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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Feb 11. 2024

미국이 2001년 9월 11일을 기억하는 방법

미국이 2001년 9월 11일을 기억하는 방법

건축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여러 여행 다니면서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거나 건축적으로 이슈인 건축물들은 챙겨 보고 있다. 덕분에 '우와' 감탄할만한 건축물을 꽤 많이 마음속에 진열할 수 있게 됐다. 속으로 다시 보고 '오 역시' 감탄한다. 

그중 가장 아끼는 건 단연 '9/11 메모리얼 파크'다. 2022년 처음 본 뒤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얼 파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9.11 테러를 기억하는 메모리얼 목적의 건축물이다. 

2001년 9월 11일 오전에 일어난 사건은 예고가 없었음에도 전 세계 10분의 1에 달하는 인구가 봤다고 추산되고 있는 만큼 거대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린 나이었다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알 듯 말 듯한 사람들을 위해 9/11 메모리얼 박물관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서술한 내용을 빌려본다.


[2022년 9월 11일,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 19명이 뉴저지주 네바크,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공항에서 출발한 캘리포니아행 비행기 4대를 납치했습니다. 두 대의 비행기는 세계 무역 센터 쌍둥이 빌딩으로 날아가 빌딩을 들이받았습니다.

한 대는 워싱턴DC로 향했고, 다른 한 대는 버니지아주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로 가져가 자폭 테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화 통화를 통해 다른 납치 사건에 대해 알게 번째 비행기의 승객과 승무원들이 납치범들에게 저항했습니다. 승객들이 조종석을 뚫으려고 시도했을 때, 미국의 수도로 방향을 바꾼 납치범들은 비행기를 펜실베니아주 생크스빌 마을 근처 들판에 추락시킵니다. 


공격으로 인해 단일 사상 최대 규모의 인명 손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대원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세계 인구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명의 사람들이 이 끔찍한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했습니다.]


사건 이후, 무너져 내린 쌍둥이 빌딩(세계 무역 센터 빌딩) 자리에 메모리얼 건축물을 만들기로 하고 공모전을 연다. 

포인트부터 소름 돋는다. 여행으로 가보기만 해도 직감적으로 땅이 얼마나 비싼 부지인지 수 있다. 바로 근처에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스트리트가 있고 주변에도 맨해튼의 마천루 분위기에 일조하는 높은 빌딩들이 가득하다. 주인을 찾으려고 하면 입찰자끼리 다투면 다퉜지 높은 빌딩은 분명 또다시 세워질 있다. 게다가 빌딩 개가 자리했던 부지이니 얼마나 넓은 땅이겠는가. 그런 노른자 땅을 메모리얼 건축물을 세우는 데에 쓰기로 했다는 게 너무나 존경스럽다. 돈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름다운 결단력이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가 설계한 이 건축물의 주제는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그 빈자리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엄청난 양의 폭포가 아래로 향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모습은 이 의미를 절묘하게 표현한다.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 이름 뒤로 콸콸 쏟아지는 눈물 같은 폭포. 그렇지만 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네모난 공간. 처음 9/11 메모리얼을 마주했을 때 코가 찡해지는 기분을 받았다. 

2001년의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테러 사건을 우연히라도 TV에서 봤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사건이 훅- 나와 가까운 일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분이 2년 내내 마음속에 잠들어 있었고 이번에 재회하면서 깨어났다. 

9/11 메모리얼 파크 지하에는 메모리얼 박물관이 있는데 그 안에는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골조와 화재로 녹아내린 소방차 그리고 빌딩 안테나 등 잔해를 볼 수 있다. 사진 및 영상 촬영이 불가한 공간에서는 당시 뉴스와 도망치고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실제 장면들이 주는 슬픔의 속도는 빠르다. 납치된 항공기 안에서 음성 메시지를 남긴 사람들의 육성을 듣고는 애써 차분하게 다독이던 슬픔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비행기에 아주 작은 문제가 생겨서 못 돌아갈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메시지를 써 내려가는 사람이 느꼈을 슬픔과 공포는 감히 예단할 수 없다. 내가 탄 비행기가 납치된 비행기라면. 가정해 본 적도 없을 그 순간을 경험한 희생자들의 사진과 목소리 앞에 관람객들은 숙연해진다. 박물관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조용했다.


박물관을 나와 다시 한번 메모리얼 앞에 섰다. 이름에 꽂혀 있는 꽃들이 지난번보다 훨씬 많았다. 

'아, 이번 달이 생일인 분들이 많나 보구나'

9/11 메모리얼은 메모리얼 건축물이 생긴 뒤로 지금까지 희생자의 생일이 되면 이름에 꽃을 꽂고 있다. 이 얼마나 기특한 생각인가. 묘지에 꽃을 꽂아두는 것처럼 희생자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9/11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건축물이 의도했던 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꽃을 보면서 '건축가는 얼마나 뿌듯할까?' 생각했다.


NO DAY SHALL B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어떤 날도 당신은 시간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9/11 메모리얼 박물관에 가장 크게 쓰여있는 문구다.

이 한 문장이 건축물과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태도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내 마음속 일등 건축물은 뉴욕이 9/11 메모리얼이다.




* 9/11 메모리얼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유현준 건축가님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을 통해 좀 더 심화적으로 들을 수 있다. 건축가님이 TV 프로그램 <알쓸별잡>에서도 한 차례 이 부분을 설명해 주셨다.


*메모리얼 파크에서는 매년 9월 11일, 희생자를 기리고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Tribute in light를 켜고 있다.

Tribute in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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