로를 밟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에서도 자전거 도로는 흔하지만 보행 도로와 구분이 불명확하게 쓰일 때가 많다. 보행자가 자전거 도로를 밟고 걷는 게 대단한 규칙을 어기는 거라는 인식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는데, 오스트리아는 누구나 알아서 자신이 밟아야 하는 길을 잘 찾는다. 덕분에 자전거 이용자들은 신호가 붙잡지 않으면 달리다가 멈출 일이 거의 없다. 모두가 제 갈 길을 잘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전거와 사람 차량 그리고 트램까지 복잡할 만도 한데 모두가 자신의 길 안에서 자유롭게 다니니 도시가 정돈된 분위기다. 실제로 다녀와서 여행 후기를 유럽 여행 카페에 공유했는데, 다녀온 다른 여행자께서도 오스트리아가 깔끔하게 정돈된 풍경들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오스트리아는 배달도 자전거로 한다

이런 깔끔한 풍경이 형성된 데에는 법도 한몫 이상을 하고 있다. 건널목에서는 시속 10km 이상 달릴 수 없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위한 모든 차선에서 우선 통행권을 가진다는 점. 라이딩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최대 50유로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교통법규가 자전거 이용 문화를 잘 받쳐주고 있다.


결정적으로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차가 보행자를 배려해 주고 보행자가 자전거를 배려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기본적으로 오스트리아는 사람이 길을 건너려고 하면 일단 멈춰서 먼저 가라고 손짓해 준다. 여행 기간에 운 좋게 편의를 100% 받은 것일 수도 있지만, 찾아보니 실제로 신호가 없는 도로에서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야 할 경우 우선권은 언제나 보행자에게 있다고 한다. 
보행자는 받은 편의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자전거 도로를 차도처럼 대한다. 함부로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는 내가 지금 밟고 있는 길이 자전거 도로는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 한국에서 걷던 습관대로 인도랍시고 걷다가는 라이더와 사고가 날 수 있을뿐더러(안정적인 문화 때문에 라이더들이 마음 놓고 빠르게 달린다) 자칫 험한 말을 들을 수 있다. 


전 세계 라이더들도 오스트리아의 안정적인 자전거 문화를 잘 알고 있는지 오스트리아는 자전거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잘츠부르크에서 잘츠캄머구트 가는 구간은 라이더들 사이에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여행지로 알려져 있고, 자전거로 시티 투어를 진행하는 현지투어 상품도 많다.

인스브루크의 경우, 관광 패스권인 '인스브루크 카드'를 구입하면 시티바이크를 3시간까지 무료로 탈 수 있다. 빈에서는 공공자전거 시스템이 잘 형성되어 있어 한국의 '따릉이'처럼 대여해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이쯤 되면 오스트리아는 자전거가 살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단순히 자전거가 몇 대 있어서와 같은 숫자 때문은 아니다. 자전거가 사람만큼 존중받는 모습이 지금의 오스트리아 풍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전거가 많아도 다 같이 잘 공존해 보려는 노력이 없으면 절대 시스템과 문화가 동시에 자리잡지 못할 거다. 오스트리아 풍경의 특징은 '공존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빼고 이 나라를 설명하는 건 미완성 문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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