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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Mar 24. 2020

디테일

나도 언젠가는 그 한 끗 차이를 알아채고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겠지

요즘 '디테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창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다 보니(feat. 코로나 19) 자연스레 내 행동의 빈틈을 생각해보게 됐다.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더 만질 것은 없을까?


사실 디테일은 내가 가장 못하는 영역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내가 기억하는 과거 속의 나는 언제나 덜렁이였다. 1을 했을 때 온전히 다 한 것이라면 나는 항상 0.9를 했다. 일할 때, 물건을 구입할 때, 설거지를 할 때, SNS에 콘텐츠를 올릴 때도 꼭 하나를 빠뜨리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하긴 하는데 뭔가 하나를 놓쳐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내가 봐도 나는 참 애매하게 성실한 사람이다.


출처. 페이스북 '퇴사한 마케터의 사생활'

본래 자신은 못 하는 것을 누군가 장점으로 가지고 있으면 크게 놀랍지 않은가. 디테일의 결과물들을 보면 언제나 경이롭다. 이메일에 이모지를 붙여 재미와 강조를 두는 것, 연필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며 판매하는 어느 연필 가게, 팝콘 통을 피겨로 만드는 것 등 '틀'에 가까운 정형화된 공식에 디테일한 고민을 더해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접하면 고민 없이 구입해보거나 꼭 찾아보게 된다. 직접 만들 능력이 부족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랄까. 

트위터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 않다 보면 어느 새벽, 당신은 읽는 이가 기다린대도 긴 글을 쓸 수 없게 됐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리하지 않다 보면 혼자만의 식사도 거칠어진다. 당신의 우주는 그런 식으로 비좁아져 간다.'

오늘도 누군가의 디테일을 구입했다.

자꾸 수집하고 보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그 한 끗 차이를 알아채고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겠지. 내가 만드는 행위, 물질 혹은 나라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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