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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Sep 12. 2023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랑하게 될 뉴스레터들

초등학생 때부터 쓰는 행위에 빠지더니 앞자리가 3이 됐는데도 여전하다. 일기를 쓰고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보이면 쓰고 이렇게 브런치에도 쓴다. 직업도 에디터이니 일상 속에 쓰는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8할일 거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많이 심드렁해진다는데 여전하니 다행이면서도 그 어떤 행동보다 나와 잘 맞는 행동이다.

쓰는 사람은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책도 좋아하고 모니터로 보는 아티클도 좋아하고.... 몇 년 전부터 떠오르는 뉴스레터도 좋아한다. 특히 뉴스레터는 매주 혹은 격주로 글을 보내주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주제의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 뉴스 · 재테크 · 여행 ·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 그중 '이걸 무슨 주제라고 해야 할까' 갈피를 못 잡는 에세이 형태의 뉴스레터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전문적인 뉴스레터보다 기다린다. 정체는 모호하지만 '참 좋다'라는 말은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에세이 뉴스레터 두개는 아래와 같다.


낫뱃다이너

디지털 매거진 디에디트(the-edit)의 에디터가 사이드프로젝트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레터. 단상을 모아 공유하는 뉴스레터인데, 그 단상 안에 맛집 ・ 전시 ・ 음악 등 정보가 있는 게 구독하게 되는 매력이다. 글로 이루어진 정보들을 좋아하는데 그 취향에 딱 맞는 뉴스레터를 발견해서 어찌나 기쁜지.

필력도 에디터 그 자체다.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무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 분인 것 같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읽다 보면 쓴 사람의 성향이나 습관을 알아차릴 때가 있지 않은가. 낫뱃다이너를 쓰는 분은 굉장히 깊고 섬세한 게 분명하다.

뉴스레터를 크게 홍보하지 않는 것 같다. 여느 뉴스레터에 달리는 그 흔한 구독하기 링크조차 없으니. 구독을 유도하는 게 있어봤자 에디터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달려있는 링크 하나? 그래서 나만 아는 맛집 같은 느낌이 든다. 나만 아는 맛집이면서 이렇게 공유하는 게 웃기지만.


xyzorba

낫뱃다이너가 단상의 묶음이라면 조르바는 하나의 긴 문단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하나의 생각을 풀어내고 그게 곧 그날의 주제이기도 하다.

조르바는 가장 처음 구독한 에세이 뉴스레터다.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글 그리고 음악을 소개한다. 이렇게 보면 '아 세 개의 문단이 있는 셈이구나' 싶은데 이 세 개의 문단이 모두 하나의 호흡을 갖고 있는 신기한 뉴스레터다. 매번 어떻게 이렇게 일상과 새로운 문장 그리고 음악을 하나로 연결 짓는지. 초등학생 때부터 글을 썼다는 건 이 뉴스레터 앞에서는 오히려 머쓱한 일이 된다. 거창하게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지만 견고한 내용들은 나의 메모장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술술 읽다가 멈칫하게 만드는 돌부리 같은 문장들이 자주 발견된다. 걸려 넘어져도 그저 에헤헤 웃게 되는 돌부리들이다.


꾸준히 쓴다는 건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글이라는 게 정기적으로 뮤즈가 똑똑- 계십니까 먼저 두들기지 않기 때문에 모든 작가들은 머리를 쥐어 잡듯이 글을 짜내는 시간들이 일상일 거다. 심지어 틀도 모호하다. 틀이 없는 무대에서 갑자기 장기자랑 뭐 하나 해봐-라고 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그 시간들을 정기적으로 견뎌내는 에디터 뉴스레터들에게 더 많은 환호가 들리기를.




▼ 좋은 뉴스레터들 끝에 끼워 팔아보는 여행덕후 윤슬의 뚜벅이 여행 전문 뉴스레터 <뚜벅이는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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