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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pr 02. 2020

시작했을 때의 이유를 손에 쥐고 있자

여행도 일도 취미도... 본질을 잃지 말자

인스타그램에 쓰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스토리를 남기는 날도 많아졌고 1일1피드는 기본이고 피드를 보는 시간도 길어졌다. 팔로워는 눈에 어찌나 들어오던지. 

그렇게 한동안 인스타그램의 세상 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다 든 생각.

'내가 인스타그램을 이러려고 했었나?'

그럴 리가. 나는 인스타그램에 진절머리가 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직업 특성상, SNS 채널 담당자인 경우가 많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이 막 한국에서 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은 기가 막힐 정도로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인 나의 마음에 딱 들었지만 즐기기에는 그 플랫폼 속에 있는 온갖 숫자에 예민해야 하는 담당자였다.  

반면에 나란 사람 참 동전의 양면 같아서 SNS를 좋아했고 최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싶었다.

그런 애매모호한 이유들로 인해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다.

아직도 기억하는데 계정을 개설하면서 생각했다.

'절대 팔로워에 신경 쓰지 말고 본연의 즐거움을 경험해야지!'

그런 생각을 시작으로 3,700개 이상의 사진을 올려왔다.


꼭 인스타그램 때문에 본질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된 것은 아니다. 본질을 지키는 것은 마치 1월의 다짐과도 같아서 때때로 나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렇게 밥 먹듯이 다니는 여행지에서조차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망각한 채 계획에만 몰입하는 일이 종종 있다. 계획이 틀어지면 당황한다거나 계획대로 했는데 시간이 남으면 뭘 더 해야 할지 몰라 슬퍼지거나. 낯선 곳에서 보고 듣게 되는 모든 것들이 처음으로 다가와 자꾸 떠나는 것인데 막상 가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계획한 것을 다 했다는 이유로 동선이 꼬였다는 이유로 초심을 잊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을 놓치는 것은 소홀에서 시작된다는 책의 구절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어쩌면 본질이 나도 모르게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본질에 대한 소홀함에 홀려 손에 힘을 뺀 것일지도.


어쩌면 그 흔들리지 않음을 성장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그만큼 어려운 것이니까. 

이런 나의 모습을 알아차린 뒤로는 선택의 순간이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 나의 시작을 떠올린다. 충동적으로 '이거!'라고 하기보다는 왜 나는 이것을 선택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최고의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다. 나의 의견을 나도 모르겠다고 하는 순간 가을이 낙엽만큼이나 쉽게 끌려가고 흔들릴 테니 말이다. 

봄이다. 단단한 나무에서 가지를, 가지에서 또 다른 가지를, 그 가지에서 초록빛 잎을 만들어내는 그런 계절을 닮은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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