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여행사 또한 처음 들어서면 난생처음 보는 용어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여러 단어가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빨리 외웠을 만큼 강렬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용어가 '7말8초'다.
7말8초는 7월부터 8월 초까지를 말한다. 업계별로 다양한 이슈가 있는 시즌이겠지만, 여행 쪽에서는 성수기 중에서도 성수기인 극극극성수기인 주간인데 이 때면 여행사 직원들에게는 굳이 업무를 연결 짓지 않아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닌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몇몇의 주변 지인들.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를 돌리는 게 제일 싸요
"0월에 대만 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5명 싸게 살 수 있니?"
"직원 항공권은 직원 외에도 보내줄 수 있어"
"와! 그럼 나도 갈 수 있겠네?"
아주 간간히 들었던 말들이 정말 7월 말이 되자 자주 들려왔다. 이 정도의 정확도라면 이건 법칙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놀라움도 잠시, 좋게 거절해보려는 나의 손가락의 망설임이 안쓰럽다. 동료들이 그냥 읽씹 하거나 단칼에 거절해야 다시 이런 메시지를 안 보낸다는데 처음에는 그 거절이 어찌나 어렵던지.
직원 항공권은 대체로 불시 혹은 정기적으로 추첨을 통해 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아무 출발일이나 덜컥 싸게 살 수도 없으며, 사실 항공권은 추첨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스카이스캐너로 검색해서 사는 것이 더 싼 경우가 많다. 몇몇의 지인분들! 스카이스캐너가 이렇게 좋은 앱이라고요! 저한테 묻지 말고 그 시간에 스카이스캐너로 손품(?)을 파는 빠릿빠릿함을 갖추시기를.
여기 가려는데 패키지 추천 좀
상당히 고난도다. 구입은 그냥 거절하면 되는데 추천이기 때문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모른다. 여행사 직원이라고 회사의 그 많은 상품을 빠삭하게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나는 상품팀도 아니라 진짜 모른다. 회사 밖 사람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 또한 패키지를 가려면 꼼꼼히 홈페이지를 봐야 한다.
이를 다 근거 불충분으로 쳐도 패키지 특성상 같은 상품도 가이드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평이 천차만별이며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다. 함부로 좋은 상품/안 좋은 상품을 나눌 수 없다는 뜻이다.
패키지가 가고 싶거든 홈페이지에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는 예약상담 번호로 전화하는 것이 가장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고르는 방법이다. 실제로 상담원분들이 설명을 꼼꼼하고 친절하게 잘해주신다.
그리고, 제발 패키지 가면서 싸고 쇼핑 없고 자유시간 있고 가고 싶은 곳 다 가는 패키지 골라달라고 하지 말자. 돈을 많이 내는 사람한테 좋은 상품을 주는 것은 자본주의의 흔한 룰이니.
여행 준비는 당연히 나?
이는 여행업계가 아니더라도 여행을 평균치 이상으로 좋아한다면 흔히 계속 맡게 되는 묘하게 심술 나는 역할이다. 여행 준비.
여행 준비의 영역은 꽤 크다. 항공권을 알아보고 가성비 좋은 티켓을 예약한 다음에 여행지를 정하고 선을 그어 일정을 만들고 구석구석 식사 장소도 넣어야 한다. 이에 맞게 접근성 좋고 가성비 좋은 컨디션의 숙소도 알아보고 예약해야겠지?
아, 포켓와이파이도 신청하고 여행자보험도 챙기고. 휴-이제 진짜 끝인가? 할 때쯤 함께 가는 사람들의 질문.'여긴 날씨가 어때? 옷은 뭐 가져가야 하는데?'
혼자 다 떠맡기에는 꽤 정신없는 이 역할을 여행사 다닌다고 맡기다니. 이런 무임승차...!!
여행사 직원도 본인 여행 떠날 때에는 초록이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찾는다고!
게다가 대체로 사람들은 여행 준비할 때 가장 설렌다는데 나는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떠난 뒤에야 비로소 설렌다. 극한의 여행 준비를 떠날 때의 해방감이란!
(개인적으로 따라다니는 여행 좀 해보고 싶은 작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소원이 있다)
내가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힘들고 어렵다. 준비는 나눠서 감당하는 미덕을 갖추자.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 같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추억을 선물하는 일이 나에게 주어지는 것도 행운이지만, 공과 사는 명확하게. 그 행운은 근무 시간에만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여름휴가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그 누구보다 여행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 온전히 여행자로써의 여행을 누리는 휴가를 다녀오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