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스물셋이었지만 나에게는 이십대 전부인가보다
가수 아이유는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모습을 스물셋이라는 숫자 아래에 썼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전부인가 보다.
요즘 퇴근길에는 알 수 없는 나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일부러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동안 여러 일을 겪고 되짚어 생각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것 하나 확실히 해답이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내가 그때 그 말을 안 하는 것이 좋았을지, 그때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좋았을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이직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이직을 하자니 내게 맞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일은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하는 이유는 대체 뭔지.
누군가에게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표현하고 싶어도 요즘의 내가 어떤 것들로 뭉쳐진 사람인지 모르겠으니 말할 길이 없다.
며칠 전 자기소개서를 간단히 쓸 일이 있었는데 타이핑이 툭-툭- 끊겼다. 지금까지 자기소개서는 그다지 어려운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이십대로만 한정지어도 변화가 많았다.
엄청난 맥시멀리즘의 방이었는데 지금은 무언가를 중고로 내놓는 것에 재미가 들렸고, 예전에는 큰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직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 가고 싶고, 본래 블랙 아니면 화이트의 무채색 옷만 잔뜩 가지고 있던 네가 노란색/핑크색 옷을 사고,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이 강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외에도 수십 가지를 더 말할 수 있으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네/아니오에 명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어도 나는 알쏭달쏭한 나였던 것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생각하는 것들을 정말 미래에 할까?'
한 예로 서른 살에 1년간 세계여행을 가는 것이 23살 때부터 꿈이어서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문득 서른 살에 정말 내가 세계여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가 아파서 무거운 배낭을 반년 가까이 메면서 세계를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고 내가 장기여행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무조건 최대한 장기여행이지!' 했는데 요즘은 그냥 한국을 찍고 다시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고. 아직 정확히 답은 못 내렸지만 몇 년이고 고정이었던 세계여행에 대한 그림이 어딘지 마음에 안 든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세계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나는 몇 번 더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이런 류의 레퍼토리들을 요즘은 여러 번 경험하고 있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해도 또 살다 보면 다른 선택지를 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1이고 싶어서 1을 했는데 막상 1을 해보니 3이 되고 싶을 수도 있고 6은 부담스러우니 3씩 나눠서 할 수도 있고. 별 수 있나.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알아가는 수밖에. 다소 그게 왔다 갔다 비효율적이라도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누가 나에게 정답을 알려줄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알쏭달쏭한 네가 된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글도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나의 ver. 진짜 최종쯤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면 이 글도 ver. 진짜 최종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