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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r 17. 2020

합격자 명단으로 혼나고 나니

모든 것에 진심으로 대하는 삶을 살고 싶다.

첫 직장을 들어갔을 때 사수이자 스승이었던 과장님이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한 말. "이렇게 잘하다 보면 언젠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갈 거야. 과하게 쌓일 때면 혼나면서 진짜 실력을 깨닫고. 그러면서 성장하겠지." 실제로 일하면서 칭찬을 먹고 '이 쯤되면 기획자 같군!' 스스로 뿌듯할 쯤이면 실패를 경험해 뒤에서 울곤 했다. 흐어어엉 나는 언제 커리어우먼이 되는 거야-하면서. 


최근 꼭 활동하고 싶었던 활동의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6개월가량 기다렸던 만큼 신중하게 지원서를 작성했지만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은... 명단을 보고 또 봤지만 부질없는 미련이었다. 

왜 안 뽑아줬지-입이 삐죽 나왔지만 사실 명단을 보자마자 떨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임을. 합격한 사람들은 평소에도 많이 들었을 만큼 이미 실력이 출중한 분들이었기에 이유가 눈에 뻔히 보였다. 내가 담당자였어도 안 뽑았겠구나.

하나의 목표를 향한 계단을 걸을 때, 두 계단을 한 번에 걸어 올라가도 힘들지 않을 때가 있다. 크리에이터로써의 계단에도 그 구간이 존재했다. 그저 재미있게 하는 시기. 순탄해서 살짝 느긋해지는 시기가 있다. 목표는 원대한데 그저 시간 날 때 킬링타임용 취미처럼 대하는. 그러다가 이렇게 된통 혼난 것이다. 그 과장님이 한 말은 직장생활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

말로는 매번 '준비되어있는 자만 기회가 왔을 때 기회인 줄 아는 거야.' 하더니. 기회인 줄 알면서도 준비가 덜 되어있으니 기회고 뭐고 보기 좋게 보내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저녁이 되어도 후회가 됐지만 어쩌랴. 산책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말자-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런저런 아쉬운 생각을 하다 보니 '진정성'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진심이었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색이 짙어지는 경우도 참 많다. 사람을 대할 때도 기분이 태도가 되고, 글과 사진도 열심히 만들어내다가 그 행위가 익숙해지면 귀찮다고 느슨해진다. 그게 습관이 되는 줄도 모르고. 그런 것들은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어떤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꾸 깜빡하는 것 같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합격자 명단으로 혼나고 나니 모든 것에 진심으로 대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오늘은 블로그를 이렇게 저렇게 리뉴얼해줬다. 새 출발에는 정리만 한 것도 없지.

반년쯤 뒤에는 꼭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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