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이라고 모든 곳을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세계여행이라고 모든 곳을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섹
세계여행이라고 해서 모든 곳을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매일 실감하고 있다.
여행하다가 코스 변경이 생길 수 있어도 필요한 비자와 예방접종 그리고 계절에 맞게 여행하려면 대략의 루트는 짜 두는 편이 좋다. 첫 세계여행이기 때문에 더 안정감이 드는 방향이기도 하고.
매일같이 코스를 짜고 짜고 또 짜고 있다. 코스가 현재까지 세 번 바뀌었다.
외교부에서 제공하는 해외 안전 정보와 나라 간 입국 가능 여부를 파악하며 방향을 변경하고 몇몇 나라는 코스에서 제외했다. 외교부에서는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여행지에 대한 안전 수준을 알려주고 있다. 당연히 100% 안전한 나라는 없지만(한국조차도) 출국 권고 또는 여행 금지인 곳을 코스에 넣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입국은 할 수 있어도 특정 도시는 출국 권고 또는 여행 금지로 표기된 곳이 있어 미리 알고 있는 게 유용하다.
나라 간 입국 가능 여부를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마음대로 가고 싶은 나라를 이동할 수 없는 게 한국에서는 갈 수 있어도 내가 여행 중인 나라 간 문제로 봉사활동이 아니면 입국이 불가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쿠바. 쿠바에서 미국 입국은 가능해도 미국에서 쿠바는 특별 사유 아니면 일반 여행자는 입국이 어렵다. 운 좋게 들어가더라도 훗날 미국에 다시 갈 때 비자 발급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경로를 바꾸거나 한 나라를 제외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에서 쿠바는 들어가기 어려워도 쿠바에서는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예산도 고려해야 한다. 펑펑 써도 되는 정도의 예산이면 상관없지만 내 경우는 아껴 쓰며 다니지 않으면 다 돌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나라를 무리하게 욱여넣으면 여행이 피로해질 수 있다. 거기다 보통은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 수가 늘어난다. 여행하다 보면 옆 도시 혹은 옆 나라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면 2주 3개국 유럽여행 패키지가 될 수 있다. 그런 패키지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계여행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는데 굳이 그렇게 다닐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나라를 블록 삼아 끼우고 빼다 보니 드는 생각.
'내가 세계여행으로 보고 싶은 걸 명확히 해야겠다.'
내가 왜 이 나라를 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됐다.
미국에서 쿠바로 들어가는 게 어렵다면 쿠바를 먼저 찍고 미국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그럴 경우 경로가 꼬인다. 필자의 경우 캐나다도 가야 해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쿠바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경로가 최적의 이동 시간과 방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미 여행도 가야 해서 위로 올라가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아직 유효기간이 남은 뉴욕 입국 esta(비자는 아니지만 한국인들에게 비자처럼 읽히는 입국허가증)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미국을 들어갈 땐 뉴욕에서 시작해야 한다. 뉴욕은 쿠바보다 캐나다와 가깝다.
결국 쿠바를 제외했다. 쿠바만의 풍경은 보고 싶은 풍경 중 하나였지만, 정도를 따지자면 관심사의 터닝포인트였던 미국을 잘 여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랜도에 며칠 들러 유니버셜과 디즈니도 즐기고 싶고, 뉴욕에서 미술여행도 실컷 하고 싶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물가가 비싼 나라라고 해서 안 가기에는 타이밍도 내가 미국에 갖고 있는 의미도 너무 크다.
결국 쿠바에서 쓸 돈을 미국 동부의 몇몇 도시를 보는 데에 쓰기로 결심했다. 현재 완성된 코스에 따르면, 캐나다-미국-페루 순으로 여행하게 된다.
발리도 이전 세계여행 코스에는 있었던 도시다. 출장으로 갔던 발리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또 가고 싶다고 몇 년을 노래 불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이번 여행에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숙박이었다. 출장 때 갔던 리조트는 1박에 80만 원까지 치솟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가진 곳이다. 물론 그만큼 경치도 서비스도 조식도 좋다. 그 기억이 발리를 좋아하는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이유라면 나중에 따로 가는 게 발리에 대한 좋은 기억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발리는 제외됐다.
혹시 여행하면서 다시 가고 싶어 지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일정을 수정해 갔다 들어올 수 있는 도시라서 부담도 없다.
세계여행을 통해 꼭 경험하고 싶은 세 가지도 뽑았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이걸 위해 여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이걸 위해서라면 다소 비효율적인 이동이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첫 번째는 미술 여행.
보고 싶은 작품과 미술관을 최대한 많이 보고 싶다. 뉴욕을 다시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세계여행 이후에는 미술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 시작까지 되돌아가면 뉴욕에 있다. 가장 감명 깊게 관람했던 모마미술관과 지난번에는 가지 않았던 구겐하임 미술관을 다녀올 예정이다. 뉴욕 외에도 미술로 유명한 또 하나의 도시 시카고도 놓칠 수 없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퐁피두 센터도!
두 번째는 스카이다이빙.
계획상으로는 호주에서 뛰게 될 것 같다. 유럽이 겨울이라 못할 줄 알았는데 호주에서도 대중적으로 스카이다이빙을 많이 하는 것을 발견! 단지 스카이다이빙은 어디나 비싸구나....
세 번째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경험하기
겨울에 세계여행을 떠나면 좋은 점. 크리스마스 시즌을 실컷 누린다! 미국과 유럽 모두 크리스마스 시즌은 11월부터 1월까지다. 오히려 당일에는 거의 모든 가게가 휴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는 건 당일을 제외한 3개월간인데 그 시간 전부 해외에 있으니 크리스마스 오브제들을 실컷 보게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에 체코에 갔던 기억이 소중한 만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버전의 코스가 거의 최종이라 생각한다. 이제 더 바꿀 방법이 없기도 하고.
모쪼록 안전하게 경험하고 싶은 바를 다 경험하고 오기를!
▼ 세계여행을 앞두고 있는 뚜벅이 여행자 윤슬이 운영하고 있는 여행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