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벅이는 윤슬 Feb 03. 2020

프라하-부다페스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10시간의 비행 중 쓴 마지막 여행 일기

2019 프라하&부다페스트 여행을 마치는 길에.


탈수록 마음에 드는 LOT항공. 처음으로 이코노미 제일 앞좌석에 앉아 인천으로 날아가고 있다. 발을 쭉 뻗고도 공간이 남다니. 10시간 비행이 이렇게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몸이 편해야 글 쓸 마음도 생기는 걸까. 메모장을 켜 불 꺼진 기내의 한 구석을 밝히는 중이다.


항공권을 결제하고 약 1년. 가는 건가 싶던 여행은 진짜 출국길에 올랐고,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되었던 나 홀로 유럽여행은 소매치기 한번 안 만나고 다치지도 않고 잘 마쳤다. 어설픈 구석은 있었으나 어그러지지도 않은 기특한 목표 달성이다. 덕분에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던 2019년이 끄트머리에 와서 플러스가 될 수 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어 왔지만 크리스마스가 주가 아니었던 여행이었다. 물론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규모, 활기찬 분위기, 어디서도 들을 수 있었던 캐럴은 놀라웠고 아름다웠다. 충분히 새로운 경험이었으나 그보다 가게 직원이 건네는 영어 한마디,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역사적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성당에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 등은 지금껏 만나지 못한 영감 그 자체였다. 이것들을 가져가면 한국에서 많은 변화와 시도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걸을수록 부지런해질수록 새로운 것을 본다는 생각에 시차 적응은 실패했지만 버틸만했다.


현지에서는 일상일 무언가를 제외하더라도 여행길에서 만난 많은 여행자들이 주는 경험도 소중하다. 인생 최고의 야경을 갖고 있는 에어비엔비에 초대를 받은 날, 한인민박에서 동생들의 투닥거림에 새벽 2시까지 웃었던 밤, 한국에 갔었는데 베리뿬~했던 인싸임이 틀림없는 핀란드인과의 첫 대화 모두 아직도 내가 그 상황 속에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성격상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또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오묘한 경험들이다.


본래 여행 후유증이 항상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국을 가는 것이 반은 좋다. 좋은 기운을 한국에서 여러 방면으로 펼칠 내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바빠지고 싶고 도전하고 싶다. 


이번 여행은 한국에서는 잘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 계기였다. 어깨가 생각보다 많이 안 좋기에 꼭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 장기여행보다 일주일까지의 여행이 딱 나에게 적당한 심신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건강을 그 어느 것보다 아끼지만 그 마음에 비해 실천하는 고통은 적었구나. 반성하게 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한국 가면 열심히 이겨내야지!


여행이 주는 산물들을 모두 받고 나니 더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싶어졌다. 더 자주 선물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진출처. 여행덕후 윤슬 직접 촬영


작가의 이전글 까를교에서 종종 슬펐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