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택근무를 일찍 한 편에 속해 처음에는 지인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들의 회사도 대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SNS에 허구한 날 재택근무 관련 직장인 짤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많은 직장인들이 지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어릴 때 무슨 전염병만 유행하면 갑자기 아픈 척을 하며 교무실을 갔던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든 집에 가려는 직장인이 되었고 우리들의 꿈(?)은 그렇게 이뤄졌다.
그렇게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로 집수니가 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별로 좋은 이유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오래 재택근무를 할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왕 하는 거 나에게 맞는지 의외의 단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이하 내용들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출퇴근길이 없어진 것만큼 좋은 이유는 없다
역시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은 출퇴근길이 없어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환승까지 해야 하는 왕복 약 3시간짜리 출퇴근 거리를 가지고 있어 이 장점이 극대화됐다.
출퇴근길에서 가장 싫었던 것은 버스가 그냥 지나갈 때다. 일찍 나오면 뭐하나. 버스가 만원이라고 가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가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면서 '자리 없어요~'하고는 지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드는 생각은...
'이렇게까지 회사를 다녀야 하나?'
출퇴근길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보다도 더 싫다.
굿모닝이란 이런 거지
근무시간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아침을 먹고 리모컨을 돌리다가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루틴이 마음에 부담이 없어 좋다. (다행히 아침에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것 정도는 눈이 저절로 떠져서 힘들지 않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였던가? 아침에 사과 하나 맘 놓고 못 먹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당장에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아침에 사과 하나쯤은 먹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혼자 일하는 것이 좋은 성향이구나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이 없듯 직장인들의 성향도 다 다르다. 나는 일하면서 내가 어떤 성향인지에 관심이 많았다. 작은 것이라도 어떤 일을 할 때 집중을 잘하는지, 어떤 선배가 있어야 잘 흡수하는지, 미팅을 할 때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 직장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은 무엇인지, 그 습관은 무엇인지 등 말이다.
그중에서도 이전에도 확신했지만, 재택을 하면서 더 확실해진 나의 성향은 혼자 일하는 공간이 마련될 때 최적의 안정감을 찾는다는 것이다.
주위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어떻게 보일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 심적으로 불안하달까. 불안하면 되던 일도 잘 안 된다. 그래서 회사에서 전화받는 것도 안 좋아한다. 웬만하면 메신저/쪽지를 이용하는데 집에서는 전화도 곧잘 받을 정도로 편안하니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집이 잘 맞는 것 같다.
일하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던지 매번 뽈뽈 돌아다니던지
재택근무는 이렇게 나와 꽤 잘 맞는 녀석이지만, 한 가지 감수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바로 말을 못 한다. 집에 가족들이 늦게 들어온다면 하루 종일 말을 못 할 수도 있다.
이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니 약간 반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 뭔가를 해도 심심한 기분.
사실 그 기분의 이유는 처음에는 잘 몰랐다. 회사에서도 사람들과 말하면서 하는 일이 없어 크게 말할 것은 없다. 때문에 집에서도 굳이 말을 안 한다고 심심할 것은 없는데 말이지.
그 이유는 단순했다. 집이 너무 크다.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서 혼자 있기에는 큰 집이라서 그런 거였다. 비어있는 공간들을 두고 한 켠에 앉아있다 보면 적적하다. 재택 하는 동네 친구라도 있으면 집에 초대하고 싶을 지경이다.
'아무래도 나중에 독립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던지 평생 세계를 여행하던지 해야지.'
나는 로또 당첨돼도 큰 집에 혼자 살기는 글렀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문득 관심 있어진 것은 '나'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부담스러워하는지 나만의 선호에 관심이 부쩍 생겼다. 달라진 근무 환경에 적응해가는 네 모습에 관심을 가지면 명확한 가치관들을 몇 가지 알 수 있더라. 추후 어떤 선택을 할 때에 지금의 경험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