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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Jan 16. 2020

익숙한 잠(?)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4일간의 시차 적응 실패 에피소드

유럽에 처음 가본 것도 아닌데 처음으로 시차적응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했다. 남들이 시차적응 에피소드를 꺼내 들면 '왜 잠을 못 자지?' 갸우뚱-했을 정도로 어디서든 기댈 곳만 있으면 꿈도 안 꾸고 잘 자는 나이기에 이번 여행도 준비할 때부터 시차적응의 'ㅅ'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감기 같은 거 안 걸려"하면 꼭 걸린다는 말처럼 너무 단언한 나머지 진짜 시차적응이라는 병에 걸려버렸다.


시차적응과 싸운 기간은 총 4번의 밤이다. 체코 프라하에서는 한 번도 새벽에 안 깬 날이 없었다. 첫날 밤부터 이틀간은 새벽 2시에 눈을 떴고, 그다음 날에는 새벽 4시, 또 다음날에 새벽 5시를 찍고 나서야 비로소 유럽의 시간에 리듬을 맞출 수 있었다.

시차적응이 힘든 것임을 깨달은 때는 새벽 4시에 일어난 셋째 날, 오후 6시부터였다.

'와. 피곤해!' 그 날부터 오랜만에 밤을 새우고 난 뒤의 멍-한 기분이 들었는데 해까지 일찍 지니 급격히 졸리기 시작했다. 잠깐 숙소에 들어가서 쉬다가 나와야지. 분명 잠깐 누워있다 다시 나올 생각을 하며 들어갔는데 그 날 나는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절정은 역시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야간열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식당이나 카페들도 문을 닫았고 밖에는 비가 오니 일찍이 중앙역에 왔는데 너무 일찍 온 것인지 아무리 앉아있어도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지겨워서 허리를 접었다 폈다-하다 보니 잠도 오는 것 같고.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상체를 기대 잠깐 잤다가 왜 있는지 모르겠는 피아노를 취객이 뚱땅뚱땅 대는 소리에 깨기를 반복하며 열차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더 야간열차에 감동했던 것일까?


매일 새벽에 깬다고 SNS에 올리니 여행/출장을 많이 다닌 지인이 하루 날 잡고 밤을 새우거나 술을 마시라는 답변을 달아주었다. 오호-그래 부다페스트에서 시도해볼게!

부다페스트에서는 꼭 제 때 자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 새벽 2시까지 한인민박을 함께 쓰는 사람들과 와인과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정말 그 친구 말대로 그 날부터 나는 유럽의 시간에 완벽 적응했다. 완전 꿀잠!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이 네 명이나 되는데 코 골았으면 어쩌나 싶지만 멀쩡한 정신에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가족들도 유별나다고 생각할 정도로 평소에 잠을 금방 깊게 자는 편이라 잠 때문에 난처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이것 또한 유럽여행이 만들어준 더 새로운 경험이랄까. '잠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니 평소에 잘 자는 것에 감사하란 말이야.' 교훈이라고 하기에는 별 일 아닌 에피소드지만 여행은 종종 이렇게 소소한 교훈을 준다.


저녁 같지만 해뜨기 직전의 프라하. 시차적응을 못 했을 때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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