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도망시스템"
두려움"도망시스템"
변연계는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중심부다. 그 안에는 편도체라는 위험감지장치가 있다. 이 곳은 우리가 위협을 느끼면 신호를 보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험에 대비하게 한다. 우리가 눈과 귀로 얻게 된 정보로 두려움을 느끼고 편도체에서 신호를 보내면 신장 위에 붙은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을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 물질이 나오면 몸이 긴장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파라지며 신체의 모든 힘을 ‘도망가거나 싸울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위험에서 벗어나겠다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신체의 모든 에너지가 사용된다. 야수와 다른 민족의 위협이 컸던 수렵 채집인 시절이나 전쟁터에서, 깡패를 만났을 때처럼 생명이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이런 ‘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에너지를 모아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신체가 준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생활과 사무직 환경에서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불쾌감은 실체가 없는 심리적인 불안감에 가깝다. 이러한 가상의 위협에 지나치게 반응하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정신적, 신체적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인간의 몸은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소화장애, 수면장애, 면역력저하,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락장에서는 우리는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하락장은 투자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를 안겨준다. 자신이 모은 자산이 줄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경험도 없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나를 이끌어 간다. 그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을지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은 우리의 본성이다.
뇌를 기능적으로 나누면, 가장 아래에는 생존과 관련된 본능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간이 있고, 그 위로 감정과 기억을 처리하는 변연계가 위치한다. 우리가 느끼는 강한 감정들, 예를 들어 탐욕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이 변연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가장 바깥에는 대뇌피질, 그중에서도 이성과 언어,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영역은 인간의 고등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흔히 ‘호모 사피엔스의 뇌’라고 불린다. 이는 앞서 언급한 ‘시스템 2’ 또는 ‘고차원적 자아’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수학 문제를 풀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처럼 신중한 사고를 요구하는 순간에 작동한다. 속도는 느리지만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고차원적 자아가 저차원적 자아, 즉 본능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감정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무의식은 판단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하거나 행동할 때, 대부분의 선택은 이성과 논리가 아닌 감정과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주가가 급락하면 뇌는 즉각적인 위험 회피 반응, 즉 도망 시스템을 작동시켜 공포를 느낀다. 이때 편도체가 활성화되며, 몸은 긴장하고 시야는 좁아진다.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하지 못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같은 하락장에서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보상 회로가 작동하여 수익을 얻을 때의 쾌감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 반응 모두 감정의 중추인 변연계가 즉각적으로 지배하는 반응이다.
이러한 감정의 영향력은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상사에게 몇 차례 지적을 받은 경험이 쌓이면 그 상사가 마치 호랑이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그 앞에서는 평소와 달리 위축되곤 한다. 반대로 친구들 앞에서는 최근 주식 투자로 얻은 성과를 과시하며 허세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모두 변연계가 행동을 주도하는 전형적인 장면들이다.
이처럼 감정은 투자와 인간관계뿐 아니라 소비 행동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애플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종종 “디자인이 세련돼서”, “보안이 뛰어나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브랜드가 주는 감정적 매력에 이끌린 경우가 많다. 애플 컴퓨터는 비슷한 사양의 PC보다 평균 25% 이상 비싸고, OS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도 제한적인 데다가, 성능 면에서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만약 소비자가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성적으로만 판단한다면, 애플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영역인 변연계를 통해 구매 결정이 내려지고, 이후에 대뇌피질이 그 선택을 정당화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의사결정 중 대뇌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감정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손짓, 표정, 시선과 같은 모든 표현 방식에서도 감정은 강하게 작용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지니며, 이러한 본능은 투자 행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보상에 이끌리고 손실을 회피하려는 본능에 지배되기 쉽다. 그 결과,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투자자일수록 단기 수익을 추구하게 된다.
탐욕과 두려움은 특히 투자 행동을 강하게 흔든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투자자는 작은 손실이나 실수에도 크게 동요하고, 눈앞의 수익에만 집중한다. 갑작스러운 하락장에서 매도하고 나면, 시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반등하기 시작한다. 후회가 밀려오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판단이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이후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더라도 여전히 불안해하며 매수에 나서지 못하다가, 결국 모두가 환호할 때쯤 외부의 압력에 이끌려 시장에 재진입한다. 그러나 곧 다시 하락이 시작되고, 투자자는 또다시 후회에 빠진다. 이번에는 "원래 투자는 장기전"이라며 자기 위로를 한다. 이처럼 변연계는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대뇌피질은 그 결정을 마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던 것처럼 해석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이성과 논리가 아닌, 감정과 무의식, 즉 본능에 의해 움직인다. 투자든 소비든, 인간관계든, 우리 삶의 대부분의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감정적인 것이다.