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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Dec 02. 2019

커피는 못 마시지만 카페는 좋아합니다

요즘 흔치 않은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다. 어딜 가나 커피를 안 마신다고 하면 놀라시더라.

"커피를 안 마시고 어떻게 하루를 버텨?"

평소에 잠이 많은 편인데 커피를 마시면 잠을 이길 수 있다길래 몇 번 마셔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심장이 너무 뛰어서 그냥 포기했다. 안 맞는 사람인 걸로.

커피를 안 마시니 카페 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그건 또 편견! 카페를 매우 좋아한다. 카페 투어 모임을 가입하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카페 기록 계정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이니 이쯤 되면 웬만한 커피 애호가들보다도 카페라는 공간에 푹 빠져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방영했던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정재승 교수님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이 더 잘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적 공간과 공적공간의 경계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인 거예요. 사람이 자신이 마음대로 공간을 컨트롤할 수 있을 때 가장 몰입을 잘할 수 있어요.'

프로그램에서는 일의 몰입을 설명했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이나 공부보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에 몰입을 잘한다. 쉽게 말해서 나에게 집중을 가장 잘되는 순간이 카페에 있는 순간이다. 그래서 혼자 돌아다닐 때면 더욱더 카페를 꼭 간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목적에는 나에게 집중하기 위함이 가장 중심에 있으니까.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문하고 앞에 두고 먹으며 공간을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다가 가져온 수첩과 펜을 꺼내 생각을 끄적이는 일련의 과정 곳곳에는 오직 나의 의지만이 담긴다. 누가 시키거나 테두리를 정해주지 않는다.

그 자유는 어쩐지 여행과도 닮아있다.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최대치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니. 나는 참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공간 외에도 단순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쌀보다 밀가루를 좋아한다. 이민 가서도 참 잘 살 입맛이라고 종종 들을 정도로 밀가루를 좋아하는데 요즘 카페에는 빵이 꼭 있지 않는가. 이런 카페 흐름의 최대 수혜자에는 분명 내가 있을 것이다. 제주도를 여행할 때에는 끼니를 카페로 대신할 때도 많았다. (제주도는 물가가 비싼 덕에 디저트 값이 비싸기 때문에 후식으로 카페를 먹는 건 나 같은 주머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우울감이 큰 요즘 더 강하게 실감하고 있다.

특히 카페는 공간이다 보니 집 외에 내가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생긴 격이다. 그렇게 보면 카페를 좋아하게 된 것도 참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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