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밝기 최대였던 휴대폰 액정을 반으로 낮추게 된 계기
몇 주전, 밖에서 보면 '영업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두운 카페를 알게 되었다. 좁은 주택가 골목길 반지하에 있어 해가 잘 들어오지 않을 텐데도 불을 끄고 있다시피 한 카페였다. 들어갈 때에 조심스럽게 '영업하시나요?'의 느낌으로 들어섰던 기억이 난다. 내부에 들어가고 알았다. 왜 이 카페가 어두운지. 천장에 일단 조명이 거의 없고 테이블 위의 노란 스탠드에 의지하는듯한 인테리어였으니까. 색감도 고동색 목재 소재의 의자와 테이블, 검은색 우퍼 등 어느 것 하나 어둡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직원분이 입고 있던 옷도 검은색이었다. 수많은 카페를 가봤지만, 이렇게 콘셉트 확실한 카페는 처음이라, 더 알고 싶어 공식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봤다. 역시 모든 사진이 통일된 어두운 사진이다. '아 여기는 그냥 어두움으로 밀고 나가는 카페구나! 독특한 카페네-.' 그것이 첫인상이었다.
특이한 카페에서 파는 메뉴는 훌륭했다. 직사각형 나무 트레이 나오는 진한 색의 미숫가루 음료와 토스트는 어쩐지 공간과 어울리는 비주얼이기도 했다. 흡족한 시간들을 보내고 그렇게 안녕했다.
그런데 그 공간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 날 이후 계속 그 캄캄함이 생각났다. 퇴근 후 방에서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하는 순간 같기도 하고, 한 치 앞을 잘 모르겠는 내 마음 같기도 하고. 낮은 조도가 그리웠다. 그냥 특이한 카페라고 생각했는데 그 공간에 있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평소에 그렇게 어두운 카페를 가본 적은 없지만 휴대폰 액정 밝기를 최대로 해둘 만큼 밝은 것들을 좋아했다. 아니 좋아하는 줄 알았다. 햇살이 잘 드는 곳을 좋아했고 겨울이 되면서 낮이 짧아진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나는 밝음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거다. 역시 경험하지 않으면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걸까. 집에서 가기에는 꽤 먼 곳이라 쉽게 가기에 어려운 곳이라는 점이 퍽 아쉬웠다. 별 수 있나.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최근 다시 그 카페를 찾았다. 여전히 그 카페 앞에 섰을 때, 문이 10cm쯤 열려있었지만 '오픈을 한 건가?' 싶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당당하게 입장. 그렇지만 어두운 분위기에 다시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이전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은 메뉴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 내부는 어두워서 벽이 원래 무슨 색인지 정확히 구분이 안 갔다. 이 카페에서 가장 튀는 것은 우퍼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듣는 노래들과 어두워서 더 집중하게 되는 음식의 맛, 여전히 눈길을 끄는 노오란 조명의 스탠드뿐이었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돋보이는 것이 없어 거슬리는 것이 없는 기분. 내 모습이 남에게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테니 혼자 방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 또한 남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니 신경 쓰이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조용히 생각하고 싶었던 것들을 까먹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많이 고민했지만 그때의 기분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고스란히 전달이 될지 잘 모르겠다. 음... 한두 줄 더 붙여보자면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이 카페에 있었다. 행복했다는 뜻이다.
집에 오는 길에 휴대폰 액정의 밝기를 반을 낮췄고 책상 위 스탠드의 조명 색깔을 노란빛으로 바꿨다. 브라운 계열의 책상이 유독 마음에 드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