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계획도시다. 드론이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단번에 '아하!' 할 수 있다. 블록이 열을 맞춰 정리된 듯한 격자형 도시의 상위 뷰는 바르셀로나가 얼마나 대대적인 공사 끝에 완성된 도시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되고 있다.
출처.나무위키
바르셀로나가 지금의 격자형 도시를 만든 건축가는 무려 가우디의 스승이다. '일데폰스 세르다'는 기본 육백여 개의 블록을 만들고 가운데를 뚫어 주민들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블록과 블록사이를 크게 넓혀 인도 폭을 차도의 세 배 가량으로 만드는데 보행자들의 도보 이동을 고려했다는 점이 감동적인 부분이다.
바르셀로나의 건물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아 하늘이 잘 보이는데 이 또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한다.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도시와 인구 급증을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구성에 들어간 이 계획도시는 현시대에도 성공작으로 불린다. 바르셀로나의 건축가들 일부는 가우디는 세르다가 만든 작품에 점을 찍었을 뿐이라 말한다.
이번에 바르셀로나를 두 번째로 여행한 나 역시도 가우디보다 이 도시 모양이 더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지도앱을 보며 걷느라 인지하지 못했는데 길을 건널 때마다 코너를 도는 거다. 그게 뭐 그리 '음?'싶을 일이냐고? 블록을 세 개 네 개 걷다 보면 반복적으로 사십오 도쯤 돈 뒤에 길을 건너는 동선에 시선이 간다. 쭉 앞으로 걷다가 코너를 둥글게 사십오 도쯤 돌고 횡단보도가 등장하면 건넌다. 또 사십오 도쯤 돌고 앞으로 걷다가 다시 또 사십오 도쯤 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도보 삼십 분 거리를 걸으면 사뭇 이 패턴이 재미있다.
한국은 어느 지역이나 계획도시로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횡단보도가 어떤 지점에 놓이던지 크게 의아해할 지점은 없다. 대체로 뾰족한 모서리에 횡단보도가 있거나 코너를 돌던 중에 횡단보도를 두기도 하고 블록의 모양이나 크기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은 모든 블록을 일정한 크기로 모서리 둥근 사각형으로 만든 바르셀로나가 유도하는 발걸음이 신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건 현지인도 모를 재미다.
바르셀로나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물들이 도시를 그리고 도시를 방문한 여행자들을 재미있게 만든다.
가우디가 만든 성당이
피카소가 만든 그림이
리처드 마이어가 만든 미술관이
일데폰소 세로다가 만든 거리가
바르셀로나를 더욱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다.
인위적인 게 꼭 좋은 표현으로만 쓰이지는 않지만 바르셀로에는 오직 좋은 의미로 인위적이다.
왜 몇 년 전에는 이걸 몰랐을까. 그때의 나는 바르셀로나가 처음이라 설렌 나머지 여행지밖에 눈에 안 들어온 걸까. 아니면 지난번과 달리 혼자 온 덕분에 도시의 선들이 보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