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었던 시절부터 함께 해 온 동네 친구들이 내가 여행업계에 들어서자 한 말이었다. 그렇다. 나는 블로거와 유튜브 네이밍처럼 여행덕후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붙을만큼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여행업계에서 일을 하게됐으니 완벽한 덕업일치이자, 결코 누구나 쉽게 이뤄낼 수는 없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때 당시 나는 누구보다 뿌듯해했던 것 같다. '해보고싶다'를 실제로 이뤄냈을 때의 행복은 언제나 지금껏 경험한 행복의 정점을 가볍게 치고 올라가니까.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회사는 여행이 전부가 아니니까
'여행'업계. 그러니까 저 네글자에서 여행에 초점을 맞춘다면 천국의 직장이 맞다. 동네 친구들이 내가 여행업계에 취직했다고 말했을 때 기대했던 것처럼 즐겁다.
복지면에서는 여행을 위해 연차를 이틀 이상 쓰는 것에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직원 항공권도 매달 나오고(물론 당첨은 복불복) 여름휴가 시즌에는 국내 리조트도 저렴한 가격에 나오니. 직원이 여행을 다니는 것에 대해 문이 크게 열려있는 편이라 여행덕후의 입장에서는 순간순간 즐겁다.
일적으로도 요즘 한국인들의 성지인 곳이 어디인지- 이 계절에는 어느 나라의 어떤 풍경을 봐야하는지-등의 인사이트를 쉽게 알게 되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여행 계획 또한 세워지니 일석이조의 이득이 생기곤 한다. 물론 딴짓에 빠지기도 쉽지만. (자꾸만 내 여행을 검색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여행업계에서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존재하는데 그 이유들은 여행'업계'에 초점을 맞췄을 때 우후죽순 생겨난다. 계속 단어를 언급했듯이 '업'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생각보다도 굉장하다. 여행업계에서 일하면 매번 여행같을 것 같지만, 심지어 해외출장조차도 여행과 굉장히 거리가 멀다.
특히, 해외출장의 경우 두 번의 출장으로 확신을 하게 되었다. '아, 출장은 출장이구나.'
인솔이 어찌나 힘들던지. 현지의 변수에 따라 현지가이드와 일정을 조율하고, 인솔해야할 사람들의 질문이나 요구에 응대해야하며, 아픈 곳은 없는지 매일 아침 날씨와 함께 체크하고, 인스펙션 같은 호텔 투어가 있으면 배가 고파도 꾹-참고 못 알아듣겠는 영어에 아는 척 하하-웃으며 얼른 머릿 속에서 해석을 해야한다. 이 과정을 두 번을 하고나니 그냥 해외출장은 되도록 안 가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출장 외에도 여행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내는 일보다는 파워포인트, 엑셀, 구글 드라이브를 보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여행업에 다니는지 인지가 안될 때도 많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가만히 앉아 창문 볼 시간조차도 드문데 여행덕후 입장에서 얼마나 나가고 싶겠는가. 정말 엉덩이 붙이는 게 가장 힘들다.
이렇게 여행업계는 결코 여행만으로 채워지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6시35분에 일어나는 이유
사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학생 때도 안 오던 사춘기가 이제야 찾아와 정말 퇴사를 고민했었다. 나에게 맞는 길이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다시 시작을 해야할 것 같아. 굉장히 혼돈의 카오스 시즌이었는데 오늘 하루종일 퍼부은 장맛비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내가 출근을 계속 해야하는 이유가 정리되었다.
'어차피 회사가 다 결국에는 회사라면, 회사 전체보다 내가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자. 지금 내가 하는 업무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나.'
그 질문에 나는 YES라고 답할 수 있었고, 그렇게 오늘도 오전 6시35분에 일어나 출근을 했다. (이 시기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
여행업계를 다니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초점인 것 같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내가 내리는 결론들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 그 결론들이 가깝게는 그 날의 기분, 길게는 나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이 회사에서 찾은 세 가지의 초점마다 답이 모두 다르듯 결국 어떤 초점이 가장 중요한지 혹은 나와 잘 맞는지를 구분해내는 힘이 중요한 것 같다. 이는 비단 회사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조차도 마찬가지이니 결국 나는 덕업일치로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