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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Dec 16. 2019

이렇게 어두운 카페는 처음이야

수년간 밝기 최대였던 휴대폰 액정을 반으로 낮추게 된 계기

 몇 주전, 밖에서 보면 '영업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두운 카페를 알게 되었다. 좁은 주택가 골목길 반지하에 있어 해가 잘 들어오지 않을 텐데도 불을 끄고 있다시피 한 카페였다. 들어갈 때에 조심스럽게 '영업하시나요?'의 느낌으로 들어섰던 기억이 난다. 내부에 들어가고 알았다. 왜 이 카페가 어두운지. 천장에 일단 조명이 거의 없고 테이블 위의 노란 스탠드에 의지하는듯한 인테리어였으니까. 색감도 고동색 목재 소재의 의자와 테이블, 검은색 우퍼 등 어느 것 하나 어둡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직원분이 입고 있던 옷도 검은색이었다. 수많은 카페를 가봤지만, 이렇게 콘셉트 확실한 카페는 처음이라, 더 알고 싶어 공식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봤다. 역시 모든 사진이 통일된 어두운 사진이다. '아 여기는 그냥 어두움으로 밀고 나가는 카페구나! 독특한 카페네-.' 그것이 첫인상이었다.


스탠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카페다

 특이한 카페에서 파는 메뉴는 훌륭했다. 직사각형 나무 트레이 나오는 진한 색의 미숫가루 음료와 토스트는 어쩐지 공간과 어울리는 비주얼이기도 했다. 흡족한 시간들을 보내고 그렇게 안녕했다.


그런데 그 공간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 날 이후 계속 그 캄캄함이 생각났다. 퇴근 후 방에서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하는 순간 같기도 하고, 한 치 앞을 잘 모르겠는 내 마음 같기도 하고. 낮은 조도가 그리웠다. 그냥 특이한 카페라고 생각했는데 그 공간에 있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평소에 그렇게 어두운 카페를 가본 적은 없지만 휴대폰 액정 밝기를 최대로 해둘 만큼 밝은 것들을 좋아했다. 아니 좋아하는 줄 알았다. 햇살이 잘 드는 곳을 좋아했고 겨울이 되면서 낮이 짧아진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나는 밝음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거다. 역시 경험하지 않으면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걸까. 집에서 가기에는 곳이라 쉽게 가기에 어려운 곳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있나.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최근 다시 그 카페를 찾았다. 여전히 그 카페 앞에 섰을 때, 문이 10cm쯤 열려있었지만 '오픈을 한 건가?' 싶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당당하게 입장. 그렇지만 어두운 분위기에 다시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이전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은 메뉴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 내부는 어두워서 벽이 원래 무슨 색인지 정확히 구분이 안 갔다. 이 카페에서 가장 튀는 것은 우퍼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듣는 노래들과 어두워서 더 집중하게 되는 음식의 맛, 여전히 눈길을 끄는 노오란 조명의 스탠드뿐이었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돋보이는 것이 없어 거슬리는 것이 없는 기분. 내 모습이 남에게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테니 혼자 방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 또한 남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니 신경 쓰이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조용히 생각하고 싶었던 것들을 까먹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많이 고민했지만 그때의 기분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고스란히 전달이 될지 잘 모르겠다. 음... 한두 줄 더 붙여보자면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이 카페에 있었다. 행복했다는 뜻이다.


집에 오는 길에 휴대폰 액정의 밝기를 반을 낮췄고 책상 위 스탠드의 조명 색깔을 노란빛으로 바꿨다. 브라운 계열의 책상이 유독 마음에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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