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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Nov 04. 2023

싱가포르는 뭐가 좋아?

싱가포르를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서

9년 만에 싱가포르를 다시 찾았다. 2015년에 혼자 싱가포르를 여행한 뒤로 '언제 한번 또 가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 이제야 다녀왔다. 남들은 해외 갈 구실만 생기면 가는 동남아를 혼자 영 취향을 두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싱가포르였다. 뾰족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뭐가 좋았냐는 동생의 물음에도 딱히 이게 좋다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자연도 도시도 볼 수 있어서?"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싱가포르는 분명 또 가고 싶은 곳이었다.


이번 여행은 싱가포르를 처음 여행할 때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시간들로 완성됐다. MRT 타고 숙소 찾아가는 방법도 교통카드 충전하는 방법도 잊었더라. 첫날부터 두 번째 오는 곳이라고 하기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대체 어떻게 혼자 여행했지? 첫날부터 우당탕 와당탕 시끄럽게 내가 싱가포르를 좋아했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창의적인 건축

유현준 건축가는 마리나베이샌즈를 보며 말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행정과 비전이 같이 가고, 또 하나 좋은 것은 싱가포르가 금융업이 발달하니까 저런 황당한 프로젝트도 뒤에서 대출해 줄 수 있는 아주 막강한 금융 시스템이 뒤를 받칠 수 있는 거죠"


눈에 보이는 싱가포르의 가장 큰 특징은 건축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는 상상 속에나 그려질 법한 건물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세워져 있다. 건물 위에 배를 띄운 마리나베이샌즈는 시작에 불과하다. 

공항 옆에 세계 최장 폭포를 만든 대형 쇼핑몰 쥬얼창이와 스노우볼을 연상케 하는 물 위의 애플스토어 등 과감한 시도로 만든 건축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무료로 싱가포르 전경을 볼 수 있는 건물로 알려진 '캐피탈 스프링' 건물은 건물 중간을 거미줄처럼 구멍을 내 17층부터 19층을 빙글빙글 돌며 걸을 수 있는 정원 산책로를 만들었다. 

캐피탈스프링 외부/내부 모습
창의적인 애플스토어
9년 전에는 없었던 쥬얼창이

싱가포르 건축은 '과감한 실현'이 가장 큰 비결이라 생각한다. 머릿속에 상상한 것을 그대로 실현시킨 건축무리 모여 상상한 나라의 비전이 현실로 펼쳐지는 곳. 적어도 지금까지 가본 수십 개의 나라 중에서는 싱가포르가 독보적이다. 

무조건 높고 크게 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해외에서도 와서 볼 정도로 만들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이 정도면 멋있지' 만족하는 어느 선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위해 적극적으로 만들어낸다. 행정과 법도 적극적으로 이를 지원한다. 

단순히 돈이 많아서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돈이 많아도 건축주가 수정하고 완성물에 대해 혹평을 날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렇게 점차 소심한 건축물들만 살아남는 도시가 된다. 

건물을 보고 내부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이라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곳, 싱가포르다. 


자연과의 공존을 고민한 흔적들을 볼 수 있는 곳


싱가포르는 날이 갈수록 새로운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쥬얼창이만 해도 처음 갔을 때는 없었던 공간인데 지금은 싱가포르 여행 가서 쥬얼창이를 안 가는 사람이 없다. 마리나베이샌즈 이후의 차세대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싱가포르는 자연 또한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도심 곳곳에 초록색이 가득하다. 

클라우드 포레스트
보타닉가

싱가포르 최초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보타닉가든과 35m 높이의 인공 폭포가 유명한 대규모 실내 정원인 클라우드 포레스트 등은 자연에 대한 싱가포르의 고집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다. 특히 보타닉가든은 싱가포르의 센트럴파크가 아닐까. 한 번에 다 보는 건 무더운 싱가포르 날씨를 생각하면 큰일 날 소리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여행지라 칭하는 공간들이 식물들과 함께 조성되는 것도 신기했지만, '자연에 보통 진심이 아니구나' 생각했던 건 길가에 있는 잔디와 화단이었다. 싱가포르는 어느 도보를 걷던지 주변에 화단이나 작은 잔디밭들이 많다. 꼭 공원이 아니어도 사람의 걸음 곁에 자연이 함께 하길 원하는 듯이 식물들의 공간이 있었다. 그 작은 공간까지도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거리로 나서면 항상 물을 주는 기계들이 돌아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가끔 밭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 물 뿌리개 말이다. 빙글빙글 돌면서 물줄기를 뿜어내는. 그런 게 잔디밭마다 꼭 있었다. 

화단에는 직원분들이 직접 물을 준다. 싱가포르에서는 알아서 크는 식물들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싱가포르에서 길을 걸으면서 침을 뱉으면 법적으로 큰일을 겪게 되는 이유는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닐까. 


다국적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문화

엄마께서는 싱가포르를 함께 여행하면서 누가 현지인이고 아닌지 구분이 안 된다 하셨다. 이게 싱가포르 사람들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싱가포르를 여행하다 보면 아랍스트리트 차이나타운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만든 거리들을 필연적으로 걷게 된다. 여행한 어떤 나라보다도 거리 풍경이 다채롭다. 들려오는 노래의 언어가 다르고 주로 쓰는 색이 다르고 가게 주인들의 모습이 다르다. 


이는 종교 분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에는 불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도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가 한 나라에 공존하고 있다. 여행하다 보면 성당과 사찰 그리고 모스크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분에 음식도 다양하다. 비행기 왕복 한 번에 세계 음식 여행을 끝내고 싶다면 싱가포르에 오면 된다. 세계 모든 국가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모든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는 듯이 호커센터만 가면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심지어 한식까지 맛볼 수 있다. 종교적인 혹은 개인 가치관과 연결된 비건 할랄 푸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싱가포르를 여행하면서 다국적 다인종이 사는 나라라는 특징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고 모든 걸 특별하게 만들 수 있구나.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와 다른 인상을 주는 나라다. 평범한 게 없고 놓치지 않는 게 없고 없는 게 없다. 그래서 첫 여행에서는 이 나라가 왜 좋은지 몰랐던 것 같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다른 곳과 너무 다른 이 나라를 이해하기에는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9년 만에 다시 싱가포르를 여행해서야 '이런 걸 내가 좋아했구나'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이제 입문을 뗀 수준이겠지만. 다음번 여행은 초급까지는 수료해 봐야지.


싱가포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한 윤슬의 블로그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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