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시작하고 두 달을 다 채울 무렵부터 사람들의 불편함을개선하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졌다. 정확히는 내가 불편한 꼴을 더 이상 못 보겠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호스텔을 전전하고 여러 나라와 도시를 넘나들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것들 안에서 나름의 적응을 해야 했다. 왜 해외 화장실 유료 무료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이를 해외여행자가 보기 쉽게 정리한 서비스는 없는지, 버스 시간표가 정확하지 않은 건 왜 과거에도 현재도 개선되지 않는 건지, 버스 벨이 뭔지는 왜 버스에 안내되어 있지 않은지, 유럽 열차 파업은 왜 종이 한 장만 인포메이션에 붙여두고 어디에도 안내를 대놓고 하지 않는지, 하다못해 왜 호스텔들은 공기가 다 차가운지까지 작고 큰 불편함이 있었다. 여행을 떠나온 이후로 더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예민해졌다. 마케팅 업계에서 7년을 지내도 이런 감각은 안 생기던데 장기여행 한 번으로 감각을 얻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사례들을 생각하게 됐고 이 책까지 읽게 된 거다. 마케팅 업계에 있을 때는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읽었던 시리즈라 사실 와닿는 건 없고 '그렇구나' 암기하기만 했는데, 필요 의식을 가지고 찾아 읽으니 저장하게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2024 트렌드도 결국 '개선'이더라. 소비자가 느끼고 있는 갈망을 해결해 주는 곳만이 살아남는다는 게 전반적인 기조로 읽혔다. 소비자가 느끼는 '열망 포인트' '페인 포인트'가 여행 쪽에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포인트들인 거다. 내가 이를 개선하는 무언가를 만든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거창하게 앱을 만드는 게 아니더라도 내가 갖고 있고 활용할 수 있는 툴로 지금 느끼고 있는 불편함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책을 읽고 더 자주 생각해 보게 됐다.
내 여행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켜주고 있는지 이번에 읽은 책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메모1
머무르게 하려면 매장에서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멋진 공간 디자인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하는 자체가 하나의 쇼를 관람하는 것과 같은 영감과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공간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중간 생략)...
미국 뉴욕에 있는 '쇼필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인 백화점과 달리 쇼필즈는 각 매장이 전혀 다른 느낌의 테마로 꾸며져 있다. 판매원들은 배우로 불린다. 리테일 공간이 하나의 공연장인 셈이다.
메모2
친분에 따른 호칭 구분: 겉친 > 찐친 > 짱친 > 평친
목적에 따른 호칭 구분: 밥친 술친 러닝메이트 등
메모3
'어떤 관계가 스스로에게 중요한지'
'언제 어떤 관계가 필요한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리게 된 것이다.
메모4
소비자가 느끼는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과 브랜드로 해소하는 기업만이 존속할 수 있다.
메모5
분초사회에서 소비자의 시간이 핵심 자원이 되면서, 이제 유통의 핵심적인 경쟁력은 소비자를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는지, 즉 어떻게 점유 시간을 늘리는지에 달려있다.
메모6
매일유업의 '우유안부' 캠페인은 매일 우유를 배달하고, 만약 우유가 쌓여있는 경우 그 개수에 따라 등급을 다르게 해 해당 가구의 위험 여부를 파악하는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