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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r 15. 2024

낭만을 과식한 올드타운을 여행하다

이 글 제목은 퀘벡 올드타운 거리를 걸으면서 내뱉은 말 그대로다.

이렇게까지 낭만을 대놓고 표현한 도시는 처음이다. 낭만이라는 단어를 눈에 보이는 도시 형태로 만들면 딱 퀘벡일 거다. 드라마 도깨비 나왔던 캐슬 호텔 '샤토 프로트낙'만 우아할 거라 생각하고 갔던 뭘 모르는 여행자는 올드타운 메인 스트리트로 나오자마자 크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우아한 곡선으로 만들어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아 둔 간판.

톤 다운된 회색빛 벽돌.

시원스럽게도 뻗어있는 세인트로렌스강.

곳곳에 있는 가로등과 건물에 달린 등 디자인까지 로맨스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움이었다.

마침 또 날씨가 겨울이다. 얼었던 강이 녹으면서 조각나 빙하들이 둥둥 강의 흐름을 따라 떠다니고 눈이 공원과 언덕에 듬성듬성 혹은 여전히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마저 계획적으로 느껴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 한번 만들어보자 굳게 작정하고 만든 도시가 아닌 이상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가 있나? 신데렐라 무도회장이 있었을 것 같은 샤토 프로트낙 호텔은 그저 랜드마크에 불과했구나 이제야 제대로 퀘벡을 알게 됐다.


캐나다도 퀘벡도 관심 없었다. 드라마 <도깨비>에 열광해 재방송할 때마다 재미있게 보지만 퀘벡을 여행하는 내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매체에 나오는 모든 풍경은 다 예쁘기 때문이다. 이미 수년간 여러 촬영지를 가본 여행자이기에 드라마에 열광한다고 촬영지에 홀라당 반하지 않는다.

진작에 넘어갔어야 했을까. 뉴욕까지 김에 가까운 캐나다 한번 들여다보고 가자며 퀘벡에서 내가 본 모든 도시 중 제일 예쁘네 어쩌네-를 말하게 줄이야. 드라마에 등장한 몇몇 장소들은 퀘벡의 매력을 맛보기 스푼 하나 정도로 표현한 거였다. 도깨비의 묘비도 찬란하게 아름다운 도깨비도 촛불도 없었지만 눈에 보이는 그것들이 없다고 가장 중요한 낭만이 없는 건 아니더라.

눈에 보이는 그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365일 크리스마스 같았다. 드라마에도 등장했던 크리스마스 용품 전문점의 외관이 아니더라도 해가 질수록 불빛으로 아름다워지는 거리들은 2024년 연말을 당겨왔다. 퀘벡 올드타운에서 어느 가게가 연초부터 캐럴을 튼다? 그리 이상하지 않은 플레이리스트라고 확신한다. 그저 그 동네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틀었을 뿐이다.

퀘벡에 있는 동안 드라마 속 지나가는 행인 N번째 역할을 맡은 것 같은 기분이 내내 함께했다.


퀘벡에 있는 동안 비도 맞았고 눈도 봤고 맑은 하늘과 핑크빛 일몰도 봤으며 흐린 날도 만났다. 짧고 굵게 모드 날씨를 경험한 결과, 퀘벡은 날씨 영향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도시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흐린 날에 아쉽거나 허탈한 때가 있다. 맑은 날이 최상일 거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편향을 퀘벡에서 많이 벗겨냈다. 파란 하늘이 아니라고 해서 그 도시의 매력이 반드시 떨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다짜고짜 실망해서 도시의 매력을 흐린 눈으로 보지 말아야겠다.





 여행 중 찍은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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