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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Jan 30. 2020

까를교에서 종종 슬펐던 이유

혼자 여행이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족여행을 제외하면 처음 혼자 여행을 다녀와본 뒤로 지금까지 혼자 여행을 다녀온 횟수가 99.9%에 달한다. 그만큼 이제는 혼자 여행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했고 그 여행이 나와 굉장히 잘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나와 반대로 종종 혼자 여행을 가보고 잘 맞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다. 이유를 들어보면 '외롭다'거나 '좋은 풍경을 나 혼자 보는 것이 싫다'는 이유에서였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못 하는 꽤 애매한 입장이었다. 한 번도 그런 것 때문에 혼자 여행 온 것이 아쉽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시차 적응 실패로, 여행 둘째 날에는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해 뜬 직후에 밖을 나설 수 있었다. 아침 7시 반쯤 됐을까. 전날 생각해둔 일정의 첫 행선지를 가기 위해 까를교로 향했다.

그제야 제대로 본 까를교 다리 본연의 모습. 드물게 사람들이 있었지만 조깅하는 현지인과 한 명의 홈리스, 손으로 셀 수 있는 여행객들만 있어 강을 이어주는 다리의 결코 작지 않은 크기에 비하면 장애물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해가 뜬 지 얼마되지 않아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에 있는 듯한 색감을 보여주는 하늘과 여유로운 까를교. 블타바 강을 오랜 시간 동안 호위해온듯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에서 느껴지는 묘한 아름다움은 제목 '까를교'라는 작품에 화룡점정을 담당한듯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까를교-까를교-했구나!

그 뒤로 매일 첫 여행지로 까를교를 선택했다.


까를교에서 혼자 카메라에 타이머를 맞추고 왔다 갔다 하며 사진을 찍다 보면 다른 여행객들도 곧잘 보게 된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는데 그중에는 한국인들도 많았다.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이 이렇게 많구나-싶을 만큼 한국인은 매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장 시선이 갈 때는 엄마 또래로 보이거나 그보다 10살쯤 더 위로 보이는 분들의 여행이었다. 그러니까 보자마자 한국에서 열일하고 있는 엄마가 생각나는 분들이랄까. 8시간 느리게 흐르고 있는 프라하의 시간이기에 점심시간은 훌쩍 지난 오후를 보내고 있는 엄마였다. 나보다 8시간 더 미래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엄마도 빨리 멀리 나와야 할 텐데.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한 순간이었다.

프라하를 여행하면서 심심치 않게 한국인 모녀 여행자들을 볼 수 있었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이면서도 엄마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입이 삐죽. 반드시 언젠가 엄마랑 유럽을 와야겠다는 목표를 프라하에서 만들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독 엄마가 생각나는 순간들이 많았다. 노심초사 걱정하는 엄마로부터 매일같이 오는 영상통화와 카톡이 불을 지른 건지, 비현실적인 풍경을 많이 봐서인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 혼자 여행은 외롭다고 하는 분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것은 완벽한데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면 갑자기 그 풍경들이 슬퍼지는.


그 감정과 같다고 하지 않고 '비슷'하다고 한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엄마랑 언젠가 같은 풍경을 보고 "우와 이것 봐"라며 호들갑을 떨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었든 결국에는 팔짱을 끼고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게 되리라. 나는 근자감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아주 능통한 사람이니까.


프라하는 언젠가 엄마랑 꼭 또 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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